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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인류의 미래 준비하게 한 ‘미래학’ 바이블

  • 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인류의 미래 준비하게 한 ‘미래학’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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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준비하게 한 ‘미래학’ 바이블

제3의 물결<br>앨빈 토플러 지음, 원창엽 옮김, 홍신문화사

소설 ‘은비령’의 작가 이순원의 회상은 황혼이 깃들어서야 날개를 펴기 시작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미국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원제 The Third Wave)에서 예고한 ‘정보화 사회’란 말에서 맨 먼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연상했다고 털어놨다.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말이 당시 대한민국의 현실과 겹쳤기 때문이다. ‘중앙정보부’ ‘안기부’가 국가최고 권력기관으로 위세를 떨치던 시절이었다. 정보라는 말을 놓고 책을 통해서는 ‘토플러의 정보’로 읽고, 현실로는 오웰의 ‘빅 브라더의 정보’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전화가 없는 집이 많고, 복사기나 팩시밀리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사실 토플러가 1970년 ‘미래의 충격’에 이어 1980년에 ‘제3의 물결’을 막 출간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를 지적 유희나 꿈을 얘기하는 학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강단의 학자들은 미래학을 과학적 방법론을 장착하지 못한 ‘무늬만 사회과학’이라고 폄훼했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을 넘어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예견한 일들이 가시화하자 세계는 찬탄해 마지않았다. 미래학을 업신여기던 많은 학자가 입을 다물었음은 물론이다.

완력·금력·지력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의미 없는 사건의 연속처럼 여겨지는 세계사의 파도에도 일관된 흐름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제1의 물결’인 농업사회, ‘제2의 물결’인 산업사회를 거쳐 ‘제3의 물결’인 정보화 사회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제1의 물결’은 1만 년 동안 자급자족 체제를 인류에게 가져다 줬으나 굶주림과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게 했다. 그 같은 한계로 말미암아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제2의 물결’에게 결국 자리를 내주고 만다. 하지만 ‘제2의 물결’도 인류에게 질곡을 안겼다. 산업사회는 표준화·세분화·동시화·집중화·극대화·중앙집권화로 인해 인간을 소외된 존재로 전락시킨 탓이다. 대량생산·대중소비·국가중심 경제체제를 지닌 산업사회는 소량 고부가가치 유연생산·다핵화·범지구적 경제체제를 지닌 ‘제3의 물결’의 정보화사회로 흘러가는 게 세계사의 도도한 추세라고 토플러는 예언했다.



그는 지식집약적 생산기술의 등장과 정보처리 전달기술의 범지구적 확대가 이 같은 흐름의 원동력이라고 예단했다. 탈집중화·탈획일화로 대표되는 ‘제3의 물결’에서는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자유의지를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인간형이 등장한다고 내다봤다. 토플러는 완력, 금력, 지력 3요소를 권력 구성 요소로 꼽았다. 제1 물결에서는 완력, 제2 물결에서는 금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제3 물결에서는 지력이 가장 요긴하다.

그는 정보화 사회가 20~30년 안에 실현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재택근무, 전자정보화 가정 같은 신조어도 이 책에서 처음 선보인다. 그는 정보기술이 권력을 이동시키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를 확장하며, 사회를 더 평등하게 만들고, 그 여파로 새로운 유토피아가 도래하리라고 낙관했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프로슈머(prosumer)’ 개념도 이 책에서 처음 나온다. 21세기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며 사용한 용어다. 프로슈머는 소비는 물론 제품 생산과 판매에도 직접 관여해 해당 제품의 생산 단계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한다. 시장에 나온 물건을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스스로 창조해나가는 능동적 소비자 개념이다.

그는 두뇌의 힘이 강조될수록 여성의 역할이 커지며, 지식혁명은 여성이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가족 시대에 가정의 핵심도 여성이라고 단언했다. 문화 주도권을 잡는 나라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헤아렸다. 당시 한국과 중국이 여전히 낮은 단계의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었음에도 아시아가 제3의 물결을 타고 유럽을 휩쓸 것이라는 견해를 21세기 10대 예측 중 하나로 내놓았다.

그는 새로운 전쟁의 형태도 무차별 대량 살상·파괴가 아닌 정보 네트워크와 인공위성 등 첨단 디지털 무기를 기반으로 목표물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저강도분쟁(低强度紛爭)’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정확한 명중률로 인명과 재산피해를 최소로 줄이면서도 주요 목표물에 필요한 만큼의 파괴력으로 정밀 타격을 가하는 형태다. 토마호크 미사일, 공중조기경보기(AWACS), 무인정찰기 등이 주축을 이룬 스마트전쟁은 불과 10년 뒤 걸프전에서 입증됐다. 토플러는 이를 ‘무기와 전쟁의 제3의 물결’이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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