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체 대표로 ‘골드싱글’ 생활을 즐기던 40대 후반 윤영식(가명) 씨도 결혼을 앞두고 있다. 부모의 반대에도 구애 끝에 반려자로 점찍은 여성은 7세 연하로 10대 초반의 딸을 키우고 있다. 윤씨는 ‘적당한 짝으로 인생 경험이 풍부한 여성을 만나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여성을 만났다.
결혼을 망설인 건 오히려 여성 쪽이었다. 재혼인 데다 아이도 있는 자신과 달리 초혼인 윤씨가 부담스러웠던 것. 하지만 윤씨는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3개월째 연애 중인 윤씨는 “만나자마자 얘기가 잘 통했고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다. ‘조건’은 문제가 안 됐다. 놓치면 다시 좋은 사람을 만나기 힘들 것 같았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5쌍 중 1쌍 재혼 커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혼건수는 11만5510건으로 2011년 이후 계속 증가세다. 이혼 커플 중 혼인 지속기간이 14년 이하인 경우가 56.6%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평균 초혼 연령이 남자 32.4세, 여자 29.8세인 점을 감안하면 30~40대의 이혼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는 얘기. 이혼이 늘면서 재혼도 증가해 지난해 전체 혼인 건수 중 재혼 비율이 21.5%를 기록했다. 부부 5쌍에 1쌍꼴로 남녀 모두 재혼이거나 한쪽이 재혼인 셈이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지난해 재혼 회원 비율은 전체 회원의 15%로 5년 전보다 3%포인트 증가했다. 10년차 커플매니저 심미숙 씨는 “지난해 재혼한 회원 1000명 중 30대가 48.9%로 1년 전보다 4.5% 늘었다”며 “수명이 늘어 30세에 결혼해도 최소 50년 이상 긴 세월을 배우자와 함께 살아야 하니, 젊은 층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찌감치 갈라서서 새로운 행복을 찾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 젊은 ‘돌싱’(‘돌아온 싱글’, 이혼 후 다시 독신이 된 사람)들은 쉬쉬하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결혼정보업체 문을 두드리고,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르며, 대놓고 신혼여행을 다녀온다. 부부 사이에 사소한 문제가 생겨도 당사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혼을 권하는 ‘헬리콥터 맘’이 많다보니 이혼한 자식을 둔 부모들의 생각도 점차 바뀌고 있다. “아픔을 겪은 사람끼리 새 출발하는 자리를 축하해달라”며 스스럼없이 청첩을 돌리는 일도 흔하다.
결혼정보업체 ‘대명위드원’ 홍유진 전무는 “이혼이나 재혼 사실을 숨기거나 불편해하는 경우를 별로 못 봤다. 심지어 삼혼, 사혼을 위해 우리 회사를 찾는 30~40대도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들이 재혼과 삼혼 회원을 따로 구분해야 할 만큼 재·이혼 커플이 늘었다. 재혼 부부의 75%가량이 다시 이혼한다는 통계도 있다. 자녀 양육을 둘러싼 전 배우자와의 지속적인 교류, 재혼으로 생긴 이복 혹은 이부(異父) 형제자매 간 마찰로 인한 부부갈등, 이혼의 상처 등이 얽혀 재혼 가정의 평화가 유지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재혼 미팅’에 참여한 결혼정보업체 회원들. 사진제공 · 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