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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느림의 철학’ 이상향은 절실함이 있는 야구”

시속 130㎞ ‘최동원賞’ 투수 유희관

  • 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내 ‘느림의 철학’ 이상향은 절실함이 있는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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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느림의 철학’ 이상향은 절실함이 있는 야구”

10월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한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이 김태형 감독에게 샴페인을 뿌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솔직히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은퇴하기 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넥센을 상대로 준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팀이 점점 단단해지는 걸 느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넥센에 7회까지 2-9로 끌려가면서 패색이 짙었으나 7, 8, 9회에 타선이 폭발해 무려 9점을 뽑아내면서 11-9로 역전승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NC 다이노스와 맞붙은 플레이오프에선 3차전에서 2-16으로 패하는 등 수세에 몰렸지만 4, 5차전을 잡으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 14년 만에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까지 경기를 치르다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더욱이 정규시즌 막판부터 구위가 떨어지며 마운드에서 제 역할을 못한 나로선 한국시리즈 5차전 직전까지 심적 고통이 굉장했다. 감독님은 그럼에도 날 계속 마운드에 올리셨다. 만약 5차전에서 내 역할을 못했다면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전까지 워낙 욕을 많이 먹은 터라 5차전 선발등판 결과는 굉장히 중요했다.”

# 상의 탈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유희관은 6이닝 동안 90구를 던지며 5피안타, 2사구, 1탈삼진, 2실점 쾌투로 승리를 따냈다. 데일리 MVP도 유희관에게 돌아갔다. 중요한 경기에서 호투를 펼치며 우승까지 거머쥔 유희관은 우승 세리머니로 상의를 벗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화끈한 팬 서비스를 펼쳤다. 유희관의 상의 탈의 세리머니는 조회 수에서 한국시리즈 관련 다른 기사들을 압도할 만큼 시선을 모았고 제대로 흥을 북돋웠다.

“상의 탈의는 많은 고민 끝에 한 세리머니다.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 행사 때 김현수가 ‘두산이 우승하면 희관이형 상의를 벗기겠다’고 농담처럼 한 말이 기억났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혹시나…’ 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5차전에서 우리 쪽으로 일찌감치 승리가 기울어지자 선수단의 관심은 모두 내 상의 탈의에 쏠렸다. 그래서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로커룸에 들어가 트레이너와 함께 젖꼭지에 반창고를 붙이고 준비를 시작했다.



솔직히 내 몸매가 남에게 보여줄 수준이 아니지 않나. 저녁식사 시간에 TV로 경기를 보는 시청자의 취향도 고려했다. 방송심의에 걸리면 안 될 것 같아 고육지책으로 중요한 부분을 가린 것이다(웃음). 오로지 미디어데이에서 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생각에 고심하다 행동으로 옮겼는데, 이후 정말 많은 얘기를 들었다. 가장 많이 나온 얘기가 ‘운동 좀 해라’ ‘살 좀 빼라’다. 우승 직후 인근 호텔에서 열린 축승회에서 박용만 두산 회장님이 내가 상의 탈의한 모습이 ‘마치 절의 주지스님이 옷을 벗고 뛰는 것 같았다’고 해서 선수단이 폭소를 터뜨렸다.”

# 20승, 200이닝

올 시즌 내내 유희관은 ‘20승, 200이닝’ 도전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유희관은 “20승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너무 먼 얘기다. 하지만 200이닝은 꼭 달성하고 싶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꾸준히 던져야 달성할 수 있는,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토종 20승 투수는 1999년 정민태(현대 유니콘스) 이후 16년 동안 나오지 않았다. 토종 투수 중 시즌 200이닝을 기록한 것도 2007년 류현진(한화 이글스, 211이닝)이 마지막이다. 유희관의 올 시즌 목표는 둘 다 이뤄지지 않았다.

“18승으로 다승 2위에 오르긴 했지만 시즌 막판 부진 탓에 20승을 못한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발목 부상을 당하기 전 15승을 내달릴 때만 해도 남은 등판에서 20승을 거두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봤다. 올 시즌 기복 없이 꾸준하게 나 나름대로 에이스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터라 자신도 있었는데 잠깐 동안 슬럼프에 빠지면서 잡을 수 없는 숫자가 되고 말았다. 18승도 어려운 일이었다. 내년에 또 그 숫자를 기록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 올 시즌 정말 좋은 기회였는데…. 200이닝 달성도 마찬가지다. 지나고 나니 더 아쉽다.”

#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

10월 25일, 김인식 프리미어12 대표팀 감독은 도박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삼성의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대신 장원준(두산) 임창민(NC) 심창민(삼성)을 뽑았다. 다승 2위 유희관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종 엔트리 확정 때도 유희관은 고배를 맛봤다. 본인은 “대표팀에 발탁된다면 가문의 영광으로 알겠다”라고 했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구속이 느린 유희관을 국제대회 마운드에 세울 뜻이 없었다. 아무리 제구력 달인이라고 해도 구위가 약하면 통하기 어렵다고 본 것.

“내가 대표팀에 발탁됐으면 오늘 ‘신동아’와 인터뷰하지 못했을 것이다(웃음). 결론은 내 탓 아니겠나. 부족한 면이 있어 선택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김인식 감독님께 믿음을 주지 못한 것도 있었을 테고. 좋은 쪽으로 이해하려 했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했는데, 대표팀 가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또 비난이 들끓고 그로 인해 올 시즌 내 노력과 성과가 다 묻힐 수도 있으니 이렇게 시즌을 정리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상무 시절부터 지금껏 쉼 없이 달려왔다. 더욱이 올 시즌은 예년보다 18경기 늘어난 144경기를 치르며 체력 부담이 컸다. 비록 대표팀에선 뛰지 못했지만 내년 시즌을 잘 준비하라는 메시지라고 여기고 체력 회복에 중점을 두며 비(非)시즌을 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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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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