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호

고려대의료원, 환자 중심 진료 시스템 혁신

  • 기획·정리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사진 고려대의료원 제공

    입력2019-12-02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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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 산업혁명 시대 병원은 질병 치료 공간에 머물 수 없다. 교육 및 연구, 의료기술 산업화의 중심이 될 것을 요구받는다. 고려대의료원은 이에 발맞춰 첨단기술 도입과 과감한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동시에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따뜻한 인술’도 펼치고 있다.
    1부 미래 의학 선도하는 KU Medicine
    2부 세계가 인정하는 환자안전시스템 고려대안암병원
    3부 중증질환치료 선두 주자 고려대구로병원
    4부 지역거점 통합치료의 중심 고려대안산병원


    미래의학 선도하는 ‘KU Medicine’
    세계 초일류 의료기관을 향해 도약하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의료계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이제 병원은 단순한 질병치료 공간을 넘어 연구와 의료기술 산업화까지 주도하는 미래의학의 중심 기지가 될 것을 요구받는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러한 시대 변화에 발맞춰 연구 인프라 확충과 시설 투자 노력을 거듭하며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단일 의료기관 가운데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을 두 개 갖고 있는 곳은 고려대의료원밖에 없다. 고려대안암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은 2013년 연구중심병원에 지정된 뒤 2016년, 2019년 연속해 최고의 성적으로 재지정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 국내 유일 연구 인프라 

    고려대의료원은 국내 학교법인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하게 의료기술지주회사 자회사도 설립했다. 현재 자회사가 15개에 이른다. 그중 뉴라클사이언스는 바이오 벤처로 치매·파킨슨병·루게릭병 등 난치병 치료 신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이 회사가 초기 투자금의 일부를 매각, 고려대의료원에 의학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연구기술 개발과 창업이 다시 연구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됐다. 

    이는 고려대의료원의 연구과제 수주액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2008년 190억 원 수준이던 연구과제 수주액은 2018년 665억 원으로 10년 만에 약 3.4배 늘었다. 같은 기간 특허출원 건수는 26건에서 221건으로 8.5배나 급증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러한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질병 없는 세상을 앞당기고,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최근 영문명을 기존의 ‘Korea University Medical Center(KUMC)’에서 ‘Korea University Medicine(KU Medicine)’으로 바꾼 것은 이런 의지를 잘 보여준다. 

    고려대의료원은 명칭을 바꾸며 로고도 변경했다. 하지만 교육구국 정신을 상징하는 방패, 정열을 의미하는 크림슨 컬러, 고려대의 기개를 담은 호랑이 등 기존 로고에 있던 대표 이미지는 그대로 뒀다. 1928년 설립된 민족 최초의 여자의학교육기관을 출발점으로 91년을 이어온 고려대의료원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며, 이를 밑거름 삼아 미래의학을 선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래의학 선도와 사회적 가치 실현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미래의학, 우리가 만들고 세계가 누린다(Enabling Future Medicine)’는 비전을 선포했다. 동시에 ‘생명 존중의 첨단의학으로 인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다’는 미션도 발표했다. 사람 중심, 환자 중심의 가치 실현은 고려대의료원이 90년 넘게 지켜온 기본 정신이기도 하다. 전신인 ‘조선여자의학강습소’가 당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던 여성을 진료할 여의사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후에도 고려대의료원은 공단과 농촌 등 의료소외 지역에 병원을 세워 박애의 정신을 실천해왔다. 이기형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앞으로 고려대의료원은 글로벌 바이오헬스 기술을 선도하는 연구를 통해 미래의학의 가치를 만들면서 동시에 사람이 중심 되는 사회공헌의 가치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연구와 진료가 공존하는 미래 병원
    의료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끈다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의료계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머잖은 미래에 우리가 만나게 될 병원 풍경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 분명하다. 고려대의료원은 2017년 정부가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추진하는 정밀의료사업의 두 가지 세부과제에 모두 선정되면서 이 변화를 선도할 의료기관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정밀의료사업의 선두주자

    당시 두 과제는 각각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과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사업으로, 총사업비가 769억 원에 이른다. 정밀의료는 유전체 정보 등을 토대로 환자를 분류해 각각의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제공하는 차세대 의료 서비스를 뜻한다. 최근 암 치료 분야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암 환자의 종양 조직을 떼어내 분석하면 유전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서다. 이를 토대로 환자에게 잘 맞는 표적항암제를 찾아내면 암 치료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고려대의료원이 주도하는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K-MASTER 사업단)은 이런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암 환자가 언제 어디서나 자신에게 잘 맞는 표적치료제를 구할 수 있게 하려면 일단 전국적 데이터베이스(DB)가 필요하다. K-MASTER 사업단은 이를 위해 2019년 9월까지 전국적으로 4477명의 암환자를 등록하고, 암유전체 4038건을 정리(프로파일링)했다. DB 구축도 한창이다. 2021년까지 총 1만 명의 유전체를 DB화할 계획이다. 

    K-MASTER 사업단은 전국 규모 임상시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직접 임상시험도 수행한다. 9월 현재 전국 52개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 15건이 진행되고 있다. 2021년까지 총 20개의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게 목표다.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사업도 ‘P-HIS 사업단’ 주도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P-HIS의 P는 Post(차세대), Precision(정밀), Personalized(개인화)를 의미하며, HIS는 ‘병원정보시스템’의 약자다. 지금까지는 개별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를 위한 프로그램(병원정보시스템)을 따로 사용하고, 서로 다른 형식의 환자 정보를 자체적으로 보관했다. P-HIS 사업단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 인프라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P-HIS를 구현하면 전국 의료기관이 의료 정보를 서로 교류·활용하고 어디서나 환자 정보에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P-HIS 사업단은 이 정보를 실시간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클라우드형 공유 HIS가 완성되면 환자 맞춤형 진단·치료를 통해 국민건강수명을 연장하고, 의료비 등 사회 비용을 줄이며, 나아가 관련 기술을 선도해 세계 정밀의료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공지능 3A 개발 

    고려대의료원의 연구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SK㈜C&C와 협력 개발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항생제 어드바이저 3A(Aibril Antibiotics Advisor)다. 3A는 환자의 증상 및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항생제 종류, 처방 방법, 추천 근거 등을 의료진에 제공하는 AI다. 최신 의학 논문을 분석하고, 고려대의료원의 노하우 등을 종합해 최적의 항생제를 찾아낸다. 

    현재 선택적 항생제 추천 엔진, 챗봇 프로토타입 등의 개발이 마무리된 상태다. 의학논문 및 가이드라인 등의 DB 구축도 끝났다. 조만간 3A 개발이 완료돼 의료 현장에서 본격 사용되면 항생제 처방의 전문성이 높아져 국내 의료 환경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항생제 사용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2016년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항생제 평균 소비량은 한국의 60%에 불과했다. 항생제 과용이 ‘슈퍼 박테리아’ 등 내성균 발현을 촉진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문제는 기초의료기관 의료진이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질병 종류와 상태에 최적화된 항생제 종류 및 용량을 일일이 검토해 처방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3A가 상급종합병원을 넘어 1, 2차 의료기관에까지 확산되면 좀 더 전문적인 항생제 처방이 가능해져 치료 효과 개선, 항생제 오남용 방지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ISO14155 인증 획득

    고려대의료원은 최근 종합병원으로는 세계 최초로 독일의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티유브이슈드(TU··V SU··D)로부터 국제 의료기기 임상시험 실시기관 인증(ISO14155 인증)을 받아 세계적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럽연합은 안전과 건강, 환경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한 의료기기에 CE 인증을 부여한다. 2020년 5월부터 CE 인증을 받으려면 반드시 ISO14155 규격을 만족하는 기관에서 실시한 임상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의료기기 업체는 해외에 임상시험을 의뢰하면서 개발비용 상승, 개발기간 연장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고려대의료원이 ISO14155 인증을 획득함에 따라 이런 불편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제는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로도 CE 인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ISO14155에 기반을 둔 기관의 임상시험 결과를 인정한다. 이 때문에 국내 의료기기 업체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활성화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기형 고려대 의무부총장은 “이번 인증을 계기로 변화하는 국제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의료기기 임상시험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더불어 미래의학을 실현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스마트 인텔리전트 병원

    한편 고려대의료원은 ‘스마트 인텔리전트 병원(Smart Intelligent Hospital)’ 구현을 목표로 관련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그 정점에는 3500여억 원이 투입되는 지상 11층, 지하 5층, 총면적 약 13만㎡(약 4만 평) 규모의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가 있다. 내년도 1차 공사가 마무리되고 2022년 완공되면 향후 이 건물에 첨단 과학기술과 의료 역량이 집결하게 된다.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 및 발전되며 미래 의료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고려대의료원은 이곳에서 정밀의료에 기반을 둔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현실화할 예정이다. 또 최첨단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 의료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해 치료효과와 환자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가 완공될 경우 새로 생기는 면적은 현재 고려대안암병원의 두 배에 이른다. 하지만 고려대의료원은 병상 수를 거의 늘리지 않기로 했다. 기존 병실 가운데 6인실을 모두 4인실로 바꾸고, 중환자실 및 수술실을 확장하며, 첨단장비 도입, 특성화센터 신설 등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고려대의료원 청담캠퍼스 조감도.

    고려대의료원 청담캠퍼스 조감도.

    고려대의료원은 미래 의료 혁신을 이끌기 위해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도 진료·교육·연구 기능을 수행할 새로운 캠퍼스를 짓는다. ‘KU MEDICINE 청담캠퍼스’로 명명된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 융복합시설로, 9월 24일 기공식이 열렸다. 이 건물에는 최첨단 특화진료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연구 및 교육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의대 설립 90주년을 맞아 미래 비전을 선포하면서 차세대 바이오메디컬 분야를 이끌어갈 10가지 기술도 선정, 발표했다. 각각 △암 정밀 진단·치료(Cancer Precision Medicine) △클라우드형 공유 병원정보시스템(Cloud-based Hospital Information System) △A.I. 기반 신약 설계(A.I.-based Drug Design) △체액생검(Liquid Biopsy) △휴먼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 △유전자 가위(Genome Editing) △페이션트 온 어 칩(Patient-on-a-chip) △3차원 장기 프린팅(3D Organ Printing) △착용형 소프트 로봇(Wearable Soft Robot) △메모리 에디팅(Memory Editing)이다. 연구 역량을 축적하고 의료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고려대의료원이 머잖아 ‘미래의학, 우리가 만들고 세계가 누린다’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가 인정하는 환자안전시스템
    고려대안암병원

    “의료사고를 없애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며, 환자 안전이야말로 의료기관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다.” 고려대안암병원의 소신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연구중심병원인 고려대안암병원은 탄탄한 연구 및 진료 역량을 갖춘 상태다. 이제는 한 차원 높은 목표를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다.

    •병원 안전의 국제표준 JCI 인증 획득
    •최소수혈외과병원 실현을 향한 전진
    •중증치료의 글로벌 허브 국제진료센터


    병원 안전의 국제표준 JCI 인증 획득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병원 문화 확립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이제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당수 대학병원 수술 실력이 해외 유수의 의료기관과 비교해 뒤지지 않고, 환자 생존율은 세계 평균을 상회한다. 그렇다면 이제 대한민국을 의료선진국이라고 불러도 될까. 이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는 의료기관 내 감염사고와 환자 안전사고 등이 대답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원장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지적해온 전문가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대한민국 의료는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병원 시설이 더 좋은가’보다 ‘어느 병원이 더 안전하고 적정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가’를 중요하게 여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원장은 이런 소신을 바탕으로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고려대안암병원이 지난해 8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의 4차 인증을 받은 것도 그 노력의 일부다. 

    JCI는 1994년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로, 세계 각국 의료기관의 안전도 및 의료 서비스 질을 평가한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퇴원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평가해 안전하고 진료 수준이 높은 의료기관에만 인증을 부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4회 연속 합격점

    세계 각지에서 선발된 JCI 심사위원들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일회용품부터 첨단 의료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비를 꼼꼼히 점검하고 의료진의 서비스 수준도 철저히 검증한다. 인증을 통과한 의료기관이 이를 유지하려면 3년마다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고려대안암병원은 2006년 JCI 인증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한 뒤 2009년, 2012년, 2015년에 이어 2018년에 이르기까지 총 4차에 걸쳐 연속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박종훈 원장은 2009년에 당시 적정진료관리위원장으로서 JCI인증 사업을 총괄해 고려대안암병원이 국제적인 의료기관으로 공인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2018년에는 병원장으로서 또 4차 인증의 주역이 됐다. 

    눈여겨볼 것은 2018년 4차 인증 때 JCI 6번째 개정판을 바탕으로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JCI 6판은 과거보다 점검 항목을 대폭 확대, 인증 문턱을 한층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8년 8월 20일 고려대안암병원을 방문한 JCI 심사단은 8월 24일까지 5일에 걸쳐 병원 곳곳을 둘러봤다. 환자 진료 및 진단 과정, 의료장비 수준, 감염예방 조치, 환자 안전 관리, 병원 시설 관리 등을 중심으로 모두 316개 인증기준, 1271개 항목을 점검했다. 이후 “병원 규정이 전반적으로 잘 마련돼 있고, 필수요건이 다 포함돼 있으며, 실제 진료도 이에 맞춰 잘 수행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고려대안암병원은 JCI 6판을 토대로 4차 인증까지 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병원이 됐다. 

    박종훈 원장은 “그동안 우리 병원은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JCI인증을 유지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4차 인증은 우리 병원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전 시스템을 갖고 있음을 다시 한번 인정받은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JCI 4차 인증 과정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당시 고려대안암병원이 평소 모습 그대로 조사에 임했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JCI 검증 과정이 워낙 까다롭다 보니 상당수 의료기관이 조사 기간에 일시적으로 환자 수를 줄인다. 그런데 고려대안암병원은 이런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했다. 이는 이 병원의 안전 문화가 이미 JCI 기준 이상으로 굳건히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한동안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규모 확대와 첨단의료장비 도입 등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시설 투자가 이어지면서 고급 호텔을 연상케 하는 병원도 다수 등장했다. 박종훈 원장은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의료기관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환자 안전”이라며 “이제는 겉포장보다 내실에 더 관심을 기울여 의료사고 없는 안전한 병원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려대안암병원 전반에 이런 의식이 확산되도록 해 이곳을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안전한 병원’으로 만드는 게 박 원장의 목표다. 

    “사소한 부주의와 실수를 없애라”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의료사고의 상당 부분은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다. 병원에서는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가 중대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이를 예방하고자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수술실에 들어간 의료진은 마취 직전 모두 한자리에 모여 환자 및 수술 부위, 수술 종류 등을 최종 확인한다. 이를 ‘타임아웃’이라고 부르는데, 의료사고를 예방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꼽힌다. 

    고려대안암병원은 또 수시로 환자안전라운딩을 진행해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즉각 확인, 보완한다. 매년 ‘환자안전의 날’ 행사를 개최해 의료 서비스 전달 과정에서 무심코 일어날 수 있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디자인씽킹’을 적극 도입해 환자가 병실 내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의료기관이 JCI 인증을 받는다고 진료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병원 경영에 직접적인 이득이 될 건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병 고치러 병원에 갔다가 오히려 병을 키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병원 내 감염 및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병원의 변화와 노력이 반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박종훈 원장은 “우리 병원 구성원들은 모두 환자 안전을 생명 존중의 시작으로 여긴다. 앞으로 이것을 대한민국 의료 문화로 뿌리내리게 하고 싶다”며 “고려대안암병원은 앞으로 의료안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의료기관으로 인정받아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최소수혈외과병원 실현을 향한 전진
    대한민국 의료의구조적 변화 이끈다


    수혈은 사람을 살리는 의술이다. 반면 간과하기 어려운 여러 위험성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아시아에서는 고려대안암병원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지난해 10월 무수혈센터를 개소했다. 이를 디딤돌 삼아 최소수혈외과병원 실현을 위해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수혈이 어떤 면에서 위험할까. 고려대안암병원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혈액은 채혈 후 타인에게 수혈하기까지 여러 번의 처리 및 보관 단계를 거친다. 그 과정에 있다. 신선하지 않은 혈액을 수혈할 경우 환자 체내에 염증반응이 생겨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심할 경우 장기부전으로 이어져 사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수혈은 일종의 장기이식”

    혈액이 신선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수혈은 그 자체로 발열과 알레르기, 호흡곤란, 저혈압, 급성 폐손상 등 면역반응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타인의 피를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혈액 내에는 200종류 이상의 단백질이 있다. 이 가운데 4분의 1에 이르는 약 25%는 아직 성분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것이 타인 신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밝혀진 바가 없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수혈 가이드라인(2016년 개정판)을 제정해 혈액 내 헤모글로빈 수치가 7g/㎗ 이하로 떨어질 때만 수혈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무시하고 약간의 출혈만 있어도 수혈을 실시하는 의료기관도 적잖다는 점이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이러한 관행적 수혈의 문제를 파악하고 2013년부터 자체적으로 수혈관리프로그램을 구축, 운영해왔다. 대량실혈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수혈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원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혈 환자 가운데 30%에서, 혈액에서 수십 년 후에도 타인의 DNA가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의료진은 수혈을 일종의 장기이식으로 인식하고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액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헌혈을 둘러싼 환경 변화다. 우리나라는 머잖아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헌혈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헌혈가능인구는 16세에서 69세 사이 건강한 성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약 3900만 명인 헌혈가능인구가 앞으로 해마다 급감해 2050년이 되면 2900만 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수혈 대상이 될 수 있는 노년층은 크게 늘어난다. 수혈이 지금처럼 이뤄질 경우 혈액 부족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의료계가 더 늦기 전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혈을 줄이는 첫 단계는 환자의 출혈을 줄이는 것이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과거에는 수술 대상 환자에게 빈혈 증상이 있을 경우 먼저 수혈을 한 뒤 수술을 시작했다. 이제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철저한 계획 아래 고용량 철분제, 조혈촉진제 등을 처방한 뒤 수술 일정을 잡는다. 혈액검사를 위한 채혈 과정도 체계화해 환자의 혈액 손실을 최소화한다. 


    무수혈·최소수혈 수술

    수술 과정에서는 정밀한 집도를 핵심으로 삼는다. 고려대안암병원 관계자는 “로봇수술도 출혈을 줄일 수 있는 옵션 가운데 하나”라며 “하지만 전통적인 수술법이라고 해서 반드시 출혈이 많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의사가 수술 중에 세심히 관심을 기울이면 출혈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수술 중 배출된 혈액을 회수해 정제한 뒤 다시 환자에게 공급하는 자가수혈장비 ‘셀세이버’도 활용한다. 셀세이버를 적절히 사용하면 혈액 1~2팩(500~800㏄) 정도의 수혈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수술 후에도 수혈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수술 부위에 국소지혈제를 삽입했다가 일정시간 이후 제거하면 배액관을 통해 이뤄지는 출혈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 

    무수혈센터가 개소하기 전인 2013년부터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에서는 수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실천해왔다. 그 결과는 놀랍다. 환자 1만 명당 수혈량이 6년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2년 157.5유닛(1유닛은 일반적으로 400ml)에 이르던 혈액 사용량이 2018년 76.4유닛으로 급감했다. 

    최근 한 60대 환자는 고려대안암병원에서 수혈 없이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기도 했다. 양쪽 무릎에 동시에 인공관절을 넣을 경우 출혈이 많아 보통 2유닛 이상의 수혈이 요구된다. 환자가 무수혈 수술을 원하자 의료진은 다각도로 방법을 모색했다. 

    수술 3주 전부터 주사용 고용량 철분제를 투여하고, 수술 전날 입원해 주사용 지혈제를 투여했다. 수술 중에는 출혈이 생길 때마다 즉각 지혈을 실시하고, 피가 흐르는 것을 최소화하는 국소 지혈제를 사용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 결과 수술 전 14.2였던 이 환자의 헤모글로빈 수치는 수술 후 11.1로 유지될 수 있었다. 수술 후 6일째에는 양쪽 무릎 수술 부위에서 배어나오는 삼출출혈로 헤모글로빈 수치가 7.7까지 떨어졌지만, 경구용 철분제 사용 등 적절한 조치 덕에 정상수치를 회복했다. 이 환자는 수혈을 전혀 받지 않은 채로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아시아 미래의료의 중심

    박종훈 원장은 “이제는 종교적 신념 등 다양한 사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들도 최상위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모든 인류가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병원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고려대안암병원이 추구하는 최소수혈외과병원 실현은 구한말 여성의사를 양성하고 의료소외계층에게 사랑의 인술을 베푼 고려대의대의 박애정신과 일맥상통한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국내 상위권 상급종합병원이라면 어디든 수술 실력은 믿을 만하다. 우리는 그에 더해 환자 안전, 구체적으로는 ‘수혈 최소화’까지 추구한다. 이것이 기존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시대정신이라고 믿는다. 고려대안암병원이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미래를 철저히 준비하면 머잖아 중국, 일본 등 해외 수련의가 우리의 앞선 의료 트렌드를 배우고자 한국을 찾게 될 것이다.”

    중증치료의 글로벌 허브 국제진료센터
    대한민국 의료기술로세계 환자에 희망 선물


    건강검진이나 성형수술 등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많다는 건 이미 뉴스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은 의료한류의 중심이 이들 분야라고 생각했다. 고려대안암병원 국제진료센터를 둘러보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 이곳에는 중증질환을 가진 외국인 환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연간 1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고려대안암병원을 찾아 암수술, 심혈관질환 치료, 장기이식 등을 받는다. 본국에서 적절한 처치를 받기 어려운 고난도 질환을 치료하고자 한국 땅을 밟는 것이다. 

    2009년 고려대안암병원 국제진료센터가 개소할 당시만 해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첫해엔 외국인 환자 수가 채 1000명이 안 됐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제는 중국, 동남아는 물론이고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을 넘어 의료선진국으로 통하는 미국, 유럽에서까지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중증질환 치료에 특화된 고려대안암병원 국제진료센터의 명성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고려대안암병원이 2009년 이후 꾸준히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은 것이 외국인 환자 증가의 한 원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JCI 인증은 곧 병원 시스템이 국제적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글로벌 의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병원

    또 고려대안암병원은 일찍부터 중증환자 치료에 역점을 두고 로봇을 이용한 암 치료 및 심혈관계 치료, 장기이식술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의료기술을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외국인에게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와 더불어 최고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고려대안암병원의 강점이다. 이 병원 국제진료센터는 통역은 물론 공항 픽업, 에스코트, 숙소 예약부터 병원 진료까지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환자가 고국에 돌아간 뒤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이어간다. 

    또 환자가 많이 찾는 국가의 의료진과 교류해 해당 국가 내 의료시설 및 의료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노력도 펼치고 있다. 세계보건의료의 균형 발전에 기여해 더 많은 사람이 건강과 생명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으로 고려대안암병원 국제진료센터는 ‘2018 대한민국 보건의료대상’ 시상식에서 종합병원 부문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상을 받았다. 세계 각국에 한국의 우수한 의료를 전파하는 동시에 해외 환자 유치, 대한민국 의료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곽정면 고려대안암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멀리서 오신 손님을 소홀함 없이 대하는 건 우리 전통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의료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으로서 한국 의료의 우수성뿐 아니라 우리의 정과 문화까지 전달하는 민간 대사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증질환치료 선두 주자
    고려대구로병원

    고려대구로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중 6명은 중환자다. 정부가 정한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중환자 비율 기준 35%를 크게 웃돈다. 중환자가 많이 찾는다는 건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음을 의미한다. 의료진이 응급 상황에 잘 대처하고 어려운 병 잘 고치기로 정평이 나 있다는 뜻이다.

    •서울 유일 ‘A등급’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증도 국내 1위, 최강의 중환자치료 시스템
    •국내 최초·유일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


    중증응급환자 치료 위한 최적의 인프라·의료진
    서울 유일 ‘A등급’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진료, 재난 대비·대응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응급의료기관이다. 2019년 1월 현재 전국 35개, 수도권에 15개가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이 가운데 최고 수준의 인프라, 의료진,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6년 9월 개소 후 2017, 2018년 연속으로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특히 2018년에는 서울 소재 권역응급의료센터 중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아 고려대구로병원의 성가를 높였다. 윤영훈 고려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그 비결 중 하나로 패스트 트랙(fast track) 시스템을 꼽았다. 환자의 응급실 체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이름 그대로 ‘빠른’ 의료 서비스를 뜻한다. 


    ‘골든 아워’ 지키는 ‘패스트 트랙’

    고려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환자가 도착하면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파악해 담당 진료과를 판별한다. 이를 병원 내 시스템에 입력하면 즉시 외상팀, 심혈관센터, 뇌신경센터 등 관련 진료과 전문의에게 호출 신호가 간다. 윤영훈 센터장은 “과거에는 응급실 담당자가 해당 과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전공의를 보내도록 요청해야 했다. 지금은 클릭 한 번만 하면 담당 전문의에게 알람이 울린다. 예를 들어 심혈관계에 문제가 있는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오면 순환기내과 전문의한테 곧바로 통보된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보통 병원에서 응급실 당직을 담당하는 전공의가 아니라 각 분야 전문의가 직접 진료를 담당한다는 점이다. 이는 환자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인 시간, 이른바 ‘골든 아워’를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한다. 

    고려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의 또 다른 특징은 ‘신속한 턴오버(turnover)’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턴오버는 병상 회전을 뜻한다. 응급실에서 턴오버가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건 달리 말하면 환자가 응급실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얘기다. 

    응급실 하면 환자가 붐비는 복잡하고 정신없는 공간을 떠올리기 쉽다. 응급처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처치를 받은 후에도 환자가 일반 병실로 이동하지 못해 주로 발생하는 문제다. 고려대구로병원은 전산 효율화를 통한 ‘패스트 트랙’ 시스템으로 첫 문제를 풀어냈다. 두 번째 문제 또한 마찬가지 방법으로 해결했다. 


    항공응급의료, 감염병 대응 시스템도 구축

    과거엔 응급실 환자가 일반 병실로 이동하려면 응급실 담당자-원무과 직원-병동 간호사 사이에 전화 통화와 협의가 필요했다. 지금은 전산 시스템을 이용해 훨씬 쉽고 간편하게 모든 과정을 끝낼 수 있다. 고려대구로병원에 따르면 ‘패스트 트랙’과 ‘턴오버’ 시스템이 구축된 뒤 환자가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이 평균 30분 이상 줄었다. 이로써 응급실의 오랜 고민이던 환자 적체 문제가 사라졌다. 

    고려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연이은 ‘A등급’ 평가가 시스템 효율화만으로 가능했던 건 아니다. 고려대구로병원은 중증응급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자 권역 내 응급실을 가진 병원과 협의체를 구성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서울시 119 특수구조단, 각 지역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도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신관 옥상에 설치한 헬기 이착륙 시설 ‘헬리포트’를 이용하는 항공응급의료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로구청, 구로소방서, 구로경찰서, 군부대 및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주기적으로 ‘재난대응 안전한국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국가 재난 상황에도 상시 대비한다. 

    고려대구로병원은 중증응급환자와 감염병환자 진료 분야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중증응급환자의 집중 치료 및 관리를 위해 권역응급의료센터 내에 별도의 진료구역을 마련했다. 또 2010년 감염병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될 당시 구축한 음압병실을 확장해 별도 출입구를 갖춘 감염 격리진료실을 조성했다. 

    이 모든 인프라와 시스템을 관리, 운영하는 건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이다. 고려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만 10명에 이른다. 이들이 병원 내 다른 진료과와 유기적으로 협진해 다양한 응급상황에 대응한다. 고려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총상, 다발성 골절, 출혈 환자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중증외상팀'도 구성돼 있다. 24시간 응급수술이 가능한 체제다. 의사들과 더불어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각자의 전문성을 갖춘 숙련 인력도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윤영훈 센터장은 “고려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그동안 최고의 인프라, 시스템, 인력을 갖추고 효율적으로 운용하고자 최선을 다해왔다”며 “앞으로 어떤 상황에도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중증도 국내 1위, 최강의 중환자치료 시스템
    다학제 진료 통한 중환자 집중케어


    10월 2일 오전 7시, 출장차 한국을 찾았던 프랑스인 다니엘 나파르(66) 씨에게 갑작스레 극심한 기침과 구토,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났다. 그가 119 구급차에 실려 고려대구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하자마자 심정지가 일어날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 의료진이 곧바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해 생명의 불씨를 되살렸지만, 심정지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 도중 또 한 차례 심정지가 발생했다. 의료진은 다시 심폐소생술을 해서 기적적으로 환자 호흡을 살려내고 그를 재빨리 응급중환자실로 옮겼다. 고려대구로병원이 국가 지정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최첨단 인프라를 갖춘 곳이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나파르 씨는 한국에 잠시 방문한 상태라 과거 의료기록이 전무했다. 의료진은 오직 환자 상태만을 보면서 최적의 치료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때 고려대구로병원의 중환자 다학제 집중치료 시스템이 빛을 발했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는 즉시 신장내과와 논의해 24시간 혈액투석(CRRT)을 시작했다. 그러고도 호전의 기미가 없자 흉부외과 협진으로 체외순환장치인 에크모를 사용했다. 여러 의료진의 전문적 처치 덕에 나파르 씨는 입원 다음 날부터 혈압이 안정되고 3일째부터 의식이 되돌아왔다. 그는 언어, 운동능력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어떤 기능상의 후유증도 없는 상태로 무사히 프랑스에 돌아갔다. 심정지를 겪은 환자가 이렇게 회복하는 것은 기적이라 할 만큼 드문 일이다. 


    생명 구하는 탄탄한 팀워크

    이영석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나파르 씨 같은 상태는 소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 설령 살아난다 해도 심정지를 두 차례나 겪은 탓에 뇌손상으로 의식을 찾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파르 씨는 입원 일주일 만에 에크모를 제거하고 8일째에는 인공호흡기 없이도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그 비결로 고려대구로병원의 탄탄한 ‘팀워크’를 꼽았다. 

    “나파르 씨는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왔을 때 즉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엔 신장내과, 흉부외과가 협업해 신속하게 치료했다. 이것이 우리 중환자실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비율 기준은 35%다. 그런데 고려대구로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은 이를 훨씬 웃도는 57%에 이른다. 국내 최고 수준이다. 중환자가 많이 찾는 병원이라는 뜻이고, 그만큼 환자와 1, 2차 의료기관 종사자들 사이에서 신뢰가 높다고도 볼 수 있다. 

    중환자의 경우 사소한 처치 하나로 생사가 달라질 수 있다. 중환자실은 이처럼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는 환자가 고도의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는 곳이기 때문에 최상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최근 고령화에 따른 중증질환 증가, 메르스 사태 같은 감염병 재난 빈발로 중환자실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고려대구로병원은 바로 이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소생률 높이는 다학제 회의

    고려대구로병원 중환자실 시스템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건 주3회 실시하는 다학제 회의다. 중환자실 환자 상태는 시시각각 변한다. 이를 수시로 관찰 및 평가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찾고자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게 고려대구로병원의 자랑이다. 

    예를 들어 매주 월요일에는 ‘중환자실 환자 퇴실 조정위원회’가 열린다.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담당 간호사, 담당 주치의 등이 모여 환자 차트를 보면서 해당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도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자리다. 김남렬 고려대구로병원 중환자실장(중환자외상외과 교수)은 “중환자실은 늘 베드가 모자란다. 위급한 환자가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려면 중환자실 담당자와 환자 주치의 사이에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화요일에는 ‘다학제 다직종 회의’를 연다. 이번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담당 간호사, 영양사 등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별로 필요한 영양분이 무엇인지, 이를 효과적으로 공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협의한다. 이어 수요일에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담당 간호사, 약사 등이 참여해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회의’를 한다. 

    고려대구로병원에는 일반 병실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대처하는 ‘신속대응팀(RRT·Rapid Response Team)’도 구성돼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중환자실에서 급성 심정지 상황이 발생할 경우 환자의 생존율은 50% 수준이다. 반면 일반 병실 환자에게 급성 심정지가 나타날 경우 생존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응급 상황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느냐가 생사를 가른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급성 심정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50% 이상의 환자에게서 보통 하루 전, 최소 8시간 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환자에게 심정지가 일어나기 전 사전조치를 취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 병원은 이에 따라 환자 상태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추세라고 한다. 

    심정지 발생 ‘제로’ 목표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구로병원이 앞서 움직였다. 2017년 고려대구로병원은 우선 외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RRT를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병동 간호사를 대상으로 급성 심정지 전 이상 징후에 대해 8차에 걸친 심층교육을 하는 등 꼼꼼히 준비했다. 

    현재 고려대구로병원의 신속대응시스템은 크게 ‘콜링 시스템’과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나뉜다. 먼저 콜링 시스템은 일선에서 환자를 보는 병동 간호사와 전공의가 주축이 돼 운영한다. 환자에게서 심정지 발생 전 나타나는 10가지 징후 중 3가지 이상이 나타나면 즉시 RRT를 호출하게 하는 방식이다. 고려대구로병원은 바쁜 의료진이 징후를 놓치는 것을 방지하고자 RRT 전문 간호사를 충원, 추가로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들은 콜링 시스템에서 체크하는 10가지 이상 징후 외에 더 많은 징후를 컴퓨터로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상당수 병원이 콜링 시스템이나 모니터링 시스템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적으로 운영하는 반면, 고려대구로병원은 환자 안전을 기하고자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RRT 운영 1년 만에 원내 급성 심정지 환자 수가 4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이들은 일반 병실뿐 아니라 중환자실에서도 환자 안전 유지와 생명 보호를 위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고려대구로병원 중환자실은 총 94병상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 외과계/내과계/응급중환자실/신생아중환자실/통합중환자실 등 다섯 파트로 나뉘는데, 이 중 통합중환자실은 1인실과 2인실로만 구성된 게 특징이다. 올 9월 문을 열면서 독립된 공간에서 환자별 집중 치료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다. 통합중환자실에서는 한 명의 간호사가 최다 2명의 환자를 전담 모니터링한다. 위기 상황 발생 시 의료진이 재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고려대구로병원 중환자실은 최근 시스템적으로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뤘다. 앞으로 중환자실을 과별로 세분화해 전문성과 치료의 질을 더욱 높이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골든아워’ 지키는 외상전문의 육성 요람
    국내 최초·유일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


    보건복지부는 2014년 고려대구로병원을 국내 최초, 유일의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로 지정했다. 중증외상은 치명적인 교통사고, 낙상, 자상, 총상 등에 따른 다발성 골절·출혈 등을 가리키는 용어다. 중증외상 환자는 일반적으로 생명이 매우 위태롭다. 즉각적이고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하다.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는 바로 그것을 담당할 의사를 집중 육성하는 곳이다. 

    보건복지부는 왜 고려대구로병원을 선택했을까. 전문가들은 고려대구로병원이 보건복지부 지정을 받기 전부터 자체적으로 중증외상환자 전담 치료팀을 운영해온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고려대구로병원만의 특별한 DNA

    중증외상환자는 병원 경영 측면에서 보면 환영하기 힘든 존재다. 이들을 살리는 데는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이 투여된다. 문제는 우리나라 의료수가 체계 특성상 투입비용 전체를 보전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병원이 환자 치료 후 수익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손실을 떠안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련 분야 투자를 망설이는 병원이 적잖다.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중증외상치료 불모지로 여겨진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런데 고려대구로병원은 달랐다. 오종건 고려대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장(정형외과 교수)은 2012년 병원장을 찾아가 ‘외상외과 의사를 채용해달라’고 요청하던 순간을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오 교수가 당시 “병원에 수익은 안되겠지만 우리한테는 외상외과 의사가 필요하다”고 하자 병원장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대학병원이 어떻게 돈 되는 것만 하나. 외상외과 전문인력을 키우는 것은 대학병원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이를 계기로 고려대구로병원에는 전문중증외상팀이 꾸려졌다. 아직 국가 지원을 받기 전의 일이다. 오 교수는 그 배경에 고려대구로병원만의 ‘특별한 유전자’가 있다고 말한다. 고려대구로병원은 1983년, 당시 공장 밀집지였던 서울 구로공단 인근에 문을 열었다. 공장에서 일하다 절단·골절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수시로 병원에 실려 왔다. 의료진은 외상환자를 자주 접하며 자연스레 외상환자를 대하는 남다른 자세와 진정성을 갖춰갔고, 관련 분야 실력과 전문성도 쌓아나갔다. 그것이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 지정의 밑거름이 됐다는 설명이다. 


    외상전문의 특화 프로그램

    고려대구로병원은 이에 더해 뛰어난 인적 자원과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도 갖고 있다. 국내 최초·유일의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를 이끄는 오 교수는 외상골절 및 골수염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 ‘명의’로 손꼽힌다. 같은 분야 전문가인 정형외과 조재우 교수, 중환자외상외과 조준민 교수 등도 지도전문의로서 중증외상전문의수련생들에게 광범위한 지식과 술기를 전수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외상외과 세부전문의가 되려면 2년의 수련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 기간 수련의는 외상 관련 임상과(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에서 순환 근무하며 중환자 치료 및 정규수술, 응급수술 등에 참여한다. 더불어 고려대구로병원이 마련한 각종 콘퍼런스, 워크숍, 심포지엄 등에도 참석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카데바 워크숍’이다. 카데바는 해부용 시신을 뜻한다. 카데바 워크숍은 이름 그대로 카데바를 이용해 환자를 직접 수술하듯 진행하는 실습을 가리키는 용어다. 고려대구로병원은 최고의 외상외과 전문의를 육성하고자 1년에 2회씩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년에 2~3명씩 관련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특화된 교육의 장도 마련한다. 20년 이상 외과의사로 활동한 선배 전문의가 고려대구로병원을 찾아와 수련생들에게 노하우를 전하고,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도 갖는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외상외과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함께 모여 진행하는 다학제 콘퍼런스도 고려대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의 자랑이다. 

    고려대구로병원에는 다발성 중증외상 환자 전용 병상과 외상 전용 수술실 등이 갖춰져 있다. 또 병원 내에 서울 최고 등급의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설치돼 있다. 정형외과, 외과, 영상의학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여러 진료과와의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도 구축했다. 여기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각 지역 소방서, 서울시 119 특수구조단 등 유관기관과 협력 체계를 이뤄 중증외상 환자 케어를 위한 만반의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다. 

    중증외상 치료 분야 리더 육성 

    이런 환경에서 지금까지 고려대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가 길러낸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는 정형외과 5명, 신경외과 2명, 외상외과 2명 등 모두 9명이다. 현재는 신경외과 전문의 1명, 정형외과 전문의 2명이 외상외과 세부전문의가 되고자 추가 수련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하고 1년간 외상전문의 수련을 받다 고려대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수련센터로 옮겨왔다. 그는 “골절치료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오종건 교수님께 지도받고 싶어 이곳에 지원했다”며 “와보니 훌륭한 교수님이 계실뿐 아니라 외상환자 케이스가 많아 좀 더 깊이 있는 수련을 받을 수 있는 점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지역거점 통합치료의 중심
    고려대안산병원

    고려대안산병원은 경기 안산·시흥·화성 지역에 하나뿐인 상급종합병원이다. 수도권 개발로 지역 인구가 늘면서 의료 수요 또한 급증한 상황. 고려대안산병원은 정상급 의료진과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추고 지역의 거점의료기관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병원 내에 다문화가정 지원기구 ‘로제타홀 센터’를 만드는 등 소외된 이웃을 돕는 활동도 계속한다.

    •복지부 지정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경기남부 유일의 소아심장수술전문병원
    •경기남부 중증도 1위 암센터


    복지부지정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진료과 협진으로건강한 임신·출산 지원


    보건복지부는 2018년 6월 고려대안산병원을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고위험산모는 엄마나 아기에게 합병증이 동반되기 쉬운 상태에 있는 산모를 말한다. 산모가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임신 중 감염, 임신성 당뇨 등으로 진단받은 경우 △고령인 경우 △쌍둥이 등 다태아를 임신한 경우 △저체중 또는 비만인 경우 △담배를 피우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등 여러 요인을 기준으로 삼는다. 자궁 내 태아 발육이 지연돼도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정부는 이러한 고위험산모의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임신 및 출산, 중증질환 신생아 치료까지 종합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지정하고 있다. 바로 이 사업에 고려대안산병원이 선정된 것이다. 

    임신중독증 환자 치료 

    최근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고위험산모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35세 이상 산모는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고위험산모군에 속한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모 중 35세 이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 26.4%, 2017년 29.4%를 거쳐 2018년에는 31.8%에 달했다. 산모 3명 중 1명꼴이다. 고려대안산병원은 바로 이들의 임신·출산을 돕고 신생아 건강을 돌보는 데 강점을 갖고 있다. 

    경기 안산에 사는 김모(35) 씨는 임신 중 몸이 퉁퉁 붓고 구토와 고열까지 동반되는 임신중독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 안전까지 우려되자 그는 9월, 경기 서남부지역 유일의 고위험산모·신생아 집중치료센터가 있는 고려대안산병원에 입원했다. 진단 결과 김씨는 조기양막파열로 자궁이 이미 상당부분 열린 상태였다. 의료진은 출산을 지체할 경우 태아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24시간 대기 중인 마취통증의학과 담당의와 협진으로 즉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실시했다. 조산으로 두 달 일찍 세상에 나온 아이는 출생 당시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당직 의료진에 인계돼 즉시 집중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약 한 달 만에 호흡이 안정되고, 몸무게도 4kg까지 늘어난 아이는 엄마와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고려대안산병원의 실력 있는 의료진과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이 산모 및 아이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고위험산모와 신생아는 시시각각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진료가 필수적이다. 고려대안산병원은 1985년 개원 당시부터 안산, 시흥, 화성 등 인근지역 산모와 신생아 건강을 돌보며 이 분야에 전문성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지역 내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중소 병·의원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임신중독증이나 자궁경관무력증이 있는 산모의 경우 고려대안산병원에서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다른 의료기관에서 분만하다 출혈 등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손쉽고 빠른 이송이 가능하도록 응급프로세스도 갖췄다. 의료진은 지역의료기관과의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발전된 의료지식을 전달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고려대안산병원은 이런 노력으로 지역 의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보건의료대상을 받았다.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집중 관리

    고위험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지키고자 병원 내 여러 진료과가 협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도 고려대안산병원의 강점이다. 고위험산모가 내원 또는 이송되면, 고려대안산병원에서는 일차적으로 전공의가 환자 상태를 파악한 후 즉시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보고한다. 이 과정에서 입원이 결정되면 임상 영역별로 진료 연계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해 즉각 협진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패혈증, 외상 등 산과 외 합병증이 있는 산모가 입원할 경우 신경외과, 심장내과, 감염내과, 중증외과 등 해당 진료과와 연계해 문제를 해결한다. 소아외과,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 영상의학과의 소아 담당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도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는 고위험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진료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진행된다. 최근 미숙아 출생 비율은 날로 상승하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은 이들의 생존율을 높이고 건강을 지키고자 집중치료실에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투여하고 있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신생아계) 사이에 체계적인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 고위험산모가 낳은 고위험신생아가 즉각적으로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건 기본이다. 또 병원 내에 체중 1.5kg 미만 신생아를 위한 전용 병상을 두고 지역 내 산부인과들과 진료지원 체계도 마련해뒀다. 지역 내 신생아 집중치료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한 진료

    경기도의 신생아 치료 환경은 서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2018년 현재 관내 출생아 수는 약 88만2000여 명이지만, 신생아 집중치료병상은 331개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은 출생아 수가 약 58만1000명인 데 비해 병상은 587개를 확보하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고려대안산병원은 더욱 수준 높은 진단 및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고위험산모·신생아 집중치료센터에는 태아의 심장 상태, 산모의 자궁수축 여부 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기기가 설치돼 있다. 의료진은 중앙 전산 시스템을 통해 산모 상태를 실시간 확인한다. 

    현재 고려대안산병원에는 고위험 산모실 8병상, 진통실 3병상, 신생아중환자실 25병상 등이 운영되고 있다. 산과 전문의 4명과 신생아 전문의 3명, 19명의 전공의와 45명의 간호사로 구성된 인력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들은 환자 상태에 따라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상시 회진 시스템을 갖추고 각 진료과와 비상연락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관계자는 “기본에 충실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의무기록 충실화, 외래 정시진료, 충분한 환자 설명, 감염관리 등에 대한 캠페인도 상시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경기 서남권 지역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책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남부 유일의 소아심장수술전문병원
    한국 넘어 아이티까지‘사랑의 의술’ 펼쳐


    8월 출산한 박모(33) 씨는 어느 날 아이의 입술과 손톱 아랫부분이 파랗게 변하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집 주변 병원으로 달려가자 의사는 심장질환이 의심된다며 소아심장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고려대안산병원을 찾은 뒤에야 아이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 아이는 심실중격결손증(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에 구멍이 생기는 질병)과 동맥관개존증(동맥관이 닫히지 않는 질병)을 동시에 가진 상태로 밝혀졌다.
     
    이러한 복합 심장질환을 치료하려면 가슴을 열어 수술하는 개흉술이 불가피하다. 박씨는 갓 태어난 아이 몸에 칼을 대는 것을 망설였으나 의료진과 논의 끝에 수술을 결정했다. 아이는 일차적으로 심장을 감싸고 있는 막인 심낭막을 이용해 심실의 결손부위를 막는 수술을 받았고, 이후 추가로 동맥관도 봉합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진행돼 현재는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속에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의학기술이 날로 고도화하고 있지만 선천적으로 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는 여전히 적지 않다. 그중 대표적인 게 심장질환이다. 이는 심장의 기형 또는 장애 등으로 인해 혈액을 통한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신생아의 약 1%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다. 문제는 다 자라지 않은 아이 심장을 세밀하게 수술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상급 종합병원 중에서도 신생아 심장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은 그리 많지 않다. 경기도에서는 고려대안산병원이 유일하다. 


    정확한 진단, 전문적 수술

    고려대안산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젊은 부부가 많이 사는 경기 서남부권의 유일한 상급 종합병원이다. 소아환자 비율이 높은 이 지역에서 가정의 행복을 지키려면 소아심장센터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체구가 성인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신생아의 가슴을 열어 혈관을 직접 만지면서 수술을 진행하는 신생아 심장 개흉술은 매우 어려운 수술로 손꼽힌다. 특히 아이의 현재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후 성장과 그에 따른 신체 변형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의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의사와 신생아 사이에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것도 의료진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의료진은 말 못하는 아이가 느낄 불편함과 향후 겪을지 모를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려대안산병원은 이에 대응하고자 경험 많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등으로 소아심장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출산 전부터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종합적인 치료 방식을 마련한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 전문의가 산전검사 과정에서 태아의 심장 이상을 발견하면 즉시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다른 분야 전문의와 함께 협진을 논의하는 식이다. 아이가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서 다 개흉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증상에 따라서는 혈관에 특정 장치를 넣는 시술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각 분야 의료진의 전문성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웃을 돌보는 의료 서비스

    수술 단계에는 집도를 책임지는 흉부외과 의료진과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 간호사 사이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심장수술 전문팀은 그동안 수많은 수술을 통해 손발을 맞추며 수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왔다. 

    고려대안산병원이 선천성 소아심장 질환자의 질병만 치료해주는 게 아니다. 이 병원 의료진은 자녀의 질병과 치료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부모들의 마음까지 달래주는 나눔의 의술로 주목받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이 위치한 경기도 안산은 다문화가정 밀집 지역이다.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외국인 가정도 흔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경제적 어려움과 언어 불편 때문에 병원 문을 쉽게 두드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고려대안산병원은 2017년 이들을 돕고자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최초로 다문화가정 지원기구 ‘로제타홀 센터’를 만들었다. 

    ‘로제타홀’이라는 명칭은 1928년 우리나라에 최초의 여자의학교육기관 ‘조선여자의학강습소’를 설립한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 이름에서 따왔다. 그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의료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의료선교사로 활동하며, 소외계층에게 많은 의료 혜택을 베푼 인물이다. 홀 여사가 세운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고려대의료원의 전신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고려대안산병원은 로제타홀센터를 통해 외국인 가정 아이들에게 의료비 및 외국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의료복지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한국심장재단과 연계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아심장환자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아이티 아이들의 미소 

    고려대안산병원이 펼치는 나눔의 의술은 세계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은 2010년 아이티대지진 당시 참사 현장으로 의료봉사단을 파견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의 소아심장환자를 우리나라로 초청해 치료해주는 활동도 펼친다. 올해도 생후 15개월부터 21세에 이르는 환자 6명이 고려대안산병원을 방문해 심장수술을 받고 약 한 달간 회복 기간을 거친 뒤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들 중 21세 여성은 2012년 고려대안산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로, 현지에서 진행한 정기검사 결과 추가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다시 한국 땅을 밟게 됐다. 그의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신재승 교수는 “건강한 삶을 꿈꾸며 우리나라까지 먼 여행을 결정하고 힘든 수술을 꿋꿋하게 버틴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앞으로도 소아심장환자 의료지원을 계속해 아이티 아이들의 미래를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장기영 교수는 “아이티 소아심장환자 초청 무료수술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해외의료봉사활동이다. 고려대안산병원의 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현지에서 건강하게 성장해 훗날 양국 교류의 초석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 어린이를 위한 의술도 계속 펼쳐나갈 방침이다. 고려대안산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선천성 심장질환자에게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 거점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 중증도 1위 암센터
    국내 최고 의료진,최첨단 의료장비 확보


    2014년 11월 암센터를 개소한 고려대안산병원은 명실상부한 수도권 암치료의 거점으로, 현재 경기 남부지역 병원 가운데 중증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증도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전체 환자 중 중증질환 환자 비율을 의미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도가 높다는 것은 곧 중환자가 믿고 찾을 수 있을 만큼 의료 역량이 뛰어난 병원이라는 의미가 된다. 

    진단·치료·재활 원스톱 서비스 

    고려대안산병원 암센터의 강점은 ‘진단-검사-치료-재활’로 이어지는 원스톱서비스 시스템을 갖추고 환자 및 보호자와 함께하는 다학제 진료를 시행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간암환자가 내원하면 간담췌외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등 관련 과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 과정에서 방사선치료와 경동맥화학색전술, 고주파열치료를 병행하는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곧바로 환자 치료에 적용된다. 고려대안산병원소화기내과 임형준 교수는 이런 회의가 암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평했다. 

    고려대안산병원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암환자 진단 및 치료에 특화된 최신 장비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려대안산병원이 도입한 ‘IQON Spectral CT’의 경우 기존 CT보다 방사선량이 적다. 또 한 번의 촬영으로 CT 영상과 인체조직의 구성 물질 정보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 고려대안산병원은 국내 최초로 Q.clear 기능이 포함된 ‘PET-CT’도 설치했다. 이는 기존 PET-CT에 비해 해상도와 진단 정확도가 크게 높아진 장비다. 

    암환자 수술에는 최첨단 수술로봇 다빈치(Davinci) Xi가 활용된다. 과거 암수술은 보통 개복 방식으로 이뤄졌다. 반면 로봇수술은 인체에 로봇 팔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만 뚫어 진행한다. 이 경우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 출혈량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특히 다빈치 Xi의 로봇 팔은 기존 로봇 팔보다 작동 범위가 넓고, 길다. 움직임은 더욱 얇고 정밀해져 암 수술 시 주변 장기를 손상하지 않은 채 암 조직만 정확하고 섬세하게 떼어내는 게 가능해졌다. 


    최신형 트루빔 STx

    고려대안산병원 암센터는 항암치료도 담당한다. 최근 이곳에서 가장 각광받는 치료장비는 8월 도입한 방사선 치료기 ‘트루빔(TrueBeam) STx’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50세 김모 씨는 잦은 기침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진단을 받았다. 이미 암이 상당 부분 번져 외과적 수술을 받는다면 왼쪽 폐를 모두 절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의료진과 논의한 끝에 수술 대신 방사선 치료를 선택했고, 10회에 걸쳐 고선량 방사선을 조사(照射)한 뒤 암이 모두 제거된 것을 확인했다. 지금은 정기적 추적관찰을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기존 방사선치료기와 비교할 때 방사선 조사량과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트루빔 STx에는 환자가 숨 쉴 때마다 수시로 바뀌는 종양 위치를 추적하는 시스템이 달려 있다. 또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누워 있는 테이블을 움직여 다양한 방향에서 방사선을 조사해주는 하이퍼 아크(HyperArc) 시스템도 탑재됐다. 이에 따라 신체 깊숙한 부위 종양이나 혈관 주위 종양 치료, 재발 또는 전이암 치료, 뇌종양과 두경부암 치료 등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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