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중위권 붕괴 부른 원격수업, 학원만도 못한 학교 탓!

[민경우 586칼럼①] “애가 게임화면 띄워놓고 수업 들어”…사실상 수업해체

  • 민경우 민경우수학교육연구소 소장

    mkw1972@hanmail.net

    입력2020-10-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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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 결과 중간층 붕괴 “처음 보는 성적분포”

    • 학교에 기대 없는 상위권, 별 영향 안 받아

    • 학교가 중·하위권에 제공한 관리·규율 기능 사라져

    • 전교조 “시작과 끝은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연 그런가?

    • 청와대 국민청원 올라온 워킹 맘 글 6건, 논리 동일

    • “학원, 눈 마주침 가능한 화상수업 실시하고 1분 늦어도 전화”

    *86세대 NL(민족해방 계열) 이론가이자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사무처장을 지낸 필자가 문재인 시대에 표하는 유감.

    2020년 전국연합학력평가(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가 실시된 9월 16일 대전 중구 동산고 고3 교실에 문제지가 놓여 있다. [뉴스1]

    2020년 전국연합학력평가(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가 실시된 9월 16일 대전 중구 동산고 고3 교실에 문제지가 놓여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각 학교에서 원격수업이 진행됐다. 특히 8월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자 2학기 개학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2학기 개학을 앞두고 여러 건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6건의 글을 통해 교육현장을 살펴보겠다. 참고로 필자는 학원 수학선생이다. 이 글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뿐만 아니라 필자가 일선에서 체득한 경험이 녹아 있다.

    왜 중위권이 사라졌나

    8월 25일 서울 한 고등학교 1학년 교실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8월 25일 서울 한 고등학교 1학년 교실이 텅 비어 있다. [뉴스1]

    원격수업 덕에 교육당국은 학교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을 막고 수업 시수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도 계획대로 치러진다. 9월 28일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돼도 수능은 예정대로 12월 3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실상을 파고들면 사정이 다르다. 진학사 자료에 따르면 1학기 시험 결과 중간층이 붕괴됐다. 동아일보는 서울 지역 현직 고교 교사의 말을 빌려 “교사 생활 15년 만에 이런 성적 분포는 처음 봐요”라고 보도했다.(동아일보 2020년 7월 21일자 ‘중위권 학생 확 줄고 하위권 급증… “교사 생활 15년 만에 처음”’ 제하 기사 참조) 

    해석은 어렵지 않다. 코로나19에도 상위권은 변화가 없었다. 상위권은 애초부터 학교에 대한 기대가 없다. 그들은 학교에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지 않는다. 학교를 다녀야하기 때문에 그냥 다닌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로나 국면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적잖은 학생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게 공부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중·하위권은 시간에 맞춰 등·하교하고, 교사의 적절한 통제 아래 수업을 수강했다. 교육적으로 보면 ‘사람이 숨 쉬는 것’과 같은 초보적 기능이지만, 그 덕분에 학교는 그 나름의 지위와 역할을 유지했다. 원격수업이 시작되자 중위권 학생 사이에 작용했던 학교의 영향력이 사라졌다. 학교가 갖고 있던 그나마의 역할조차 없어졌다. 중위권의 성적 붕괴는 그 결과다. 

    성적 하락 현상은 단순히 학교 성적표에 적히는 성적과 석차의 지표가 나빠졌다는 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적절한 시기에 받아야 할 지적 자극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한참 자라야 할 시기에 제대로 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신체에는 발육 부진의 흔적이 남는다. 2020년을 살았던 청소년들의 뇌에도 어떤 흔적이 남을 테다.

    “게임화면 띄워놓고 수업 듣는다 고백”

    학교가 제공하던 관리와 규율 기능이 원격수업으로 인해 사라지자 중·하위권 학생 상당수의 생활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곳곳에도 이런 우려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맞벌이 가정이라고 소개한 엄마는 “부모는 매일 출퇴근하는 상황인데 아이들은 집에 있어야 하는 웃픈 현실이다. 제일 우려되는 것이 수업을 듣는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온라인에 노출되는 점”이라고 밝힌 후 이렇게 썼다. 

    “중학생인 저희 아이는 온라인 수업으로 하니 공부가 잘 안 된다고 합니다. 본인이 노력해도 집중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한편에서는) 수업화면을 띄워 놓고 (다른 한편에는) 게임화면을 띄워놓고 수업을 받는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하더군요.” 

    학생들은 지적으로 부족하지만 권력 게임에 매우 능하다. 이건 호모 사피엔스가 수백 년 간 진화해 온 과정에서 발전시킨 능력이다. 

    코로나 이전 학교는 그 나름의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에 대한 통제권을 쥐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일정 부분 이상 온라인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다. 원격수업이 진행되자 온라인에 대한 주도권이 학생들에게 넘어갔다. 이 점이 포인트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에 비해 교사-학생 관계가 느슨하다. 학생을 제어할 교사의 헌신과 자발성이 중요해진다. 교사는 학생의 출석을 확인하고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는지 감시해야 한다. ‘워킹맘’의 요구는 이게 전부다. 

    상당수 교사는 원격수업을 형식적으로 유지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계적으로 출석을 부르고 학생이 수업에 들어온 게 확인된 순간 수업에서 멀어졌다. 광범위한 완충지대(緩衝地帶)가 형성됐다. 학생들은 그 틈을 비집고 자신들의 요구를 교묘히 관철시켰다. 수업 중 화면을 분할해 게임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실상 수업을 해체했다.

    학교에는 없는 유인

    8월 24일 서울 강남구 한 학원에서 강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8월 24일 서울 강남구 한 학원에서 강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8월 2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8월 5일∼14일 전국 초·중·고 교사 4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83%가 대면수업에 비해 비대면 원격수업의 교육적 효과가 낮다고 답했다. 전교조가 내놓은 대안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수업일수, 수업시수 감축(63%)’ ‘교원증원(48%)’ ‘원격수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확대(32%)’ ‘교육과정 적정화(29%)’. 

    전교조는 이를 종합해 코로나19 대응의 “시작과 끝은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라고 정리했다. 우리는 열심히 했는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9월 원격수업에 관해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글 6편은 놀라울 정도로 동일한 논리 구조를 갖고 있다. 작성자 모두가 워킹 맘이다. 그들은 교육당국과 교사의 안일한 대처를 비난한 후 공교육을 사교육과 비교하면서 그 나름의 대안을 내놓는다. 쌍방향 수업이다. 아래를 보라. 

    “이런 상황에 공교육에 계시는 선생님들과 학원선생님들 대처법이 비교됩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원 선생님들은 눈 마주침 가능한 화상수업 및 실시간 수업 진행하고 1분이라도 늦으면 바로 전화 옵니다.” 

    “학원들은 줌(zoom)과 같은 매체를 통해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아이들은 정말 놀랍도록 빠르게 적응합니다.” 

    “제 아이가 다니는 학원은 코로나로 인해 등원이 어려워졌을 때 발 빠르게 쌍방향 원격수업을 시행했습니다. 10~15명이 아이들이 1시간 반 동안(쉬는 시간 5분) 대체로 집중해서 수업을 잘 듣습니다.” 

    한마디로 학원은 하는데 왜 학교는 하지 않는가 따져 묻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기 시작한 올 봄. 학원은 존폐의 위협에 시달렸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변화를 모색했다. 학교는 그런 유인이 없었다. 학부모들이 거론한 사례가 특별히 어려운 능력을 요하는 일도 아니다. 원격수업에 약간의 성의를 더하면 되는 일이다. 코로나19 국면임을 고려하면 그냥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코로나19를 맞이해 학원에 많은 전화와 방문이 있었다. 대부분 수업료와 수업 시간을 조정하고 학생의 미래를 상담하는 등 소소하고 일상적인 업무였다. 학원은 오프라인 수업을 온라인으로 조정했다. 그에 맞게 탄력적으로 수업 시간과 요금을 조절해 코로나19에 대응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학원과 강사들이 퇴출됐지만 변화에 적응한 학원은 살아남았다.

    골치 아플 때는 ‘구조적 문제’라고 답해

    학교에는 그와 같은 메커니즘이 없다. 사람들은 교사에 불만이 있을 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다른 경로를 통해 이를 해결한다. 학교는 시험이나 진학과 같은 정해진 경로에 한정해 교사와 학부모가 그 나름의 품위와 격식을 갖고 정중하게 논의할 수 있는 곳이다. 정작 학교 구성원의 다수는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하면 힘주어 “구조적인 문제”라며 진짜 문제에 대한 답을 피한다. 

    이것이 학교와 학원의 차이를 낳았다. 등교가 어려우니 원격수업을 하자는 대안에 누구나 수긍했다. 학교와 학원은 디테일에서 갈렸다. 학원은 부모의 요구를 쫓아 원격수업을 ‘쌍방향, 실시간’으로 세분화해 현장에 맞는 서비스를 구현했다. 학교는 기계적인 원격수업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나도 선생이다. 학생이 모르는 것을 물을 때 성의를 다해 답하려 노력한다. 묻고 답하는 장소가 교실인가 거리인가를 따지지 않는다. 시험을 앞두고는 수업료 생각하지 않고 학생들을 불러 보강한다. 학원 운영에 영향이 없더라도 그렇게 한다. 학생이 원하면 따지지 않고 그냥 한다. 그게 선생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렇게 했다.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 의료인들이 돈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20년 교사들도 의사·간호사와 비슷한 처지에 있었지만, 교사들은 학생을 눈앞에 두고 현장을 떠났다. 그들은 교육현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먼 훗날 역사는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서 학교와 교사가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 돌아보게 될 것이다.



    ●1965년 출생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
    ●조국통일범민족연합 사무처장·진보연대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저서 : 한국경제와 진보운동’ ‘새로운 보수의 아이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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