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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드라마 ‘좋좋소’ 총감독 ‘빠니보틀’ 대박 뒷이야기

“이과장, 곽튜브 등 중소기업 다닌 동료 얘기 바탕으로 창작”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유튜브 드라마 ‘좋좋소’ 총감독 ‘빠니보틀’ 대박 뒷이야기

  • ● 왓챠가 주목한 화제의 유튜브 콘텐츠
    ● 중소기업 현실 꼬집은 생생 묘사로 젊은 층 시선 강탈
    ● “‘미생’이 판타지라면 ‘좋좋소’는 다큐다”
    ●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대본, 연출 맡아
    ● “우리 모두는 소중한 존재” 메시지 전달됐으면
유튜브에 공개될 때마다 조회수 100만을 가뿐히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좋좋소’의 주요 등장인물. 왼쪽부터 이미나 대리, 조충범 주임, 이길 과장, 정필돈 사장, 정정우 이사다. [왓챠 제공]

유튜브에 공개될 때마다 조회수 100만을 가뿐히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좋좋소’의 주요 등장인물. 왼쪽부터 이미나 대리, 조충범 주임, 이길 과장, 정필돈 사장, 정정우 이사다. [왓챠 제공]

‘좋소좋소좋소기업(좋좋소)’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콘텐츠가 있다. 29세 청년 조충범이 ‘정승네트워크’라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뒤 경험하는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를 치 떨릴 만큼 생생하게 그려낸 웹드라마다.

제목의 ‘좋소기업’은 요즘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낮잡아 부를 때 사용하는 ‘X소기업’이라는 단어에서 착안해 만든 말. 이때 X는 남자 성기를 이르는 한 자짜리 비속어다. 그것을 발음이 같되 뜻은 정반대인 ‘좋’으로 바꿔 작품 제목으로 삼았다.

1월 6일 중소기업 전문 유튜버 ‘이과장’ 채널에 첫 화가 올라온 ‘좋좋소’는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00만을 넘기며 큰 화제를 모았다. ‘좋좋소’ 댓글 창에는 “‘미생’이 판타지라면 ‘좋좋소’는 다큐다” “울면서 봤다. 전체적으로 과장은 있어도 거짓은 없다” “사회생활 갓 시작했을 때 마주했던 그 씹ㅅㄲ들과 수많은 주옥같은 순간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나는 것 같아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올 것 같다” 등 ‘리얼리티’에 대한 찬사가 넘쳐난다.

‘좋좋소’ 대본, 연출, 제작 도맡아

웹드라마 ‘좋좋소’를 기획하고 대본과 연출도 도맡은 유튜버 빠니보틀. 해외 여행 콘텐츠로 유명한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62만 명이 넘는다. [빠니보틀 제공]

웹드라마 ‘좋좋소’를 기획하고 대본과 연출도 도맡은 유튜버 빠니보틀. 해외 여행 콘텐츠로 유명한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62만 명이 넘는다. [빠니보틀 제공]

‘좋좋소’ 1화 누적 조회수는 4월 13일 기준 약 212만. 4월 11일 업로드된 14화도 단 이틀 만에 조회수 95만 회를 넘어섰다. 대중의 호응이 뜨겁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왓챠’는 ‘좋좋소’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3월 9일부터 미공개 장면을 포함한 ‘좋좋소 확장판’이 ‘왓챠’에 업로드되고 있다. 이 콘텐츠에 대한 반응 또한 폭발적이다. ‘왓챠’가 자사 서비스를 바탕으로 집계하는 ‘TV프로그램 순위’에서 ‘좋좋소’는 4월 13일 기준 전체 2위다. 글로벌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이 8위, KBS ‘태양의 후예’가 10위인 것과 비교하면 ‘좋좋소’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간략히 정리해 보자. 요즘 ‘좋좋소’는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젊은이 사이에서 꽤나 ‘핫’한 온라인 콘텐츠다. 인상적인 것은 이 작품을 기획, 제작한 사람이 30대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가난하고 힘들고 어렵고 ‘븅신’같이 여행하는(하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빠니보틀은 2019년 본격적으로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를 누비며 제작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단기간에 채널 구독자 수를 62만 명까지 늘렸다. 지난해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부득이 여행을 멈추고 귀국한 그가 새롭게 만들기 시작한 콘텐츠가 바로 ‘좋좋소’다.



빠니보틀은 한국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다 ‘좋좋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후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비를 마련하고, 연출까지 도맡아 이 작품을 만들어냈다. 과거 단 한 번도 드라마 대본 작업을 하거나 영화를 연출한 적 없는 ‘초보’가 놀이처럼 시작한 도전으로 이 정도 대박을 이뤄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4월 14일 15화 공개를 끝으로 ‘잠시 멈춤’을 선언한 ‘좋좋소’ 총감독 빠니보틀을 인터뷰하기로 한 건 이 때문이다. 현재 ‘좋좋소’ 다음 시즌 구상에 한창인 빠니보틀과 비대면 트렌드에 맞게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인터뷰에는 ‘좋좋소’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눈물 나게 사실적” 젊은 층 인기 폭발

 ‘좋좋소’ 주인공 조충범.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지만 토익 점수는 500점이고, 취업 전 경력은 골프장 아르바이트가 전부다. 취업시장에서 고전을 겪다 얼떨결에 ‘정승네트워크’에 입사한다. [왓챠 제공]

‘좋좋소’ 주인공 조충범.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지만 토익 점수는 500점이고, 취업 전 경력은 골프장 아르바이트가 전부다. 취업시장에서 고전을 겪다 얼떨결에 ‘정승네트워크’에 입사한다. [왓챠 제공]

- ‘좋좋소’가 시즌 종영을 앞두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아직도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좋좋소’는 당초 5화로 기획한 프로젝트다. 1월 6일 온라인 공개 전 모든 영상을 완성했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다 얼떨결에 ‘정승네트워크’에 들어간 조충범이 회사에서 온갖 일을 겪은 뒤 도망쳐 버리는 것. 주인공이 회사를 탈출하는 것으로 시리즈도 끝나는 거였다.

다만 5화를 찍으면서 조충범이 회사에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를 약간 풍기려 노력하긴 했다. 만에 하나, 혹시라도 이 콘텐츠가 잘되면 좀 더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때는 ‘나 혼자 김칫국 마시는 거지’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좋좋소’가 잘돼 조충범이 회사로 돌아오는 6화를 찍었다. 그것이 15화까지 이어지고 이제 ‘시즌3’까지 준비한다. 놀라운 일이다.”

빠니보틀의 말처럼 ‘좋좋소’ 시즌1은 주인공이 입사 5일 만에 퇴사하는 에피소드로 마무리됐다. 말이 퇴사지, 사실 조충범은 점심을 먹고 사장 담배 심부름을 가는 척하다 그대로 내달려 도망쳐 버린다. 이때 정승네트워크 ‘이과장’이 조충범을 잡으려고 미친 듯 따라 뛰는 장면은 누리꾼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마치 ‘도망 노비’를 잡는 드라마 ‘추노’의 한 부분을 연상시켜서다.

이처럼 결기를 보이며 떠났던 조충범은, 약 한 달 반 만에 재개된 ‘좋좋소’ 시즌2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정승네트워크 제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그가 밝히는 재입사 이유는 “딱히 갈 데가 없어서”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회사 안이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극 중 조충범을 복귀하게 만든 건 우리 사회 ‘청년 취업난’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좋좋소’가 부활한 데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 왓챠가 투자를 결정하면서 ‘시즌2’ 제작이 시작된 건가.

“그렇다. ‘좋좋소’ 공개 뒤 여러 회사에서 협업 제안이 왔다. 그 가운데 가장 연락이 빨랐던 곳이 왓챠다. 왓챠는 제작비와 제작 환경 면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왓챠 사장님은 ‘좋좋소’가 한국의 ‘오피스’가 될 수 있을 거라고까지 말씀하신다.(‘오피스’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NBC가 방영한 드라마로, 직장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감사하다. 왓챠는 자금을 지원할 뿐, ‘좋좋소’ 제작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시나리오부터 연출까지, 모든 것을 내게 믿고 맡기고 있다.”

- 왓챠가 참여하기 전엔 ‘좋좋소’를 어떻게 제작한 건가.

“관련 비용을 전액 내가 부담했다. 대본도 직접 쓰고, 연출도 했다. 유튜버로서 새로운 영역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 포트폴리오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여행 유튜버다. 내게는 여행이 곧 일이고, 그것에 아주 만족하며 살았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갑자기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지니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더라. 나는 유튜버가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있지 말고 여행을 못 하는 동안 유튜버로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개척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그것이 웹드라마 제작이었나.

“웹드라마라는 말은 내게 좀 과분하다. ‘좋좋소’를 장르적으로 구별하면 웹드라마가 맞겠지만, 나는 그냥 유튜브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나도 작가, 연출가라기보다는 전과 다름없는 유튜버다. 유튜브는 자유로운 플랫폼이다. 콘텐츠 기획이나 제작에 제한이 없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키워드 삼아 내가 해보고 싶은 작업을 마음껏 했다. 그 결과물이 ‘좋좋소’다.”

“제작비 회수도 기대 안 했다”

- 중소기업에 특별히 관심을 둔 이유가 있나.

“내가 유튜버가 되기 전 중소기업에 다녔다. 주위에도 중소기업에 다녔거나 지금도 다니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직장인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몸담고 있지 않나. 그런데 중소기업 관련 콘텐츠는 별로 없다. 전부터 그 부분에 아쉬움을 느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가 ‘미생’이다. 그걸 보면서 ‘누군가 중소기업을 배경으로 ‘미생 시즌2’를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생각하곤 했다. 그러던 참에 코로나19로 여유 시간이 생겼다. 친구랑 맥주 한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내가 한번 만들어볼까’ 했더니 친구가 ‘좋은 생각’이라며 응원해 줬다.”

- 치밀한 기획이나 준비 없이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건가.

“그렇다. 앞서 말했듯 ‘좋좋소’를 새로운 콘텐츠 제작의 발판이 되는 ‘포트폴리오’로 삼으려 했다. 그때 ‘잘 해보라’며 격려해 준 친구가 ‘좋좋소’에 ‘정이사’ 역으로 출연한 조정우다. 그런 식으로 주위 사람을 하나둘 모아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다.”

- 그렇게 완성한 ‘좋좋소’를 빠니보틀 본인 채널이 아니라 ‘이과장’ 채널에 올렸다. 이유가 있나.

“내 채널은 여행 콘텐츠에 특화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모인 곳에 중소기업 이야기를 올리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다. 각 채널마다 구독자 니즈(요구)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을 소재로 하는 유튜버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이 ‘과장님’이니, 그분 채널에 ‘좋좋소’를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빠니보틀은 유튜버 이과장을 ‘과장님’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잠깐 이과장을 소개하고 넘어가자. 4월 13일 기준 약 37만 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과장은 중소기업 직장인 출신이다. 본명은 ‘이문식’. ‘과장’은 그의 회사 시절 직함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며 유튜브 채널을 만든 이과장은 미디어에서 잘 다루지 않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노동 현실 등을 재치있게 고발하며 명성을 얻었다. 이후 퇴사해 전업 유튜버로 변신했다. 그의 채널에 ‘좋좋소’가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다.

- ‘좋좋소’ 시작 전 이과장 채널 구독자는 20만 명 남짓했던 것으로 안다. 지금은 ‘좋좋소’ 덕에 채널이 훨씬 크게 성장했다. ‘이 콘텐츠를 내 채널에 올릴걸’ 같은 아쉬운 마음은 안 드나.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좋좋소’를 과장님 채널에 공개하기로 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과장님과 나는 비슷한 시기에 유튜버로 유명해졌다. 서로 존재를 알고, 댓글을 통해 ‘잘 보고 있습니다’ 같은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다. 그러다 한번은 해외여행 중에 과장님 채널에 ‘한국 가면 커피 한잔 해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귀국 후 그 생각이 나서 약속을 잡았고, 차를 마시다 슬쩍 말을 꺼내봤다. ‘제가 중소기업 관련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는데, 과장님이 같이 하시면 괜찮은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요.’ 과장님이 그 제안을 받아들여 같이 ‘좋좋소’를 하게 된 거다. 과장님은 그때 ‘좋좋소’에서 수익이 나면 제작비를 회수할 때까지 전액 나한테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 콘텐츠에서 제작비를 넘어설 만큼의 수익이 발생하면 어떻게 배분하기로 했나.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그때는 ‘좋좋소’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좋좋소’를 만드는 데는 많은 배우와 스태프가 필요하다. 아무리 아껴도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돈 규모가 크다. 유튜브에서 그만큼을 벌기는 힘들다고 봤다. ‘좋좋소’ 공개 전 과장님 채널 구독자가 20만 명 남짓했는데, 그분들이 전부 다 우리 콘텐츠를 봐도 적자가 날 게 뻔했다. 심지어 조회수 50만~60만이 나와도 원금 회수가 안 되겠더라. 그걸 감수하고 ‘그래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라는 생각으로 이 작업에 뛰어든 거다.”

- 그런데 ‘좋좋소’가 첫 화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00만을 넘겼다. 왓챠를 비롯한 유수의 기업들이 협업 제안도 했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놀랐다. 정말 놀랐다는 말 외엔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좋좋소’ 1화 스토리는 참 단순하다. ‘한 청년이 중소기업 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이게 전부다. 그 콘텐츠를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볼 줄 몰랐다. 게다가 ‘좋좋소’는 극본이나 촬영 기법 같은 게 기존 드라마와 많이 다르다. 대중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댓글로 다들 ‘잘 봤다’ ‘너무 좋다’고 해주셔서 ‘어, 이거 왜 이러지’ 싶었다.”

‘과장한다’ 비판받을까 봐 오히려 현실 순화

화제의 웹드라마 ‘좋좋소’ 1화의 한 장면. 정승네트워크에 입사한 조충범이 계약서를 써달라고 요구하자 사장이 ‘아이 뭐 그런 거는 믿음으로 가는 거지’라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화제의 웹드라마 ‘좋좋소’ 1화의 한 장면. 정승네트워크에 입사한 조충범이 계약서를 써달라고 요구하자 사장이 ‘아이 뭐 그런 거는 믿음으로 가는 거지’라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빠니보틀 말처럼 ‘좋좋소’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성공을 거뒀다. 그 배경엔 우리 중소기업 현실을 생생히 묘사한 ‘깨알 디테일’이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예를 들어 정승네트워크 사무실에 설치된 일정 관리용 화이트보드에는 뜬금없게도 ‘사장님 첫째 아들 생일’이 적혀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이 사용하는 오피스 프로그램 화면에는 정품 인증을 못 받았음을 보여주는 빨간 경고줄이 떠다닌다. 입찰 경쟁용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신입에게 선배는 이렇게 조언한다. “국가사업 백날 들이박아야 안 될 거 뻔하거든요. 사장님 입맛에만 맞추면 돼요. 대충 그럴싸하게 해요.”

중소기업 직장인에게 트라우마를 유발한다는 이 생생한 리얼리티는 대체 어떻게 구현한 것일까. 빠니보틀은 “모두 현실에 기반을 둔 것들이다. 중소기업 생활을 오래 한 과장님을 비롯해 ‘곽튜브’ 등 동료 유튜버들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빠니보틀님도 과거 중소기업에 다녔다고 했다. 실제 경험도 스토리에 반영했나.

“정승네트워크에서 업무 시작 전 음악을 틀고 직원들이 단체로 체조를 하게 하는 건 내가 겪은 일이다. 내가 당시 다닌 회사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규모가 꽤 큰 곳이었는데, 역사가 오래된 탓인지 옛날식 문화가 많이 남아 있었다. 거기서 3개월을 보내며 경험한 것들, 그리고 과장님 등 주위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대본의 바탕으로 삼아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10분 내외의 콘텐츠를 만들려 한다.”

- 실제로 ‘좋좋소’는 코믹한 부분이 많은 콘텐츠인데,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매 화가 공개될 때마다 유튜브 댓글창에는 ‘내가 겪은 일이 생각나 가슴이 아프다’ ‘눈물이 쏟아진다’ 같은 댓글이 줄줄 달린다.

“그런 걸 볼 때면 나도 가슴이 아프다. 실제 중소기업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매운맛’인 걸 알아서다. 나한테 사람들이 자기가 겪은 일을 얘기하는 걸 듣다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종종 ‘좋좋소’ 에피소드가 과장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 오히려 ‘작위적’이라는 평가를 듣지 않으려고 실제 사건을 순화하고 또 순화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좋좋소’ 11화에 조충범이 직장 상사 백진상과 부산 출장을 가는 내용이 나온다. 두 사람은 평소처럼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갑작스럽게 부산에 가라는 지시를 받고 백진상 개인 차를 이용해 이동한다. 내가 아는 한 유튜버가 중소기업 다닐 때 실제로 이런 식의 출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런데 현실에는 개인 차조차 없었다. 회사에서 부산 가는 트럭을 잡아 기사님께 부탁해 얻어 타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현장에 내려가라고 했다는 거다. 이 내용을 그대로 드라마로 만들면 사람들이 ‘에이, 저게 말이 돼?’ 하지 않겠나.

정승네트워크 사무실에서 개를 키우는 내용도 그렇다. 중소기업에서 실제로 개를 키웠던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어이없고 더러운 상황에 대한 묘사가 정말 많이 나온다. 그걸 그대로 쓰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보일까 봐 ‘좋좋소’에서는 에피소드를 상당 부분 순화했다.”

- 나는 ‘좋좋소’에서 사장이 직원들한테 업무시간에 개 키우는 일을 시키는 걸 보며 ‘정말 저런 회사가 있나’ 생각했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나도 회사에서 개를 키웠다’고 하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

“그렇다. 이걸 모르는 사람은 이해를 못 하는데, 실제로 정말 많은 중소기업이 사무실에서 개를 키운다.”

잇단 실패 경험이 ‘좋좋소’ 제작 밑거름

-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글쎄 말이다. 사장님 취미 생활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들어보면 보통 어느 날 갑자기 사장이 어디서 개를 데려온다고 한다. 그러고는 직원들한테 돌보라고 시키는 거다. 멀쩡히 취직한 회사에서 일하는 틈틈이 개밥 챙겨주고, 배설물 치우고, 점심시간마다 산책을 시켜야 하니, 그 직원들 심정이 오죽하겠나.

중소기업을 다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폭언의 일상화다. ‘좋좋소’에도 욕설이 종종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심한 수준의 험한 말이 오간다고 들었다. 내가 전에 다닌 회사에도 파워포인트 파일조차 혼자 못 열면서 파일이 안 열린다고 애꿎은 부하 직원한테 버럭버럭 화를 내는 상사가 있었다.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생각하곤 했다.”

- 그런 불만이 쌓여 회사를 그만둔 건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 스스로 그만둔 게 아니라 잘렸다. 그 회사는 신입사원과 3개월짜리 계약을 한 뒤 기간이 만료되면 보통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곳이었다. 나는 정규직 전환이 안 됐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짐작이 간다. 내가 눈치를 안 봤기 때문이다. 그곳은 할 일이 없어도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다 같이 앉아 있는 분위기였다. 나는 왜 그래야 하나 싶어 퇴근 시간 딱 되면 일어나서 나왔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안 한 건 아니지만, 할 일 이상을 하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내가 계약 해지를 유도한 면도 있다. 그 회사를 나온 뒤 본격적으로 유튜버가 됐다.”

- 어찌 보면 ‘백수’가 된 거니 처음엔 불안했겠다.

“오히려 ‘앗싸’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더는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았으니까. 적당한 때 잘린 덕에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때때로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는데, 그분들께 이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나는 회사에서 정규직이 되는 데 실패했다. 그 뒤에 웹툰 쪽 일을 해보려 했는데 그것도 잘 안 됐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없었으면 ‘좋좋소’를 만들기 어려웠을 거다. 웹툰 일을 하면서 스토리보드 짜는 걸 열심히 연습한 게 ‘좋좋소’를 제작할 때 큰 도움이 됐다.

‘좋좋소’ 또한 시작할 때는 실패할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였다. 좋은 포트폴리오가 될지언정, 최소한 돈은 안 될 게 거의 확실했다. 그래도 ‘안 되면 할 수 없지’ 하면서 시작한 거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실패를 걱정하지 말고 해봤으면 좋겠다.”

‘시즌3’ 마무리 짓고 여행 유튜브 복귀 계획

빠니보틀은 현재 시나리오 작업이 한창인 ‘좋좋소’ 시즌3 제작이 끝나면 이 프로젝트에서 빠질 계획이다. 그는 “내 본업은 여행 유튜버다.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안정되면, 다른 사람에게 최대한 피해를 덜 주는 방법을 찾아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며 “어서 시나리오 작업을 마무리해 5월 중에 시즌3 첫 화를 공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좋좋소’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일단 감사하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동시에 ‘좋좋소’는 절대 중소기업을 놀리거나 혐오하려고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경험한 중소기업 실태을 ‘좋좋소’를 통해 고발한 건 맞다. 하지만 ‘현실이 이러니 중소기업에는 절대 가지 마세요. 대기업 가세요’라고 말하려 한 건 아니다.

정승네트워크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도는 좀 다를지 몰라도 여러 대기업에서 똑같이 벌어지는 것들이다. ‘좋좋소’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잘못된 기업문화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동시에 우리가 일하는 각각의 회사를 좀 더 좋은 공간으로 만드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내가 이 콘텐츠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우리가 하는 일은 다 중요하다. 서로 존중하자’였다.”

#좋좋소 #빠니보틀 #이과장 #신동아



신동아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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