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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간다고요? 게임 끝! 청와대는 시민의 공간이에요”

도시공학자 진희선, 권력이 탐한 공간을 말하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다시 돌아간다고요? 게임 끝! 청와대는 시민의 공간이에요”

  • ● 대권 동상이몽, 두 남자의 ‘광화문 연가’
    ● “그냥 합시다” 오세훈의 결단
    ● ‘광화문 시대’는 잘 먹히는 대선 공약
    ● 윤석열의 ‘청와대 탈출’과 나비효과
    ● 23년간 방치된 송현동, 돌고 돌아 이건희
진희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 [홍태식 기자]

진희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 [홍태식 기자]

2017년 4월 10일 오후 2시 45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광화문광장에 등장했다. 당내 경선에서 대결하던 두 후보가 앙금을 풀고 단합을 과시하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하는 자리였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의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사업’ 보고가 이어졌다. 광화문 앞은 역사의 향기와 품격을 갖춘 역사광장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종대로 사거리에 이르는 공간은 시민광장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광화문광장이 제대로 조성된다면 이곳에 집무실을 둬 광장에서 시민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언론은 일제히 ‘문재인과 박원순이 부르는 광화문 연가’라는 제목으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집중 보도했다. 직전까지 대선 지지도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리던 문재인 후보가 1위를 탈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광화문광장 만들기의 시작과 끝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오세훈 시장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은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 시장 당선 후 ‘광화문광장 사업 재검토’라는 얘기가 흘러나와 서울시 내부는 뒤숭숭했다.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압력도 만만치 않았다. 2분여의 침묵 끝에 오 시장이 “현장에 가봅시다”라고 했다. 광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세종문화회관 별관 옥상 위에 올랐다. 직원들은 굳게 다문 시장의 입만 바라보았다. 이윽고 “합시다” “그냥 합시다”라는 말이 나오자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로부터 1년 4개월 뒤인 2022년 8월 6일 광화문광장이 재개장됐다.

“오세훈 시장이 위대한 결단을 했다고 봐요. 자신이 조성해 놓은 광장을 후임 시장(박원순)이 파헤치고 뒤집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죠. 또 서울시장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당장 광장 공사를 중단하라고 엄청 비판했거든요.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가 중단될까 봐 걱정하는 서울시 후배들에게 저는 오 시장이 오히려 2009년 1차 광화문광장 조성 당시 더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을 마무리할 기회로 삼을 거라고 했죠. 훗날 광화문광장은 누구의 작품으로 기억될까요. 이 일을 시작한 사람과 마무리한 사람이겠죠. 그것도 오 시장 복이에요.”

진희선(59)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에게 광화문광장은 32년 공직 생활의 마지막 역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서울시에 들어가 2020년 7월 퇴임하기까지 도시재생본부장, 행정2부시장을 역임하면서 그는 광화문광장 논의가 시작되고 폐기되고 변경되고 중단되고 재개되는 숱한 과정을 지켜보았다. 때로는 그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있었다. 진 교수가 최근 펴낸 ‘권력이 탐한 공간’(한경사)은 이 모든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광화문광장 재개장과 동시에 탈고한 이 책에서 그는 네 가지 질문을 던졌다. 왜 권력은 청와대와 광화문을 독점하려 했을까. 왜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를 탈출하려 했을까. 왜 열강들은 용산을 군사요충지로 점령했을까. 왜 신정부는 권력 공간으로 용산을 선택했을까.

역대 대통령과 서울시장들이 광화문이라는 공간을 손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뭘까요.

“대한민국의 가장 상징적 중심 공간이 어딜까요. 청와대와 경복궁, 광화문 일대입니다. 고려는 한반도 남쪽의 통치 기반을 확고히 하고 왕권을 강화하고자 남경을 설치했고, 남경의 기반 위에 조선 도읍지 한양이 건설됐어요. 오늘의 대한민국까지 서울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도시이고 이 서울의 중심이 광화문이죠. 광화문은 권력이 탐한 공간입니다. 권력은 자기 지배의 정당성을 현시하고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 영토의 중심에 상징적 공간을 만들고 건축물을 쌓습니다. 16차로 폭 100m의 세종로를 만든 건 박정희 대통령이에요.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넓은 도로는 드물어요. 국군의날 행사에 탱크가 오갈 수 있도록 만든 것 자체가 권위적 발상입니다. 권력은 변하고 권력의 변천에 따라 공간도 변합니다. 시민의 공간이 됐다면 달라져야죠. 차로를 줄이고 보행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논의가 시작된 겁니다. 광화문광장이 수차례 파헤쳐진 과정 자체가 이런 진화의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시 청와대로? 게임은 끝났어요”

청와대 이전을 전제로 한 ‘광화문 시대’ 공약도 되풀이됐습니다.

“국민에게 잘 먹히는 공약이기 때문이죠. 왕조와 식민지 시대에 지어지고 권위주의 절대 권력이 사용했던 청와대는 민주주의 시대에 어울리는 공간이 아닙니다. 이미 권력은 시민에게 내려왔는데 시민의 대표가 여전히 왕좌에 앉아 있는 셈이니까요. 국가의 주권과 통치 개념이 달라졌는데 종전의 공간을 그대로 사용하는 데서 오는 의식과 공간의 불일치, 불협화음이 상존하게 됩니다. 의식이 달라졌으니 공간을 바꿔야죠. 대통령집무실 이전은 이런 시대정신과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일부 야당 정치인들은 다시 청와대로 갈 거라고 하는데 게임 끝! 청와대는 이미 시민의 공간이 됐어요.”

왜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청와대 탈출’이라고 표현했나요.

“그만큼 여러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야 한다고 절실히 원했고 실제 몇 번의 시도가 있었으니까요. 북악산 자락 움푹 파인 곳에 지어진 청와대는 시각적으로도 단절돼 있고 건물은 위압적입니다. 청와대 영역은 25만㎡로 미국 백악관보다 3배 넘게 넓고, 경복궁의 절반보다 커요. 이렇게 넓은 공간에 달랑 6개 건물에서 대통령과 2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했습니다. 건물이 터에 치이고 사람이 건물에 압도당하는 꼴이죠. 이런 청와대의 문제점을 대통령이나 직원들 모두 잘 알고 있었습니다.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한 김영삼 대통령은 청와대를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고 싶어 했고, 김대중 대통령도 출범 초엔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무하는 방안을 검토했죠.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를 아예 세종시로 옮기려 했고요. 참모로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불통의 시대를 끝내고 소통과 통합의 시대로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끝내 못 나왔어요. 역대 대통령들이 그토록 청와대를 탈출하고자 했음에도 아무도 탈출하지 못한 아이러니.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이 못 나온 이유를 안 거죠.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온다는 걸요.”

누구보다 구체적으로 이전 계획을 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탈출에 실패한 이유는.

“광화문광장 사업을 총괄하면서 대통령집무실 광화문 청사 이전 문제로 대통령실과 수시로 협의해 왔어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는데 2018년 말까지도 공약 실행을 위한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 임기가 3년여 남은 시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해지더군요. 일단 국정이 시작되면 광화문 시대 같은 추상적 의제는 남북관계나 원전 문제 등 시급한 의제에 밀리게 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청와대 이전 협의를 해온 비서관들이 다 바뀌고 협의도 뜸해지더니, 2019년 1월 4일 유홍준 자문위원이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장기 사업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사실상 폐기죠.”

그는 탄식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청와대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고 청와대 전체를 국민에게 개방하는 청사진도 같이 검토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집무실이 광화문으로 나오면 두 가지 기대효과가 있었다. 일단 집무실이 국민 시선 안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저기서 일하고 있구나’라는 정서적 소통이 이루어진다. 다른 하나는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출발해 광화문과 경복궁을 거치고 청와대를 지나 북악산 백악마루 정상까지 2㎞에 달하는 천년의 역사 축이 만들어진다. 그동안 권력이 독점하던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주권자인 국민에게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폐기한 지 3년 만에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야당 후보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청와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과 동행하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들고나왔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선택지가 용산이 되면서 광화문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반세기 전에도 만지작거린 용산 이전 카드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이 서울의 도시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나비효과라고 말한 근거는 뭔가요.

“서울은 과거 한양보다 38배 이상 커졌고 인구는 100배 이상 늘었습니다. 한양의 중심이 광화문이라면 서울의 중심은 용산입니다. 1966년 김현옥 서울시장 때 수립한 ‘대서울도시기본계획’을 보면 대통령부는 청와대에 존치하되 당시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건물)에 있던 행정부를 용산 미군기지로 이전해 삼권분립과 서울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안이 제시됐습니다. 30년 뒤인 1996년 조순 시장 시절 용산은 서울시 신청사 건립 후보지 중 하나였고, 1998년 고건 시장은 녹사평 근처에 부지를 마련하고 신청사 건설비로 1300억 원의 기금을 적립하기도 했습니다. 2001년 미군기지 반환이 무산되면서 서울시청의 용산 이전 계획도 백지화됐죠. 그런데 이번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을 계기로 용산 미군기지 반환이 가속화되고 철도정비창 부지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용산은 세계가 부러워할 글로벌 도시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 나비효과라면, 또 다른 나비효과는 광화문 공간의 변화입니다.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정치권력의 상징성이 탈각된 광화문 일대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 궁금합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악산 창의문과 숙정문 등 청와대 주변 보안시설이 시민에게 개방되기 시작했다. 권력기관이 장악했던 서울의 주요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문민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권력의 핵심 공간인 광화문 일대도 시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1994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이 ‘서울 상징거리 조성’ 계획으로 광화문 일대 시민광장 조성안을 마련했으나, 조순 초대 민선시장은 불요불급한 토건 사업이라며 허락지 않았다. 진 교수는 1998년 서울시 도시경관팀장으로 재직 시 고건 시장에게 ‘조망가로 조성’ 사업의 하나로 세종로 왕복 16차로를 12차로로 축소하고 중앙에 폭 25m의 조망광장을 만드는 안을 직접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구체적 계획이 공개되자 교통대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거세게 제기돼 차로 축소와 횡단보도 설치는 없던 일이 됐다.

10년도 넘게 광화문 일대 공간을 개선해야 한다는 담론과 논의는 무성했지만 누구도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2006년 오세훈 시장 때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로 광화문광장의 기본 얼개가 마련됐다. 2007년 세종로 중앙광장 배치안이 확정됐고, 2009년 1차 광화문광장이 조성됐다.

“1차 광화문광장을 조성한 뒤 욕을 먹을 만큼 먹었죠. 광장이 아니라 거대한 중앙분리대다, 교통섬이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서 쉴 곳이 없다. 그렇다고 광화문광장을 아예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는 비난은 거의 없었어요. 만약 2009년 1차 광화문광장 사업이 없었다면 2016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겁니다. 2009년에 세종로 16차로를 10차로로 줄여서 10년간 사용해 보니 별문제가 없다는 것을 시민들이 체험했기에 이번에 10차로를 6~7차로로 더 줄였는데도 큰 저항이 없었던 겁니다. 기존에 미흡했던 점들을 개선하고 보강하면서 역사는 진보하고 사회는 발전하는 거죠.”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은 1차 때와 달리 나무 그늘과 의자 등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가족 단위 방문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광장은 일상과 비일상이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행사, 축제, 집회 등 비일상의 이벤트를 위해서는 텅 빈 광장이 필요하고, 시민의 일상인 여가나 휴식을 위해서는 나무와 벤치가 있는 공원이 필요하죠. 비움의 언어인 광장과 채움의 형태인 공원은 상반되고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설계자가 잘 디자인하면 둘 다 한 공간에 배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광장의 중앙은 비움의 공간으로 두고, 세종문화회관과 접한 서쪽은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광화문 월대 복원 공사가 한창인데 여전히 반쪽짜리 광장이라고 아쉬워하는 이유는 뭡니까.

“광화문광장은 기존의 광장을 세종문화회관까지 연결한 시민광장과 복원되는 월대를 둘러싼 역사광장으로 나뉩니다. 역사광장을 조성하면서 사직로를 정부서울청사 뒷길로 우회하도록 설계했는데 돌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시 설계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한 겁니다. 실무 협의를 총괄해 왔던 저로서는 참으로 난감했죠. 서산에 해는 지고 갈 길은 바빴던 서울시로서는 사직로 우회 방안을 포기하고 광장 지하에 도서관, 카페, 화장실 등을 설치하려던 계획도 취소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광화문 통합역사가 무산된 것입니다.”

통합역사, 강남은 되고 강북은 안 되고

세종로와 사직로·율곡로의 차도를 줄여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 차량 접근성이 떨어진다. 대신 지하철 3호선과 5호선, 인근 시청역의 1·2호선, 여기에 광역급행철도인 GTX-A노선(화성 동탄~파주 운정), GTX-B(인천 송도~남양주 마석), 용산역에서 그친 신분당선을 광화문까지 연결하면 기존 4개 역에 신설 3개역까지 7개 역의 광화문 통합역사가 만들어져 대중교통망이 완성된다. 기술적인 검토 결과 통합역사의 위치는 세종대로 사거리~서울시청 사이가 최적지였다. 이곳은 기존 지하철 구조물에 저촉되지 않고 7개 철도 노선의 환승에도 유리하며, 광화문광장 사업과 중복되지 않았다. 건설 예상 비용은 3500억 원. 1조7000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영동대로 통합역사를 선행 모델로 참조했다.

“기술협의까지 끝나고 국토교통부에서 그 비용은 서울시가 부담하라 해서 좋다, 하겠다고 했는데 시민단체가 극렬하게 반대했습니다. 광화문 통합역사 건설이 대표적인 토건 사업으로 예산 낭비라는 거죠. 희한하게도 강남에 투자한다고 하면 시비 거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강북을 개발한다고 하면 정치적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장 코엑스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20조 원입니다. 이 중 영동대로 통합역사에만 1조7000억 원이 투입됩니다. 그런데 3500억 원이 드는 광화문 통합역사는 안 된다는 겁니다. 결국 강남 집값은 계속 오르고 강북은 여전히 낙후된 상태로 남는 거죠.”

광화문 통합역사는 무산됐지만 대신 박원순 시장의 결단으로 매입한 송현동 부지에 ‘이건희 컬렉션 기증관’ 건립이 확정되면서 광화문 일대는 새로운 호재를 맞았다. 송현동은 서울광장의 3배 크기로 서울 도심 한복판에 마지막 남은 대규모 미개발 부지다. 일제강점기 대표적 친일파인 윤덕영 형제 소유의 송현동 땅을 조선식산은행이 매입해 직원 숙소를 지었고, 광복 후 미국 정부가 이 땅을 넘겨받아 대사관 직원 숙소를 세웠다. 1997년 삼성생명이 미술관을 짓기 위해 이 땅을 매입했으나 한남동에 리움미술관을 건립하면서 이 계획은 취소됐고, 2008년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대한항공은 이곳에 호텔 사업을 추진했으나 교육청의 승인이 나지 않자 23년간 이 땅을 방치했다.

2019년 박원순 시장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해 광화문광장 사업과 연계하기로 했다. 2021년 3월 서울시는 LH공사를 통해 송현동 부지를 인수하고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맞교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침 2020년 10월 사망한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소장품 2만3000점을 국가에 기증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송현동 부지에 ‘이건희 컬렉션 기증관’을 건립하기로 확정했다.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이전 논의가 시작될 때, 청와대를 송현동으로 이전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진 교수의 말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송현동 부지로 청와대 이전을 추진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신동아 2022년 10월호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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