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게시된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물을 관객들이 보고 있다. [뉴스1]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원작인 만화 ‘슬램덩크’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됐다. 국내에는 1992년 수입됐다. 전세계 누적 발행부수는 1억2000만부다. 한국에서는 1450만부가 팔렸다. 1998년에는 SBS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됐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연출과 각본에 참여해 26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원작에서는 부각되지 못한 북산고 2학년 송태섭의 이야기가 서사의 줄기를 이룬다. ‘슬친자(슬램덩크에 미친 자)’라는 신조어에서 보듯 한국에서의 흥행 열기가 돋보인다.
흥행의 주역은 원작을 기억하는 30‧40세대다. 자막판과 더빙판을 모두 챙겨보는 ‘N차 관람’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원작 애니메이션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한 1월 4일부터 30일까지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시청 시간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8배로 증가했다. 시청자 수는 11.2배 늘었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30‧40 세대가 ‘슬램덩크’ 원작을 처음 즐겼던 시기는 마침 국내에도 팬덤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때였다”면서 “이들은 윗세대보다 콘텐츠 소비에 유연하고 적극적인 세대인데, 이들을 공략한 전략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을 접했던 세대는 성우의 더빙 버전이 익숙한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외화임에도 자막판보다 성우의 더빙판이 인기를 끄는 현상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일 관객이 3만60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영화업계에는 250만 관객 돌파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매니아’(앤트맨 3)가 개봉하는 15일까지 마땅한 경쟁작이 없다는 점도 호재다. 관객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원작을 봤던 세대가 초기 흥행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아랫세대로 열풍이 번진 모양새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주인공 송태섭의 이야기는 세대와 남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면서 “30‧40세대에서 20대 여성으로 관객층이 확장되면서 장기 흥행 영화의 요소를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봉 초기에는 1인 관객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2인 관객 비중이 늘고 있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교 농구부 주장 출신의 만화가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1967년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태어났다. 이후 쿠마모토대를 다니다 중퇴하고 ‘시티헌터’로 유명한 호조 츠카사 밑에서 어시스턴트 생활을 했다. 1988년 소년점프 신인만화공모전인 제35회 데즈카상에 입선하며 데뷔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연재를 시작한 ‘슬램덩크’가 대성공을 거두며 스타 만화가의 반열에 올랐다. 2004년 ‘슬램덩크’가 누적 1억부 판매를 기록하자 자비를 들여 일본 6대 일간지에 감사 광고를 실었다. 2006년에는 작품 인세 중 일부를 출연해 청소년 농구선수를 지원하는 슬램덩크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슬램덩크’ 외에도 ‘베가본드’가 누적 발행부수 8000만부를 넘겼다.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주로 농구를 소재로 작품을 그렸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버저비터’ 역시 농구 만화다. 또 다른 대표작인 ‘리얼’은 휠체어 농구를 다룬다. 단편 ‘피어스’는 ‘슬램덩크’의 외전 격이다. 이는 그가 고교 시절 농구부 주장으로 활동했던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키가 작은 편(167㎝)이라 주로 가드를 맡았다고 한다. 마침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 격인 송태섭도 168㎝의 포인트가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