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내 매수한 주식, 그 순간부터 하락
불운? 인지적·정서적 요인 작용한 결과!
①선택편향 ②단기투자의 함정 ③손실회피 성향
“내가 팔면 주식 폭등” 역시 동일한 인지 오류
경제 공부보다 마음공부 더 중요…“매매 일지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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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 김 씨의 얼굴은 굳어버렸다. 주식 창을 열어보니 상한가는커녕 매수가보다 2~3% 하락해 있었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내가 가짜 뉴스에 속은 건가?’ ‘혹시 역사적 고점에 물린 건 아닐까?’ 힘없는 주가 양상에 그의 머릿속은 온갖 부정적 생각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김 씨는 함께 식사하던 직장 동료에게 신세 한탄을 시작했다. “왜 내가 주식을 사면 귀신같이 떨어질까?”
①선택편향 ②단기투자의 함정 ③손실회피 성향
본격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 같아 용기 내 매수했더니 그 순간부터 떨어지는 경험, 주식투자자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유난히 운이 없나”라며 자책하는 이도 많지만 이는 결코 불운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심리 상태에서 매수 버튼을 누르게 되는지, 손실을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하는지 등 여러 인지적·정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에 가깝다. 해당 현상이 반복된다고 느껴지는 주된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첫째, 선택편향(selection bias)이다. 초보 투자자가 매수를 결심하는 순간은 대부분 특정 시점에 몰려 있다. “OO제약 신약 FDA 3상 통과” “□□테크, 아이폰17 핵심 부품 공급”과 같은 호재성 기사가 쏟아질 때다. 마치 “정답이 여기 있다”고 은근히 암시하는 듯한 뉴스들이다. 많은 투자자가 ‘기회를 놓칠까’ 우려해 급하게 돈을 이체하고 매수 버튼을 누르지만, 주식 고수나 대주주는 오히려 수익을 실현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이들은 이전부터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검증한 뒤 보유 물량을 정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뉴스에 등장할 정도의 호재는 대부분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오히려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난 만큼 과열 국면일 가능성이 크다. 초보 투자자가 매수하는 시점은 구조적으로 단기 고점 근처일 확률이 높은 셈이다. 매수 직후 주가가 일부 조정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는 운이 나빠서도, 전생의 업보 때문도 아니다.
둘째는 단기투자의 함정이다. 시장은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실적과 펀더멘털이 탄탄한 가치성장주나 우량주라면 결국 우상향하겠지만, 작은 조정에도 심리가 과하게 흔들린다면 수익의 과실을 온전히 얻기는 어렵다. 특히 대다수 개인투자자가 타인의 추천이나 소문에 혹해 주식은 사는 점도 이를 어렵게 만든다. ‘앞으로 계속 오를 것 같은데, 나 혼자 기회를 놓치면 배 아파서 어쩌나’ 하는 초조함은 이름도 몰랐던 회사에 수백만~수천만 원을 집어넣게 만드는데, 명확한 매수 근거가 없는 만큼 단 몇 퍼센트만 조정이 와도 분노·불안·절망에 빠지게 한다.

“내가 사면 주식이 떨어진다”와 “내가 팔면 주식이 상승한다”는 착각은 동일한 심리적 기전이 유발한 인지 오류다. Gettyimage
문제는 대다수 투자자가 관련 불안을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보다 비싸게 샀다는 사실, 잠깐이라도 고점에 물려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특히 불안 민감도가 높은 투자자일수록 주가 상승을 기다리지 못하고 손절해 버린다. 좋은 종목이라면 본업에 집중하며 최소 1~2년 이상 꾸준히 보유하면 서서히 제 가치를 찾아가기 마련인데 말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투자 실패는 조급함이 문제지, 종목이 원인인 경우는 적다.
셋째는 손실회피 성향 때문이다. 손해를 볼 때 느끼는 감정의 강도는 이익을 얻을 때보다 2~2.5배 강하다. 이는 뇌 속 편도체가 공포·불안·위협 같은 부정적 감정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큰 교통사고나 대수술처럼 생존과 직결된 경험은 1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느낀 강렬한 두려움과 공포가 편도체 옆의 기억 저장소인 해마체에 고스란히 기록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소한 이익이나 예상 가능한 좋은 결과는 며칠만 지나면 금방 잊는다. 좋은 일은 기대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도파민이 분출되지만, ‘예상치 못한 추가 이익’이 없으면 관련 감정이 오래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을 사고 가격이 오르면 ‘이번엔 괜찮네’ ‘내 판단이 맞았나’ 정도로 가볍게 지나가지만,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큰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손해가 훨씬 강렬하게 기억되는 탓에 실제보다 자주 손해를 본 것처럼 느끼게 되고, 결국 ‘내가 사는 종목은 항상 떨어진다’는 착각이 강화되는 것이다.
“내가 팔면 주식 폭등” 역시 동일한 인지 오류
정리하면 내가 사면 꼭 주가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은 개인 투자자가 자주 하는 전형적 착각이다. 강렬하게 각인된 손실 기억이 편도체를 자극해 해마체의 최우선 기억으로 저장되면서 부정적 감정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게 된 영향이다. 반면 주가가 올랐을 때의 경험은 금세 희미해지기에 손실만 경험한 것처럼 느껴진다. 나아가 왜곡된 인지는 노르에피네프린 수용체를 과각성시켜 작은 흔들림에도 크게 놀라 대응하게 만든다. 그 결과 우리는 “실수를 만회하고 싶다”는 조급함에 다시 새로운 종목을 찾고, 또다시 손실 가능성이 높은 타이밍에 진입한다.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뉴스나 이른바 ‘지라시’에 흔들려 충동 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기억, 불안, 충동이 서로를 강화하면서 개인투자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된다.흥미로운 점은 언뜻 정반대로 보이는 “내가 팔면 주식이 폭등한다”는 착각 역시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둘은 표면적으로는 반대 경우로 보이지만 심리 기전이 동일한 인지 오류다. 많은 초보 투자자가 반등이 시작되려는 구간에서 조급함과 불안을 견디지 못해 일찌감치 매도해 버린다. 이 과정에서 후회 등 부정적 감정에 빠지게 되고, 자연스레 앞서의 착각이 강화된다.
이러한 착각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동 매매를 줄이고, 사전에 세운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인공지능(AI) 관련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이 25배 이하일 때 매수한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10%를 넘는 기업만 산다” 같이 자신만의 기준을 명확히 정해 두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종목이고 최적의 타이밍이라 생각돼도, 한 번에 매수를 마치기보다 2주 이상의 기간을 두고 분할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 번에 나눠 매수하고, 매수 시점 간 최소 3~5일의 간격을 두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일시적 가격 급등락에 덜 흔들릴 수 있다.
매수 직후 주가 변동을 아예 보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확신을 가지고 내린 결정이라면 초기의 미세한 진폭에 과민하게 흔들릴 필요가 없다. 실제로 매수 직후 72시간은 사후 편향과 확증편향 등 각종 인지 오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이때는 단기 노이즈에 휘둘리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주가 차트를 멀리하고, 뉴스나 커뮤니티 정보에서도 잠시 거리를 두며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투자 타이밍에 대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투자전략을 바꾸는 것도 추천한다. 대표적 방법이 적립식 장기 투자다. 정해진 금액을 일정 주기로 투자하면 매수 매도 타이밍이 주는 스트레스가 구조적으로 제거된다. 이때 개별 종목이 아닌 지수에 투자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S&P500, KOSPI200과 같이 광범위한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정기적으로 투자하고, 분기별로 리밸런싱만 하는 식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지수를 추종하는 게 성과가 훨씬 나았다.
특정 종목에 ‘올인’하기보다 자산 배분을 통해 구조적으로 리스크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주식·채권·현금·부동산·기타 자산을 적절히 섞어 포트폴리오를 짜고, 금리 인하·인상 등 거시 흐름에 따라 정기적으로 비중을 조절하는 식이다. 핵심은 감정이나 촉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회복탄력성과 장기 성장성을 신뢰하면서 자산이 스스로 순환하도록 판을 짜는 것이다. 월급날마다 일정 금액을 ETF에 자동이체해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때 여유 자금이 생겨도 한꺼번에 넣지 말고, 미리 정해둔 금액과 원칙에 따라 나눠 투자하는 식으로 분할 매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경제 공부보다 마음공부 더 중요…매매 일지 써라
아무리 안전하고 신중한 전략을 세운다 해도, 내가 산 주식이 일시적으로라도 떨어질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이 리스크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장기 투자하려면 결국 공부밖에 답이 없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점검하고 유동성과 수급, 거시경제 등을 꾸준히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공부’다. 즉각적 쾌감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건강한 부자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일이다. ‘10년 후 집값 마련’ ‘은퇴 자금 확보’처럼 내가 투자로 이루고 싶은 장기 목표를 한 장의 문서로 정리해 두고 자주 읽어보길 권한다.가능하다면 매매 빈도도 줄이는 것이 좋다. 부득이하게 매매를 해야 한다면 반드시 매매 일지를 쓰자. 매수 이유·진입가·당시 감정과 판단 등을 기록해 두면, 시간이 흐른 뒤 내 매수 패턴과 심리를 차분히 분석해 볼 수 있다. 이때 작은 손실에도 과민하게 반응해 실수를 되풀이했다면 불안·각성·민감도를 서서히 낮추는 훈련이 필요하다. 별도의 소액 계좌를 만들어 총 50만 원 정도만 갖고 ‘연습용 투자’를 해보는 것은 충동성과 불안도를 탈감작(desensitization)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리 굳게 다짐해도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인간이다.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원칙을 세우더라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책할 것이다. 다만 우리가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때는 언제나 현재뿐임을 잊지 말자. 오늘의 실수와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한다면, 언젠가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1981년생
● 연세대 의학과 학사, 동 대학원 정신과 석사
●저서: ‘구로동 주식 클럽’ ‘살려주식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