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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특집 | 김정은, 공포를 쏘아 올리다

“제재 오래 못 간다 압박하되 대화 꾀해야”

朴정부 1기 통일부 장관 류길재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제재 오래 못 간다 압박하되 대화 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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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는 김정일 때 더 많이 죽었어요. 황장엽 선생이 그때 망명했죠. 현성일, 고영환 같은 외교관도 시기는 그보다 앞서지만 탈북했고요. 김정일이 숙청된 사람을 가족이 보는 앞에서 처형했다는 탈북자 증언이 있습니다. 잔인한 방식으로 아랫사람을 다루는 게 김정일, 김정은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 ‘합리적’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으나, 독재자의 처지에선 공포심을 일으키는 게 체제 유지를 위해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김정일은 뭐라고 할까, 김정은보다 노회했습니다. 직접 나서기보단 조직 간 갈등을 유발해 서로 치고받게 했거든요. 한쪽이 다른 쪽을 숙청하고, 숙청을 주도한 이들을 또 숙청하는 방식으로 중재자처럼 행동했습니다. 그에 반해 김정은은 전면에 직접 나섭니다. 그것 또한 ‘나는 아버지와 다르다’는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는 행동이라 하겠습니다.  

김정은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의 타격 능력을 확실히 키우겠다고 나섰는데, 김정일 때 같으면 상황을 살펴봅니다. 국제 정세, 남북관계를 고려해 핵실험 했다가, 로켓 쐈다가, 중간에 대화하다가 그러는데, 김정은은 일직선으로 쭉 간단 말이에요. 타이밍을 재는 데 아주 인색합니다.”

▼ 김정은이 정책 결정을 오로지한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게 생각해야 할 겁니다. 유일사상 체계예요, 북한은. 수령의 생각과 다른 얘기를 해서 수령이 마음먹은 것을 바꾸게 하는 문화나 시스템이 있을 수 없죠. 유일사상 시스템에서 수령의 말과 생각을 거슬러 정책이 결정되긴 어렵습니다.”



‘北 체제 불안’ 해석은 성급

▼ ‘북한 붕괴론’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1990년대부터 나온 얘기예요, 그게. 주관적 바람(wishful thinking)이 굉장히 강해요. 희망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게 대부분입니다. 붕괴론을 강하게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체제 내에 불만 세력이 있더라도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란 말이에요. 언론에서 붕괴론을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북한을 전공하는 학자나 전문가가 그렇게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체제의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북한 붕괴를 염두에 두고 대북 압박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망명 등을 보면 체제가 흔들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텐데요.

“붕괴할지, 안 할지는 사실 알 수 없는 노릇이죠. 1990년대 상황과 비교하면, 그때가 훨씬 더 위기였습니다. 고위 탈북자에 따르면 당시 북한은 망한 나라였어요.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요.

앨버트 허시먼(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사상가)에 따르면 어떤 체제에 대한 인간의 선택은 충성하거나 이탈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로열티(loyalty, 충성), 엑시트(exit, 이탈), 보이스(voice, 목소리). 엑시트만 갖고는 체제가 무너지지 않죠. 보이스가 생겨야 합니다. 북한이란 나라에선 목숨 걸고 투쟁하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흔적조차 안 남기고 깡그리 다 없애버리니까요.”

▼ 숙청 때 고사총으로 쐈다는 둥 끔찍한 얘기가 많습니다.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자비한 나라예요.”

▼ 올바른 비유는 아닌 것 같지만, 1970년대 김형욱(전 중앙정보부장) 등이 미국으로 망명한 것을 ‘엑시트’, 우리 국민이 독재에 저항한 것을 ‘보이스’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우리는 민주국가니까 그나마 데모도 하고, 잡혀가 재판도 받았지 북한에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깡그리 다 없애버리는데. 이게 뭐, 저항을 할 수 없는 나라란 말이에요. 저항하는 이들이 나타나야 정권을 바꿀 수 있어요.”

▼ 북한 경제가 과거보다 개선됐다더군요.

“중국이나 베트남식으로 개혁한 것은 아니지만, 알아서 먹고살라고 재량권을 준 건 잘한 일이죠. 북한 경제에서 벌어지는 일은 ‘사이비’이긴 해도 개혁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재량권을 주니 민간에서 돈도 벌고 상행위도 하면서 경제가 활발해지는 거죠. ‘돈주’라는 사람들이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단계까지 갔다니 국가의 공식 영역에 시장이 들어온 셈이죠. 8월에 중국 옌지(延吉)에서 북한을 오가는 조선족 사업가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제재 탓에 다소 위축된 분위기가 있으나 경제 활성화는 이어진다고 하더군요.”



 북한식 ‘사이비 개혁’

▼ 도대체 중국이 어떻게 제재하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70호에 따른 제재는 분명히 할 겁니다. 하지만 북중 국경이 아주 길어요. 다 막기가 어렵죠.”

▼ 유엔 제재, 독자 제재를 통해 김정은과 북한 정권을 굴복시킬 수 있을까요.

“세계사에서 제재만 갖고 특정 국가의 정책을 바꾼 예가 거의 없죠. 그게 팩트예요. 제재는 나쁜 행동에 대한 벌칙이면서 태도를 바꾸길 희망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워요. 제재가 기본적으로 벌칙이라, 당하는 나라는 자존심이 상한다고나 할까요. 좋은 쪽으로 가기보단 더 나쁜 쪽으로 흐른 경우가 많죠. 역사를 보면 그래요. 굴복시킨다든지, 붕괴시킨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나라 지도자의 권력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은경우가 많죠.”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중국 항일전승 70주년 기념식 때 톈안먼 망루에 오르는 등 북한·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글쎄요. 과대평가했다고는 보지 않아요. 중국과 협력해 북한을 움직인다는 방향은 옳았다고 생각해요.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 건 전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다만 중국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가 아닌 데다, 일각에서 입만 열면 하는 소리지만, 북한이 붕괴하는 걸 중국이 원치 않습니다. 중국식으로 개혁·개방하길 원하고요. 큰일이 벌어지는 걸 바라지 않으며, 핵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될 사안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이해관계가 다르죠.”

▼ 우리는 핵 문제와 관련해 즉각적으로 결과물을 내는 데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란 듯합니다.

“그렇죠. 대량살상무기가 당장의 위협이기에 마음이 급하죠. 반면 중국은 길게 보고요. 그런 점에서 불일치가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좁히는 노력을 좀 더 했어야 합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같은 경우도, 사드보다 더한 걸 배치하고 싶은 게 우리 마음인데, 중국도 사드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단 말이에요. 그런 부분도 이해하면서 잘 설득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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