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갤러리 산책

이중섭 탄생 100년 특별기획展

‘내가 사랑하는 이름’

  • 글 ·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 사진제공 · 이중섭미술관

    입력2016-09-30 10: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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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소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로 27-3 이중섭미술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일시 2016년 7월 12일~2017년 1월 29일● 관람료성인 1000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300원(국가유공자, 장애인 4~6급 등 무료)● 문의064-760-3567



    “잠들기 전에는 반드시 그대들을 생각하고 (…) 태현(장남), 태성(차남), 남덕(李南德, 이중섭이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지어준 한국 이름), 대향(大鄕, 이중섭의 호), 네 가족의 생활 (…) 융화된 기쁨의 장면을 그린다오. 이제부터는 반드시 편지를 낼 때마다 그림을 그려 함께 보내겠소. 분명히 약속하겠소. 이 편지와 함께 그림도 보낼 테니 셋이서 사이좋게 보아주오.”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다빈치) 58쪽에 나오는 편지의 한 구절이다. 이중섭(1916~1956) 화백은 가족애가 남달랐다. 1916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나 1945년 일본 문화학원 재학 시절 만난 마사코와 결혼식을 올린 이중섭은 이듬해 낳은 아들을 잃고, 1947년과 1949년에 거푸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1952년 가족이 일본으로 가는 바람에 이산가족이 됐다.

    “어떠한 부부가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어떠한 젊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열렬한 애정만한 애정이 또 없을 것이오. 일찍이 역사상에 나타나 있는 애정 전부를 합치더라도 대향과 남덕이 서로 열렬하게 사랑하는 참된 애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게요.”(‘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56쪽)  





    이중섭에게 추억의 진원지는 서귀포다. 1951년 1월경 전쟁을 피해 서귀포에 도착해 이 마을 반장이 내준 ‘1.4평’ 방에서 1년 넘게 머물렀다. 궁핍한 시절인데도 아이들과 바닷가에서 게를 잡아 함께 놀다 가져와 반찬으로 삼으며 행복을 누렸다. 이날의 경험은 작품의 배경이 됐고, 서귀포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준거가 됐다.

    추모 활동이 제주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것도 그래서다. 1995년 이중섭 거주지 기념표석 건립, 1996년 이중섭거리 지정, 1997년 이중섭 거주지 복원, 2002년 이중섭전시관 개관이 이어졌다. 지상 2층 건물인 이중섭미술관은 기증받은 이중섭의 작품 40여 점으로 채워졌고, 전시관 옆 이중섭 거주지는 그대로 살아 있는 작품이 됐다.   

    이중섭미술관의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내가 사랑하는 이름’에서는 미술관이 새로 소장한 이중섭 은지화 ‘가족’ ‘가족과 자화상’ 등이 공개된다. 부부의 젊은 시절, 작가의 사망, 홀로 두 아이를 키운 부인과 관련된 자료도 전시된다. 그토록 그리워한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다행이다. 이중섭은 1956년 영양 부족과 간염, 거식증이 나타나 청량리 뇌병원, 적십자병원 무료 병동에 보내졌고, 9월 6일 지켜보는 이 없이 홀로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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