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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式 청년정치에는 청년의 삶이 없다”

‘尹의 청년 참모’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이준석式 청년정치에는 청년의 삶이 없다”

  • ● 20대 때는 진보, 나이 들며 보수로 성향 바뀌어
    ● 尹이 페이스북 글 읽고 먼저 연락해 왔다
    ● 李가 쓴 언어·비유 그대로 경고 날린 것
    ● 국민의힘 절대 다수 李 리더십 동의 안 해
    ● 토론 배틀? 묵묵히 헌신한 ‘원석’들에게 기회 줘야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자신이 몸담은 정당에 이준석 전 대표만큼 많은 법적 고발을 한 전직 당대표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호영 기자]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자신이 몸담은 정당에 이준석 전 대표만큼 많은 법적 고발을 한 전직 당대표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호영 기자]

정치권에서 ‘윤(尹)의 참모’로 통하는 장예찬(34) 청년재단 이사장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촉구했다. 장 이사장은 8월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와 그를 따르는 일군의 청년 스피커들, 집단적 악성 댓글로 위협을 가하는 강성 팬덤 때문에 가려진 다른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한다”며 “자기 정치가 아닌 진정한 보수 가치의 실현과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 헌신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명의 장관’보다 ‘20명의 청년 행정관’

이 전 대표는 성 접대 의혹을 받는 와중에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등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도, 나도 속은 것 같다”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장 이사장은 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으로 꼽힌다.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청년본부장으로 활약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청년소통 TF단장을 맡으며 청년 국정 과제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윤 캠프에 합류하기 전에는 보수 논객이자 시사평론가로 언론과 방송에 자주 등장했다. 부산 태생으로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흐트 국립음대에서 재즈 드럼을 전공하다 중퇴하고, 23세에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음악학원 강사, 학원장, 웹소설 작가, 보수 유튜버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청년재단이 그를 이사장으로 선임한 것은 7월 26일. 장 이사장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출범한, 국무조정실 소관 민간 재단법인”이라고 청년재단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재단은 공공이 못 하는 걸 민간에서 시험해 보고 반응이 좋은 프로젝트나 복지사업은 정부에 제안해 정책 입안에 마중물 기능을 할 것이다. 정부 사업은 결정하기도 어렵고,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도 어렵기 때문에 선봉대 역할을 하는 것이 재단의 존재 의미인 것 같다. 그 길에서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보수 노선으로 일관해 왔나.

“20대에는 진보성향이 강해 정의당 노회찬, 심상정 의원을 좋아했다. 박노자 같은 좌파 지식인 책을 많이 읽었다. 그러다 좌파, 진보 지식인의 여러 주장이 열심히 살고자 하는 개인의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만큼 벌고, 못 하면 그만큼 못 가져가는 프리랜서를 계속하다 보니 계급 역전, 사다리 상승 기회가 있는 자유주의 모델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점점 중도 성향으로 갔다가 좀 더 자유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으로까지 생각이 바뀌더라. ‘젊을 때 좌파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거고, 나이 들어 우파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참 명언이란 생각이 든다.”



‘윤의 참모’로 통한다. 원래 친분이 있었나.

“개인적 친분은 없었다. 검찰총장 사퇴 후 내가 윤석열 대통령의 당시 행보를 분석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 글을 읽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나 보다. 전화로 한번 보자고 하시더라. 그때가 윤 대통령이 정치참여를 선언하기 전이다. 만나서 4~5시간 동안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그때 (윤 대통령에게) 만나면 좋을 청년 리스트도 건넸다.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 카이스트 출신으로 탈원전 반대운동을 했던 김지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임연구원 같은 사람 말이다.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내가 추천한 분이 아니다. 모 교수를 만나는 자리에 같이 나가주면 좋겠다고 해서 연희동에 따라갔다.”

청년정치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인다. 본인이 생각하는 청년정치란 뭔가.

“이준석 전 대표,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등 청년 정치인이 최근 1~2년간 큰 주목을 받았는데 허상에 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대통령직인수위를 경험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청년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나 관련 정책이 거의 없었다. 청년정치가 화두가 돼서 30대 국회의원이나 장관, 당대표가 나오는 게 평범한 삶을 사는 청년들에게 무슨 긍정적 영향을 끼칠까 하는 회의론으로까지 가게 되더라. 중요한 것은 반짝 스타가 나오는 게 아니다. 평범한 청년들이 기댈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나 정책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자각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청년 정책 만들며 처음으로 했다.”

현 정권하에서 그런 청년정치가 실현될까.

“윤석열 정부에서는 청년정치를 위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한두 사람한테 빛나는 장관, 국회의원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이에 맞는 역할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많이 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청년 장관과 20명의 청년 행정관을 바꿀 수 있다면 20명의 청년 행정관이 배출되는 것이 우리나라에 훨씬 이익이라는 철학을 윤 대통령께서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기조 아래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일할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 인수위 실무위원 중 청년이 20명에 달했다. 대한민국 어느 대통령직인수위도 청년을 그렇게 많이 실무위원으로 기용한 사례가 없다. 인수위 상위 20개 단독 과제에 청년 문제가 포함된 것도 처음이다.”

이준석式 청년정치에 동의 못 해

이준석式 청년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선구자이고 공이 있다. 그런 면에서 존중하는 마음이 있으나 보수 진영의 청년정치가 이준석식으로 일반화되는 것은 문제다. 청년 배틀로 대변인, 부대변인을 임명하고 어떤 자리에 추천해 주고 당직을 배분해 주고 하는 걸 청년정치라고 할 수 있나. 청년들이 정치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청년정치의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그동안 청년들의 삶에 관한 논쟁이나 메시지, 어젠다가 부족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청년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반적 주거와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면 청년 주거와 일자리 문제도 해결되기 때문에 청년이란 카테고리를 별도로 둘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나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청년정책을 다뤄보면 보편적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는 디테일하게 다른 부분이 꽤 있다. 이 전 대표가 미시적 차이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걸 뭉뚱그려서 ‘할당제가 필요 없다. 할당제를 차치하고라도 청년에 대한 특별한 정책적 카테고리가 필요 없다’고 하는 것 같다.”

이 전 대표의 대통령 비판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을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잘되라고 애정 어린 쓴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실패가 있어야 자신의 재기 가능성이 열린다고 여기고 베팅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나만이 아니라 많은 당원과 정부 지지자가 느꼈기 때문에 처음에는 약간의 동정론이 일었지만 이제는 ‘너무했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 억울함이나 어려움이 있을 순 있겠지만, 자기가 몸담은 정당에 대해 이렇게 많은 법적 고발을 한 전직 당대표가 있었나 싶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과 호흡하고 소통하고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도 설득하면서 한 덩어리를 만드는 일인데 그런 면에 너무 소홀했다. 법적인 걸 차치하더라도 우리 당 구성원의 절대다수가 이준석 리더십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 당에선 지도자로 정치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상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건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지 싶다.”

최근 ‘김종인계가 문제’라는 발언이 논란이 됐다.

“김종인 위원장과 가까운 분들이 내 기자회견에 대해 배후설을 제기하기에 ‘역으로 여러분의 정치적 행보나 발언의 배후에 김종인 위원장이 있다고 하면 좋겠느냐’고 예시를 들어 반박했을 뿐이다. 이 전 대표가 이 발언을 완전히 오해하고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 나는 김종인 위원장이나 김종인계를 비판한 적이 없다. 김 위원장의 당내 영향력을 비난하거나 ‘김종인계가 문제’라는 식으로 말한 적도 없다.”

“여의도 2시 청년은 ‘엄카’ 정치인”이라고 꼬집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청년 정치인 중 제대로 된 사회생활 경험 없이 엄마 카드로 유복한 환경에서 정치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시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아픈 지적이었는지 벌떼처럼 들고일어나더라. ‘여의도 2시 청년’은 여의도에서 오후 2시에 행사장에 어슬렁거리는 청년이라는 뜻으로, 내가 아니라 이준석 전 대표가 먼저 꺼낸 말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나를 포함해 정권교체에 기여한 수많은 청년 전통 당원들을 ‘여의도 2시 청년’이라고 비하하기에 나도 그 말을 그대로 써서 돌려드린 것뿐이다. 한번 똑같이 겪어보라는 차원에서 내가 계속 경고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그가 썼던 언어, 비유 그대로.”

묵묵히 헌신하는 ‘원석’에 기회 줘야

윤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한 편이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윤석열 정부의 시행착오도 영향이 있지만 여의도 정치 이슈 장기화가 정부에 대한 피로감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윤 대통령의 민생 행보나 13년 만의 해외 원전 수주, 역대 최고금액의 방산 수출 같은 업적이 묻히고 있다. 당에서 빨리 정치 이슈를 매듭짓고, 대통령실이나 정부도 자세를 한껏 낮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청년 리더로서 이 전 대표와 당신의 다른 점을 꼽는다면.

“이준석 전 대표는 배틀 붙여서 토론에 능한 공중전 선수를 선발했는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말 잘하는 청년이 아니다. 지역에서 묵묵히 헌신했는데 주목받을 기회가 없었던 청년 당원들에 대한 관심이다. 그동안 대가 없는 희생만 강요당한 그들이 지상전에서 쌓은 공로를 인정받고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런 청년들에게 시의원, 도의원 공천을 팍팍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그들을 ‘여의도 2시 청년’이라고 먼저 비웃고, 토론이나 말을 좀 잘하는 걸 대단한 정치적 자산으로 생각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 본다. 이게 이 전 대표와 내가 청년정치를 바라보는 가장 큰 시각차가 아닌가 싶다.”

국민의힘은 청년 정치인을 어떻게 배출하는 것이 좋겠나.

“칭찬하고 싶은 것이 최재민 강원도의원이나 이소희 세종시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선발한 거다. 지역에서 열심히 해서 광역의원까지 된 사람들인데 그동안 중앙정치로 진출할 기회가 없었다. 관심을 가지면 그런 ‘원석’이 많이 보인다. 내가 가진 원석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자꾸 스타트업 대표나 토론 배틀 우승자를 찾으려고 하면 청년 당원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정치와 멀어지게 된다. 당 안에서 뜻을 갖고 활동하고, 지역에서 헌신하고 봉사하는 원석들에게 기회를 주면 된다.”

신동아 10월호 표지.

신동아 10월호 표지.



신동아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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