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호

‘코리안드림’으로 일군 환태평양 금융허브 발판 ‘파크원’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2-10-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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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역사·문화 기초한 통일 비전 ‘코리안드림’

    • ‘한강의 기적’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개발 모델 국가로

    • 파이낸셜 프로젝트 성공 교과서 여의도 ‘파크원’

    • 한국 전통의 멋과 현대적 감각 어우러진 건축물

    서울 여의도에 들어선 파크원 단지 전경. [GPF]

    서울 여의도에 들어선 파크원 단지 전경. [GPF]

    “통일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는 많지만, 통일 비전에 관한 의견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 ‘코리안드림’의 출간은 매우 시의적절합니다.”

    에드윈 퓰너(Edwin J. Feulner) 미국 헤리티지재단 공동 창립자가 ‘코리안드림’ 영문판 추천사에 쓴 일부 내용이다.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역시 이 책을 추천하면서 다음과 같이 감상을 덧붙였다.

    “나는 한반도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적인 방안을 연구해 온 학자로서 참신하고 혁신적인 한반도 통일의 미래 비전과 구상에 감동을 받았다. 남북통일을 준비하면서 민족적 각성을 촉구하는, 보기 드문 역작이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분석, 미래 비전과 제언에 많은 독자가 공감하리라고 기대한다.”

    세계 석학들이 찬사 보낸 ‘코리안드림’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의장이 2020년 8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코리안드림’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GPF]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의장이 2020년 8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코리안드림’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GPF]

    퓰너 창립자와 곽 전 원장이 찬사를 보낸 책 ‘코리안드림’을 살펴보면 세계적 평화운동가인 저자가 한반도의 정체성과 운명을 바탕으로 한 통일의 길을 논하는 대목이 나온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념에 기초해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아 평화와 통일을 이뤄내면 한국이 21세기를 주도하고 세계평화를 이끄는 국가로 발돋움한다는 게 요지다.



    이 책의 저자는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의장이다. 문 의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통일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9년 GPF를 설립해 14년째 재단을 이끌고 있다. 2010년 코리안 드림 구상을 발표한 후 2014년 동명의 책을 발간했다. 집필에만 수년이 걸린, 354쪽 분량의 책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민사회와 개인, 해외동포에게 ‘희망찬 통일 영감’을 불어넣는다는 취지로 발간했다. 2014년 초판이 나온 뒤 영어판과 일어판으로 출간돼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2020년 8월에는 3·1독립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출판된 센테니얼에디션은 전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8년 4월 미국 국방정보국(Defence Intelligence Agency·DIA)이 2018년 필독서로 ‘코리안드림’을 선정하기도 했다. 국방정보국은 추천의 글에서 “장기적인 불투명성이 대두되는 오늘날 ‘코리안드림’은 한반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분단 70년 동안 만들어진 한반도의 안보, 경제, 사회 문제의 궁극적 해법으로 통일을 제안한다. 수천 년 동안 하나의 민족을 형성해 온 건국 원칙과 문화에 기초해 평화를 실현해 나가는 획기적인 방법을 설명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 책은 지금도 세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반도 정세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된다.

    시민사회 중심 통일운동 ‘새바람’ 일으켜

    2017년 2월 마닐라에서 열린 ‘2017 GPC’에서 세계 평화운동가들이 모여 한반도 통일과 세계의 평화 공존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튜브]

    2017년 2월 마닐라에서 열린 ‘2017 GPC’에서 세계 평화운동가들이 모여 한반도 통일과 세계의 평화 공존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튜브]

    문 의장의 제안을 계기로 GPF는 일찍부터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시민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운동에 관심을 기울였다. 2012년 8월 37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글로벌피스페스티벌을 개최해 ‘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 창설을 후견하고 ‘통일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통일 전문가와 대학, 시민의 참여를 꾸준히 유도해 올해 8월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2022 통일실천축제한마당’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출범한 통일실천시민대행진 시민조직위원회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4년간 단계적 통일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통일운동을 대중문화 콘텐츠로 풀어내는 시도도 이어졌다. 2012년 창설된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을 주축으로 ‘코리안드림’ 실현을 위한 범 세계적 시민통일문화운동인 One K 글로벌캠페인을 광복 70주년이었던 2015년도부터 추진했다. 2017년에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One Dream One Korea One World’의 함성이 전 세계로 울려퍼졌고, 3.1운동 1백 주년이 되는 2019년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진영논리를 벗어나 모두가 하나된 통일의 꿈을 노래했다. 국내외 우리 민족의 통일열망을 고취시키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해왔다. 캠페인 송으로 만들어진 노래도 5곡이나 된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피날레를 장식한 ‘One Dream One Krea’를 위시해서 세계 팝 프로듀서계의 거장 지미 잼 엔 테리 루이스가 작사 작곡하고 디즈니가 사랑하는 가수 피보브라이슨과 가수 정동하씨가 부른  영어버전 ‘Korean Dream’과 한국어 버전, 인순이가 부른 ‘하나의 꿈’, 김동찬씨가 만든 ‘넘버 원 코리아’ 등이다. One K 글로벌 캠페인의 정신은 2020년부터 통일실천축제한마당으로 계승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GPF는 시민 주도형 통일운동 역량이 지금보다 강화되면 통일운동 분야에서 한 차원 강력한 동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청년이 주도하는 통일운동의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GPF가 문 의장의 코리안드림 구상 후 가장 열성적으로 전개하는 활동은 초(超)종교운동이다. 2011년, 워싱턴D.C에서 개최된 ‘국가종교지도자 총회’에서 미국의 건국정신에 입각한 국가 실현을 위해 종교지도자들의 갈등해소와 협력 강화를 촉구하였다. 마틴루터킹 재단, 카더 재단과 공동 주최한 2012년 미국 애틀란타 GPC(Global Peace Convention)에서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발원지가 되어버린 미국에 경종을 울리며 건국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영적 대각성’을 촉구하였다. 2013년 보코하람의 테러 등 기독교.이슬람 종교분쟁으로 몸살을 앓는 나이지리아에서 개최된 GPLC(Global Peace Leadership Conference)에서는 기독교와 이슬람 지도자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도덕적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도덕과 혁신의 리더십으로 종교와 부족간 갈등 해결’을 제안하고 종교간 지도자들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또한, 문 의장은 2013년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GPC 말레이시아 2013’ 기조연설을 통해 “전 세계 갈등의 대부분이 종교 갈등 또는 종교 갈등으로 인해 촉발된 정치 갈등”이라며 “정치적·경제적인 방법으로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초종교운동의 취지를 밝혔다. 문 의장은 종교 갈등 해결을 위해 “모두가 국가와 정치, 종교의 허식을 벗어던지고 하나님 아래 인류 한가족(One family under god) 의식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문 의장 발언 후 GPF는 각 종교의 지도자들과 손잡고 교육과 봉사, 빈곤퇴치 등 다양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GPF의 목표는 각 종교의 리더들이 자신이 가진 종교의 틀에서 벗어나 평화라는 실질적 선(善)을 실천하는 참된 지도자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자기 종교만 옹호하는 편협한 관점 탓에 다양한 신앙 전통을 묶어낸 세계적 평화운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유엔·세계은행에 초종교운동 제안

    2013 나이지리아 글로벌 피스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선데이 오누오하 주교 등 기독교와 이슬람 지도자들이 ‘원 패밀리 언더 갓’ 비전으로 나이지리아 종교분쟁 해결을 결의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에서 두번 째가 문현진 의장. [GPF]

    2013 나이지리아 글로벌 피스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선데이 오누오하 주교 등 기독교와 이슬람 지도자들이 ‘원 패밀리 언더 갓’ 비전으로 나이지리아 종교분쟁 해결을 결의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에서 두번 째가 문현진 의장. [GPF]

    GPF가 국제금융기관인 세계은행(WB) 측에 ‘종교지도자 또는 종교조직을 통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안하는 것도 초종교운동의 일환이다. GPC 2013에서는 WB로부터 약 30억 원의 지원금을 받은 나이지리아 초종교실천연합(NIFAA)의 사례가 소개된 바 있다. NIFAA의 수석이사를 맡은 선데이 오누오하는 천주교의 주교다.

    이 자리에서 오누오하 주교는 “나이지리아 주민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종교도 교육도 아닌, 바로 말라리아를 퍼뜨리는 모기”라며 “모기장 보급 사업을 추진하면서 월드뱅크로부터 지원금을 받게 됐는데, 월드뱅크가 종교단체에 직접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세계 기구를 통한 초종교 활동에 물꼬를 열었다는 게 GPF의 평가다.

    GPF는 코리안드림에 기초한 한국형 경제성장 모델을 제3세계 국가에 소개하는 활동을 지속해 왔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한강의 기적’은 개발도상국에 국가 변혁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일례로 2010년 케냐 키바키 정부와 공동주최한 글로벌피스컨벤션과 2018년 우간다 무세베니 정부와 공동주최한 글로벌피스리더십컨퍼런스는 종족간의 분쟁을 종식하고 ‘코리안드림’에 기초한 국가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국가와 지역 간 불균형을 없애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자리였다. GPF는 20세기 유산을 종식하고 국가 변혁을 꾀하려는 국가에 한국 경제개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코리안드림을 널리 전파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문 의장은 2021년 원코리아국제포럼에서 은행의 민영화로 외국의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시장 중심 경제구조로 변혁해 한국을 런던이나 뉴욕처럼 환태평양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이 단계에 이르면 코리안드림에 기초한 한국형 경제개발 모델 등이 우리나라의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GPF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금융개혁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등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창업가를 위한 경제구조 변혁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8월 12일 서울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2020년 완공한 파크원의 개관식이 뒤늦게 열린 것이다.

    8월 1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서울의 새 랜드마크로 부상한 ‘파크원’ 개관 기념식이 열렸다. [GPF]

    8월 1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서울의 새 랜드마크로 부상한 ‘파크원’ 개관 기념식이 열렸다. [GPF]

    미래와 전통 잇는 여의도 최고층 ‘파크원’

    파크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금융업무지구 여의도에서 가장 높고,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축물이다. 옛 여의도 통일주차장 부지(4만6465㎡)에 지하 7층~지상 69층·53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 2개 동과 8층 규모의 백화점 1개 동, 31층 규모의 호텔 1개 동 등 총 4개 동으로 구성된 복합문화 시설이다.

    2022년 준공 기준 국내 초고층 건물 중에서는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가 가장 높다. 부산 엘시티(412m)에 이어 서울 파크원(318m)이 세 번째로 높다. 파크원의 연면적은 62만9047㎡로, 여의도 IFC의 약 1.3배, 여의도 63빌딩의 약 4배 규모다.

    서울 여의도의 파크원은 지난해 12월 작고한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경의 작품이다. 최신 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건축을 수사학적으로 표현하는 ‘하이테크(Hi-Tech) 건축’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생전에 파리의 퐁피두센터, 런던 그리니치반도의 밀레니엄돔 등 세계적 건축물을 설계했다. 파크원은 로저스가 맡은 단일 프로젝트 중 가장 크고 높다.

    금융허브로 가는 디딤돌

    파크원은 건물 높이뿐만 아니라 독특한 입면 디자인까지 적용해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철골조는 건물 외부에 그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마감한다. 하지만 로저스는 철골 구조물인 모서리 기둥을 건물 외부에 그대로 노출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여기에 철골조에 빨간색을 덧입혀 직사각형 타워의 모서리마다 빨간 선이 강렬하게 뻗어 있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파크원에 총 6만3000t의 철강재가 사용됐다. 국내 최고 높이인 롯데월드타워보다 1만1000t이 더 많은 양이다. 전체 철강재의 80%인 4만3000t은 포스코의 철강재다. 일례로 철골에는 열처리 과정에서 강도가 더욱 높아지는 고급 후판재가 사용됐다. 이 철강재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내진 성능과 용접 성능이 우수해 초고층 건물의 철골 자재로 많이 사용된다.

    포스코건설은 타 건설사에서 시공을 이어받으면서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스마트 건설 기술을 활용했다. 이미 시공한 부분을 3차원(3D)으로 스캐닝한 후 데이터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건물정보모델링(BIM)을 통해 시공 오차와 설계 오류 500여 건을 찾아 수정하거나 설계를 변경했다.

    국내 최초로 건물 가장자리에 8개의 대형 기둥을 세워놓고 기둥 사이를 대형 버팀대로 서로 연결해 중심을 떠받치는 메가 프레임(Mega Frame) 구조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는 건물의 하중을 바깥쪽의 큰 기둥이 버텨주는 구조가 되기에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사무실 가운데 기둥이 없어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상업용 빌딩 프로젝트’

    백화점 동은 내부 천장을 한국 전통 방패연으로 형상화하고 천장 전체를 유리로 마무리해 자연 채광을 극대화했다. 방패연 구조를 잡아주는 8개의 대형 철골 프레임은 여덟 마리 학이 3개의 방패연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본떴다. 1층부터 8층까지 기둥을 전부 없애 내부 공간 면적을 더욱 넓히고, 타원형 순환 구조로 설계해 고객의 동선 너비도 최대 8m로 기존 백화점보다 넓게 설계했다.

    GPF 관계자는 “파크원은 디자인 철학을 기반으로 도시, 사람,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자 한국 전통의 멋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건축물”이라며 “파크원 건립을 계기로 여의도가 정치, 경제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파크원 건립은 ‘단군 이래 최대 상업용 빌딩 프로젝트’로 불리며 프로젝트 파이낸싱 성공 사례로 업계에서 회자된다. 문 의장은 파크원 개관식에서 “파크원은 최대 규모의 민간 금융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며 담보는 어떤 유형 자산도 아닌 오직 미래에 대한 약속뿐이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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