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SK㈜, 3년간 A+ 유지… SK하이닉스는 B+로 한 계단↓

[ESG 경영 大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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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23-03-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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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년 全코스피 상장사 ESG 공시 必

    • 국내 2019년부터 ESG 공시·평가 시작

    • SK㈜, KCGS 평가 A+ MSCI 평가 AAA

    • 환경(E) 영역에서 3년간 가시적 변화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 기조가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되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모든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서 올해 들어 각 기업이 이에 적극 대응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이에 ‘신동아’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ESG 공시 현황을 살펴보고 평가 결과를 심층 분석하고자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6년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부터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2월 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3 신임임원과의 대화’에서 토론하는 최 회장.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6년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부터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2월 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3 신임임원과의 대화’에서 토론하는 최 회장. [SK]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국제사회는 덮어놓고 성장하면 된다는 식의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서로 규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2~3년 사이 유럽연합(EU)은 2050년 탄소중립을, 미국은 2050년 넷 제로(Net Zero) 달성을,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순차적으로 공식 선언했다. 앞으로 각 국가와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ESG 기준을 사즉생의 각오로 충족시켜야만 한다.

    2025년부터 대기업 ESG 공시 필수

    매우 친숙한 용어지만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자면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기업 경영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를 뜻한다.

    ESG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는 각 국가와 자본시장의 경제주체가 처한 상황 및 이해관계에 따라 폭넓게 해석된다. 한국거래소 ESG 포털 해석에 따르면 환경 영역에서 △기후변화 및 탄소 배출 △환경오염 및 환경규제 △생태계 및 생물 다양성 등, 사회 영역에서 △데이터 보호 및 프라이버시 △인권·성평등 및 다양성 △지역사회 관계 등, 지배구조 영역에서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구성 △뇌물 및 반부패 척결 △기업윤리 함양 등을 포함한다. 이를 종합하면 자본시장에서의 ESG는 기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과 기업의 재무적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비재무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ESG는 이상적 개념이지만 한편으로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도 ESG를 정량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200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2020년 미국은 ESG 펀드 포트폴리오에 ESG 목적에 부합하는지 명시하도록 의무화했고, 지난해 영국도 2025년까지 모든 상장사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4년 전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모든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특히 자산 2조 원이 넘는 대기업의 경우 2025년부터 ESG 공시를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 ESG 공시와 평가는 글로벌 투자기금의 투자 지표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및 계열사 90%가 ESG위원회를 설치해 ESG 경영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ESG 공시 자료는 한국거래소 ESG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각 기업에서 발행한 ESG 공시 자료와 함께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한국ESG연구소,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Moody’s(무디스),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등 5개 평가회사에서 부여한 ESG 종합점수와 요약평가 보고서, 재무적·비재무적 성과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평가 대상 974개사 중 상위 1%

    한국ESG기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국내 ESG 평가 대상은 총 974개사(유가 773사, 코스닥 201사)에 이른다. 공시와 평가는 2019년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아직까지 ESG 평가 결과가 평균 이하인 곳이 대다수다. 자료가 가장 많이 축적돼 있는 KCGS의 전체 등급 분포를 살펴보면 D가 35%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C 28%, B+14%, A 13%, B 10%, A+ 1%, S 0% 순이다.

    이들 기업 가운데 A+ 이상 등급을 받은 대기업의 ESG 공시와 평가 현황을 짚어보고자 한다. 2025년까지 ESG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자산 2조 원이 넘는 대기업 가운데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 종합 A+ 등급을 획득한 곳으로 SK그룹이 꼽힌다.

    SK㈜는 2022년 KCGS로부터 종합등급 A+를 받아 ESG 등급 상위 1%에 올랐다. KCGS 이외 기관 평가에서도 성적이 나쁘지 않다. 한국ESG연구소로부터는 A, MSCI로부터는 AAA, S&P로부터는 81점을 받았다. 반면 무디스는 SK에 대해 환경 20점, 사회 31점, 지배구조 33점으로 종합 28점을 부여했다.(표1 참조) 무디스의 국내 기업에 대한 ESG 평가는 10~50점대에 분포하고 있다. 무디스의 평가 기준은 국내외 다른 기관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이를 감안한다면 SK의 등급은 평균 수준으로 볼 수 있다.

    SK㈜의 ESG 경영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데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한몫했다. 그는 적극적인 ESG 경영 의지를 갖고 관련 사업과 비전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 회장은 2009년 사회적 기업에 관한 한 포럼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5년간 사회적 기업을 설립·지원한 바 있다. 당시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를 토대로 2014년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직접 써서 출간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 관심이 높다.

    최 회장은 국내에 ESG가 일반화되지 않은 2016년 6월 사회적 가치 추구를 포함한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를 SK그룹의 핵심 경영 전략으로 채택했다. 당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최 회장은 그해 3월 등기이사로 복귀하면서 그룹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당시 임직원에게 “기업이 서든데스(돌연사)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딥 체인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 회장의 ESG 경영 드라이브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1월 그룹 임직원에게 e메일로 보낸 신년사에서 그는 “기후변화, 질병, 빈곤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 앞으로 인류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고 전망하며 “우리에게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며 경영 시스템을 단단히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 나간다면 미래는 우리 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 주도로 오랜 시간 변화를 추구해 온 SK㈜는 2020년부터 3년 연속으로 KCGS 등급 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2021년에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3개 부문에서 모두 A+ 등급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비재무적 성과 가운데 환경 영역에서 그룹 차원의 노력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1998년 ‘온실가스 프로토콜 이니셔티브’에서 결정된 온실가스 배출 기준은 스코프1~3(Scope1~3)으로 나뉘는데 스코프1은 직접배출, 스코프2는 간접배출, 스코프3은 계열사 및 협력사 등의 기타 간접배출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SK그룹의 스코프1 총 배출량은 2019년 1066만6759tCO2-e에서 2021년에는 962만9821tCO2-e로 9.72%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총 소비량도 2019년 3001MWh에서 2021년 24만6212MWh로 82배가량 증가했다.

    SK렌터카·SK증권·SK하이닉스는 B+

    SK그룹 계열사 가운데 ESG 공시에 참여한 12개사의 성적도 준수한 편이다. SK케미칼이 A+ 등급을, SKC·SK가스·SK네트웍스·SK디스커버리·SK디앤디·SK바이오사이언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등 8개사가 A 등급을 받았다.(표2 참조)

    다만 SK렌터카와 SK증권, SK하이닉스 등 3개사가 B+ 등급을 기록했다. SK렌터카는 2019년부터 3년간 C→B→A 순으로 등급이 올랐으나 지난해 지배구조(G) 측면에서 B+를 받아 종합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갔다. SK증권은 2019년 B 등급을 받은 이후 3년간 한 단계 높은 B+ 등급을 유지하고 있고, 증권업계에 A 이상 등급이 16.6%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평가는 준수한 편이다.

    반면 2019년부터 3년간 A 등급을 받았던 SK하이닉스는 B+로 뒷걸음질 쳤다. 경기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공급시설과 관련해 여주시와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정기 근로감독을 면제받은 8년 동안 61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이 알려지는 등 환경(E)과 지배구조(G) 측면에서 리스크가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SK그룹만으론 부족, 관계사 참여 이끌어야

    ESG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SK그룹의 자발적인 ESG 공시 움직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이 ESG 데이터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SK는 평균 이상의 수준으로 공시를 하고 있고, 데이터 공개가 상당 부분 축적됐기 때문에 KCGS 종합 등급이 높게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K 같은 대기업이 더욱 적극적인 ESG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SK의 비재무적 성과 자료를 보면 직접배출(스코프1)과 간접배출(스코프2) 배출량이 2019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사업 운영을 위한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배출(스코프3) 자료는 아예 없다”며 “스코프3의 경우 계열사, 협력사 등 모든 관계사까지 들여다보는 지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행이 어렵긴 하다. 그러나 SK같은 대기업이 먼저 나서서 스코프3 지표까지 챙기는 등 공동의 실천을 독려해야 우리 사회가 진정한 변화의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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