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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상담소로 몰리는 청년들 “선착순 500명, 1시간 안에 마감”

코로나로 체감 청년실업률 최고치… 정신 건강 프로그램 인기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정신건강 상담소로 몰리는 청년들 “선착순 500명, 1시간 안에 마감”

  • ● 서울시 청년 상담 1시간 만에 마감
    ● 친구·가족보다 낯선 사람에게 상담 받으려 해
    ● 초중고 ‘위클래스’로 상담에 익숙한 세대
    ● 정신건강의학과 심리·경제 장벽 존재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GettyImage]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GettyImage]

“건강 문제로 일을 쉬는데 갈 곳이 마땅찮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도서관도 문을 닫았고 직장 다니는 친구들은 약속 잡기도 힘들어요.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나왔습니다.” 

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지모(34) 씨가 이렇게 말했다. 지씨는 지난해 일을 그만두고 다른 진로를 알아보던 중 디스크가 도졌다. 코로나19로 밖에서 공부할 만한 공간이 줄어들자 지씨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낀 지씨는 경기 광명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주최하는 ‘청년들을 위한 내 마음 사용 설명서’ 강의에 참석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일상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이가 증가하고 있다. 9월 9~14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몬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남녀 548명 중 71.6%가 코로나19로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코로나 우울’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수는 4월(54.7%)과 비교해 크게 높아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 한파를 겪는 청년층도 정신 건강 문제를 호소한다. 청년들은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지자체·민간에서 운영하는 심리 상담소로 향한다.

서울시 청년 상담 1시간 만에 마감

“청년들이 정신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신청자가 금세 꽉 찰 줄 몰랐습니다.” 



광명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 11월 11일 경기 광명시의 한 카페에서 열린 ‘내 마음 사용 설명서’ 프로그램에 10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성격유형결과)’를 통해 본 나의 성향과 감정파악’ 강의가 진행됐다. 이를 시작으로 매주 한 번 스트레스 코칭, 컬러 테라피 강의가 이어진다. 9월 시작된 해당 프로그램에 100여 명의 청년이 참석했다. 

스트레스 코칭 강의를 진행하는 이기화 우리사이연구소 대표는 “코로나19는 주위 환경을 급속도로 변화시켰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청년 처지에서 불안감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대 이모 씨도 이날 강의를 찾았다. 이씨는 “갖고 있던 정신질환이 코로나19 이후 악화됐다. 집 밖에서 정신 건강 관련 강의라도 들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반기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진행된 심리 상담 수(73만1546건)는 이미 지난해 상담 건수를 넘어섰다. 

“심리 상담을 받고 싶은데 대학교 상담 센터도 모두 마감됐습니다. 서울시 상담 프로그램도 마감됐던데 더 이상 신청할 수 없는 건가요?” 

11월 8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청년포털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서울시는 네 차례에 걸쳐 ‘청년 마음건강 심층상담’ 지원자를 모집했다. 지원 대상은 19~34세 서울 거주 청년이다. 4월 진행된 1차 모집에서 1568명이 신청했다. 당초 1차 모집 목표 인원 700명을 훌쩍 뛰어넘은 숫자다. 이후 서울시는 올해 지원 대상자 수를 2000명에서 3500명으로 늘렸다. 10월 500명으로 한정한 4차 모집은 1시간 만에 마감됐다. 

서울시 청년청 관계자는 “청년들이 직접 제안해 올해 처음 사업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지원 동기·유형을 살펴보면 취업·진로 관련 문의가 가장 많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불안‧우울과 같은 정서 문제나 가족‧친구 사이서 겪는 불화도 주된 신청 이유다. 내년에도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낯선 이에게 털어놓는 고민

11월 11일 경기 광명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열린 ‘청년들을 위한 내 마음 사용 설명서’ 프로그램. 
 [광명정신건강복지센터 제공]

11월 11일 경기 광명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열린 ‘청년들을 위한 내 마음 사용 설명서’ 프로그램. [광명정신건강복지센터 제공]

“공연 음향 담당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간 공연이 잡히면 저녁에 일하고 낮에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코로나19로 카페에서도 해고되고 공연장도 문을 닫아 집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미래가 막막하네요. 음향 일을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로 들어온 상담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좀놀아본언니들은 1030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상담을 진행하는 비영리단체다. 장재열 좀놀아본언니들 대표는 “코로나19 초기 생계가 막막해진 청년들이 돌파구를 찾지 못해 힘들다는 상담 내용이 많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자 ‘살기 싫다’는 상담 내용이 ‘죽고 싶다’로 바뀌었다. 해결 방안 찾기를 포기한 청년이 많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반이 약한 청년층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10월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만 명 감소했다. 10월 체감 청년실업률은 24.4%를 기록했다. 조사 이래 같은 달 기준 최고치다. 

방구석 상담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번아웃이 와서 아무것도 못하겠는데 어떡하지. 낮에는 멍하고 밤에는 우울해져서 울기만 함. 계획 세운 걸 실천하면 되는데 몸이 안 따라줘. 그렇게 바라던 늦잠도 많이 자는데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글 내용이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공감된다. 나도 책임감 때문에 꾸역꾸역 살았다가 우울증이 심하게 왔다. 그럴 땐 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우울’ ‘불안’ ‘정신과’ 관련 키워드를 담은 글이 올라온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받고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다. 

청년들은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장벽을 느낀다. 광명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취준생은 입사 시 곤란을 겪을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꺼린다.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정신 건강 프로그램 장소로 보건소 대신 인근 카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경제 문제도 있다. 공황장애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은 20대 심모 씨는 “공황장애 의심 증세가 지속됐지만 병원에 가는 데 2년이 걸렸다. 공황장애 진단을 의사로부터 확답 받는 것도 두려웠고 진료비도 신경 쓰였다”라고 말했다. 


상담 익숙한 청년 세대, 전문 상담가 육성 필요

전덕인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민간에서 진행하는 정신 건강 상담 건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본다. 정신건강의학과 문턱을 낮추는 기능을 한다. 상담 전문가가 병원에 가보라고 하면 청년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영순 전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자체·민간 정신 상담 영역이 정착되고 있는 단계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센터도 대기자가 많을 정도로 청년층 상담 수요가 높다. 사회안전망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위(Wee)클래스’를 언급했다. 위클래스는 2008년부터 정부가 초·중·고생 상담 기능을 강화하고자 시작한 서비스다. 

“지금 20대는 ‘위(Wee)클래스’ 세대다. 기성세대와 달리 자신의 문제를 전문가에게 상담받는 일이 익숙하다. 성인이 된 후에도 상담 수요가 이어진다. 가족·친구 관계로 사회적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도 요인이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익명으로 이뤄지는 상담은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10월 우울증을 앓던 대학생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학내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지만 “조용히 죽어라”는 내용의 악성 댓글이 돌아왔다. 

김 선임연구원이 이어 말했다. 

“상담 문화가 잘 자리 잡으려면 전문 상담가가 많이 육성돼야 한다. 8월 청년기본법이 발효된 만큼 체계적 청년 정신 건강 해법이 제시되길 바란다.”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
“청년 정책 입안자가 2030 불안 이해 못해”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는 “청년 정책을 내담자에게 알려주는 것도 상담가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문영훈 기자]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는 “청년 정책을 내담자에게 알려주는 것도 상담가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문영훈 기자]

장재열(35)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는 8년째 온·오프라인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지자체 청년 정책 자문이나 상담가 육성사업에도 참여했다. 그간 3만 명이 넘는 청년을 만나온 장 대표에게 청년 정신 건강에 대해 물었다. 

- 상담뿐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청년과 직접 만나며 위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 건강 관련 정책이나 법은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정신질환 고위험군 예방과 환자 치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일상 문제로 정신적 대미지를 받은 사람들이 찾을 곳이 적다. 이를 위해 지자체 청년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청년을 대상으로 한 상담가가 부족하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지만 심리 치유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 미(未)구직으로 불안·우울 상태에 있는 이들을 토닥이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 처방을 할 수 있는 상담가가 필요하다.” 

- 사회적 처방이 뭔가. 

“정책적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래 상담가 교육을 진행할 때 경청과 같은 상담 자세뿐 아니라 해당 지자체 청년 정책도 알려준다. 정신 건강 문제로 활력이 떨어진 이들은 관련 정책을 찾아볼 처지가 아니다.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는 정책까지 알려줘야 근본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그는 “정책 입안자와 일할 때 답답함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 왜 그런가.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청년 우울증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만 봐도 ‘부모님이 돈을 끊으면 해결된다’ ‘덜 굶어서 저런 이야기 한다’는 내용이 다수다.” 

장 대표는 일본의 8050문제를 언급했다. 80대 노부모가 50대 자녀의 생계를 챙긴다는 의미다. 현재 일본의 50대는 20대 시절 버블경제 붕괴로 구직난을 겪었다. 이들의 장기 실직 상태가 지속돼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들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청년 우울증·자살이 지표로 드러나니 대책을 세우긴 해야 하는데 무엇이 먼저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자리 대책이 있으면 뭐하나. 청년들이 저활력 상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건강한 사회 구성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장 대표는 3년간(2014~2017) 상담에 참여한 2만1942명의 상담 내용을 분석했다. 절반이 넘는 내담자가 ‘나 혼자 뒤처진 것 같다’는 불안함을 호소했다. 

- 불안이 왜 문제인가. 

“불안은 우울·공황과 다른 정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사회안전망 없이 청년들에게 자꾸 불안을 종용하면 건강한 사회가 되기 힘들다.” 

- 사회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 지금 당장 불안을 호소하는 청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나. 

“우선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자신을 게으른 사람으로 폄하하는 청년이 많다. 누구나 성장 욕구가 있지만 미래가 불투명하니 동기부여가 어려울 뿐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니 스스로를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의 순서를 매겨보길 권한다.”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는 “청년 정책을 내담자에게 알려주는 것도 상담가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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