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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마님보다 춘심이가 임신 잘 되는 이유[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

‘방콕’은 임신의 적, 운동은 수태력의 기본

  • 난임전문의 조정현

아씨마님보다 춘심이가 임신 잘 되는 이유[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

걷기는 골반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 생식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GettyImage]

걷기는 골반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효과가 있어 생식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GettyImage]

아씨마님과 여노비(女奴婢) 춘심이 중 누가 더 수태력(임신력)이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춘심이’다. 종일 방에서 자수만 놓는 아씨마님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춘심이가 임신이 더 잘 된다. 사극을 보면 아씨마님은 난산으로 고생하기 일쑤지만, 밭일에 집안일까지 다 하는 여염집 아낙은 ‘순풍’이 불 듯 순산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운동’이다. 남자든 여자든 몸을 얼마나 부지런하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수태력(가임력)이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 생활방식은 체질량지수(BMI)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가임력에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혈관 건강은 물론 생식기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신체 어느 곳이든 혈액순환이 활발해 물질대사가 신속히, 충분히 이뤄지면 모든 기능은 항진할 수밖에 없다. 신체활동을 많이 하면 특히 하체의 혈액순환이 좋아져 난소, 자궁으로 가는 혈류가 왕성해진다. 임신이 수월한 몸이 된다는 얘기다.

인간의 몸은 직립보행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평소에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생식력도 좋아진다. 그런데 현대인의 일과를 들여다보면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낸다.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누워 있지 않으면 앉아 있기 일쑤다. 우리나라 사람이 하루 평균 2000보 정도 걷는다는 통계만 봐도 얼마나 몸을 움직이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야한 상상이 임신력 높인다

그래서인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잘못된 자세와 운동 부족으로 근골격계가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임신해야 할 여성이 척추와 골반이 변형되면 하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피로가 쌓여 임신이 잘 안 될 수 있다. 설상가상 근력까지 부족하면 젊은 나이에도 허리 통증이 생길 수 있고, 체력 저하와 만성피로가 더 빨리 나타난다. 실제로 난임전문 병원을 찾는 젊은 부부 중 생식기에 별문제가 없는데 부부 관계를 제때(배란일에 맞춰) 하지 못해 임신이 안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편도 아내도 만성피로로 리비도(성욕)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가 볼 때는 운동 부족이 부부의 리비도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과학문명의 발전이 인간의 활동 범위를 책상으로 축소해 버렸고 환경호르몬의 피해, 늦은 결혼 등 우리 주변에는 난임의 이유가 많고 많지만 운동만 제대로 꾸준히 하면 일부분은 해결될 수 있다.

비타민D 부족만 해도 그렇다. 비타민D는 햇볕만 충분히 쬐면 피부 아래 스테롤의 일종인 프로비타민D가 비타민D로 전환돼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데 실내 생활만 고집하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와 거리두기는 핑계다. 답답한 실내에서 탁한 공기 마시지 말고 매일 30분씩이라도 운동하면 경직된 근육이 풀리고 혈액순환이 왕성해져서 뇌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스트레스까지 해소될 수 있다.



식사 배달은 기본이고 온갖 장보기에 이르기까지 배달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집콕’보다는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자꾸 움직여야 한다. 매일 앉고 눕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생식력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골반 주변 근육이 경직돼 하체의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난임 여성 가운데 아랫배가 차다고 호소하는 이가 많다. 이는 결국 운동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생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일 걸어 골반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 좋다.

하루 1만 보(7~8㎞ 걷기)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약간 숨찰 정도(약간 힘든 정도)로 30분만 걸어도 충분하다. 목표치를 한 번에 달성하려고 무리하지 말고 여러 차례 나눠 채워도 괜찮다. 운동 강도보다 움직이는 시간을 매일 조금씩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골반 내 장기가 만원 버스처럼 복잡하다. 골반이 틀어지거나 변형되면 장기들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좌우 나팔관이나 난소가 삐뚤어져 있거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필자는 난임 여성에게 골반 건강을 위한 스트레칭을 권한다. 틀어진 골반을 바로잡을 수 있는 동작을 매일 숙제하듯 하라고 당부한다.

스트레칭, 스쿼트, 런지 등은 허리와 허벅지 근육을 발달시켜 혈류 증가에 도움을 준다. 이런 운동을 통해 척주기립근(척주세움근)과 중둔근(엉덩이에서 엉덩이뼈까지 이어지는 근육)을 비롯해 허리·복부·엉덩이·허벅지 근육의 혈류를 증가시키면 복강 밖의 혈류도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운동이 복강 내 자궁이나 난소에까지 혈류가 많아지게 하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이와 자전거를

자전거 타기는 걷기보다 운동 효과가 좋지만 남자에게는 주의가 필요한 운동이다. [GettyImage]

자전거 타기는 걷기보다 운동 효과가 좋지만 남자에게는 주의가 필요한 운동이다. [GettyImage]

그렇다면 자궁이나 난소의 혈류를 증가시킬 묘책이 있을까? 난소의 혈류를 물리적으로 증가시키기는 힘들지만 자궁과 질부, 외음부의 혈류가 늘어나도록 하는, 운동 외 다른 방법이 있다. 외음부, 질부, 자궁은 부교감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부교감이 신경을 자극하면 혈관이 확장되고 피가 많이 모여 충혈이 일어난다. 에로틱한 영화를 본다든지 성에 대한 상상을 할 때,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거나 실제 성관계를 할 때 피가 골반 내로 모이게 된다. 여성은 오르가슴을 느낄 때 자궁이 곧추서게 된다. “야한 꿈을 꾸거나 야한 생각을 자꾸 하면 임신이 더 잘 된다”는 얘기가 민간에서 전해 오는데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운동으로 골반 내 혈류가 증가하면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멀리 던진 돌이 호수에 파장을 일으켜 물결이 나타나듯이 운동으로 혈류가 온몸을 빠르게 돌게 되면 난소나 자궁의 혈류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운동으로 자세가 좋아지면 자궁, 난소, 난관을 전후좌우로 움직이게 해 혈류가 왕성해지도록 돕는다. 게다가 운동은 뇌에서 엔도르핀, 세로토닌과 같은 인체에 이로운 신경물질을 분비하도록 자극해 마음을 한결 부드럽고 여유롭게 만든다.

그렇다고 모든 운동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임신을 기다리는 여성이라면 너무 격심한 고강도 운동은 지양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고강도 운동은 자칫 생식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절식, 소식, 단식을 병행하며 하루 2시간 이상의 고강도 운동을 하면 인체는 생식기능보다는 생명 유지와 생체 회복에 더 힘쓰려 할 것이다. 임신을 위한 운동은 혈액순환을 돕는 수준으로 족하다.

난임 전문의들은 환자에게 흔히 절 운동(100회 이상)을 시킨다, 절 운동이 고혈압, 당뇨, 비만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임신에까지 도움이 되기 때문. 엎드렸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면 전신에 자극이 가 근육을 골고루 강화할 수 있다. 절하는 동작 100회는 남성의 경우 144㎉, 여성은 100㎉의 열량이 소모되는 중강도 유산소운동이다. 절 운동을 꾸준히 해 척추와 골반 형태가 바로잡히면 임신도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청명한 가을에는 자전거 타기도 도전해볼 만한 운동이다. 걷기보다 운동 효과가 좋고, 신선한 가을바람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남자는 자전거를 탈 때 주의가 필요하다. 웬만한 운동은 정자 수를 증가시키지만 자전거 타기는 오히려 감소시킨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난임치료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자전거를 1시간 30분 이상 타는 남성은 자전거를 타지 않는 남성에 비해 정자 수가 34% 적었다. 이와 함께 ‘자전거 좌석이 음낭에 압력을 가해 음낭의 온도가 상승하고 성기로 가는 혈관을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걷고 운동하자.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장 소중한 친구, 가족, 연인, 배우자와 함께 활보하는 즐거움을 만끽하자. 몸을 움직이기에 너무나도 좋은 계절, 가을 아닌가.

#조정현난임 #부부운동 #임신 #신동아


조 정 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 前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신동아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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