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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산업 중심도시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로 재도약

[지역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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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3-08-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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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첨단산업단지 유치로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

    • 산업도시에 문화·예술 흐르는 ‘낭만’ 입히다

    •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상징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

    • 무료주차장·잔디개방… 삶의 질 높이는 ‘혁신 행정’

    1969년 대한민국 최초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도시가 경북 구미다. 구미시는 섬유와 전자산업 중심도시로서 반세기 넘게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기업의 해외 이전과 수도권 집중 등으로 한동안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구미가 최근 반도체와 방위산업 클러스터 유치로 재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4월 6일 방위사업청이 공모한 2023 방산혁신클러스터 대상지로 구미가 최종 선정된 데 이어, 7월 20일에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지정한 반도체 특화단지로 구미시가 지정됐다.

    구미의 제2전성기, 르네상스를 여는 데 앞장서 뛰고 있는 이가 김장호 구미시장이다. 지방행정고시 1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청와대 행정관과 경북도청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베테랑 행정가다.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통해 구미시정의 책임을 맡은 김장호 시장을 8월 4일 만났다.

    김장호 구미시장. [지호영 기자]

    김장호 구미시장. [지호영 기자]

    혁신, 혁신, 또 혁신

    구미시정을 책임진 지 1년이 지났다. 그간 어떤 자세로 시정을 이끌어왔나.

    “딱딱한 공직사회의 틀을 깨고 스마트한 조직문화를 조성하려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화상회의와 스탠딩 회의로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회의 문화를 꾀했다.”
    구미시청 1층에 마련된 시장 집무실에는 책상 외 두 개의 원탁 테이블이 놓여 있다. 하나는 참모들과 둘러앉아 회의를 할 수 있는 원형 테이블, 다른 하나는 앉지 않고 선 채로 간단히 회의할 수 있는 원탁 테이블이다. 효율을 중시하는 그의 업무 스타일이 집무실 집기에서부터 느껴졌다. 김 시장 책상 뒤에는 ‘혁신 혁신 또 혁신’이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구미시가 반도체 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구미는 할리우드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시티 같은 상태다. 한때 잘 나갔지만 미래 산업구조로 빠르게 변신하지 못해 침체돼 있다. 인구도 줄어 지금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구미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시장에 당선하자마자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뛰어들었다. 이번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을 계기로 구미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됐다.”

    구미시 관계자는 “김장호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반도체 특화단지가 구미의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뛰고 또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김 시장이 만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다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후일담을 소개했다.



    경기 용인시와 함께 경북 구미시가 반도체 특화단지로 선정된 비결은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 중심 산단을 조성해 수도권 반도체 특화단지와 협력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 김 시장은 구미가 반도체 특화단지 적임지라는 점을 이렇게 강조했다.

    “구미시에는 세계 3대 웨이퍼 생산업체 SK실트론이 있고, LG이노텍 등 반도체 기업이 344개가 있다. 또한 특화단지로 활용 가능한 5산단 2단계 부지가 이미 확보돼 있다. 낙동강 수계와 인접해 있어 반도체업종에 필수적인 초순수 물 공급이 가능하다. 특화단지에서 직선거리로 10㎞ 인접한 곳에 대구경북 신공항이 들어선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소재와 부품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최적지가 바로 구미다.”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로 구미시는 앞으로 5조3668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6555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시장은 “경제적 기대 효과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특화단지라는 국책 프로젝트 유치를 계기로 ‘구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 가장 중요한 효과”라고 덧붙였다.

    4월 6일 최종 선정된 방산혁신클러스터도 재도약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미시에는 천궁-Ⅱ 미사일을 생산하는 LIG넥스원을 비롯해 한화시스템 등 189개 방산업체가 있다. 특히 방산기업 원스톱 지원센터와 구미국방벤처센터,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산하 방산육성사업2단 등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이번에 선정된 유·무인 복합체계 특화 클러스터는 국가 안보의 핵심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과학기술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시장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마중물 삼아 우리 지역의 방산 역량을 한층 강화해 대한민국 K-방산 수출 시대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회색 도시에서 낭만도시로

    김 시장 취임 이후 구미시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과’ 하나가 신설됐다. 이름도 남다른 ‘낭만축제과’가 그것이다. 반도체 특화단지와 방산클러스터가 미래 먹거리라면 낭만축제과는 현재 구미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김 시장이 야심만만하게 만든 조직이다.

    낭만축제과를 설치한 이유는 뭔가.

    “그동안 구미는 기업도시 이미지가 강해 ‘회색도시’로만 여겨졌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 최초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금오산이 있고, 낙동강이 시내 한복판을 관통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도시다. 구미가 갖고 있는 훌륭한 자연환경에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낭만도시’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낭만축제과를 만들었다.”

    구미시는 ‘낭만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금오산에 야외무대를 만들고, 금오산저수지에는 음악분수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낙동강 하천 부지에는 축구장과 야구장, 파크골프장을 설치해 시민들의 충분한 ‘쉼’을 보장할 계획이다. 연간 10만 명 이상 찾는 낙동강 구미캠핑장의 경우 시설을 대폭 확충해 더 많은 캠퍼가 찾아올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낭만축제과 신설 이후 지난해 구미시가 처음 선보인 행사가 ‘라면축제’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라면 중 하나인 ‘신라면’이 구미에서 생산된다는 점에 착안해 ‘라면축제’를 개최한 것이다.

    “지금까지 구미를 대표할 만한 마땅한 축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신라면’을 구미에서 만들고 있다. 라면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기호식품 아닌가. 지난해 ‘라면축제’에서 즉석에서 갓 튀긴 라면으로 요리하는 콘테스트를 했는데 시민 호응이 아주 뜨거웠다. 올해는 라면뿐 아니라 ‘면’으로 품목을 확장해 일본 라멘, 베트남 쌀국수, 이탈리아 파스타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라면 페스티벌로 확대할 예정이다.”

    구미시가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낭만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처음 개최한 ‘라면캠핑축제’. [구미시]

    구미시가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낭만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처음 개최한 ‘라면캠핑축제’. [구미시]

    문화와 예술, 그리고 축제가 어우러진 ‘재미난 도시’를 만들려는 노력과 더불어 김 시장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정’ 이른바 소확행정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최근 1년간 구미 시정을 이끈 소감을 한 매체 기고를 통해 이렇게 밝힌 바 있다.

    “7월부터 금오산도립공원 대주차장을 주말과 공휴일에 무료로 개방했다. 금오산을 찾는 관광객과 대주차장 내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는 시민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결과다. 사정을 알아보니 주차장 연간 수익은 운영 인건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카라반과 캠핑카 등 장기 주차하는 일부 얌체족을 막기 위해 주말과 공휴일에 요금을 받아온 것이다. 한두 명 때문에 금오산을 찾는 대부분의 시민이 불편을 떠안아 온 것이다. 작지만 시민을 위한 혁신이 행정혁신의 본질이다. 혁신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구미시민 모두의 편의와 행복, 그리고 공익에 부합하게끔 행정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혁신이다. 구미시정의 혁신은 계속되어야 한다.”

    금오산 대주차장과 구미역 지하주차장 무료 개방에 이어 시행한 금오산잔디광장 전면 개방은 시민 편의를 실질적으로 높이려는 김 시장이 도입한 작지만 효율적인 혁신 행정 사례다.

    “공원 잔디밭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잔디 보호, 환경문제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관리비 때문이다.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시대에 ‘잔디’와 ‘사람’ 중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가. 구미시는 공공장소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경고 팻말을 철거하기로 했다.”

    금오산잔디광장. [구미시]

    금오산잔디광장. [구미시]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도시

    집무실 책상 뒤편에 ‘혁신 혁신 또 혁신’을 써 붙이고 공직사회에 혁신 행정을 강조하고 있는 김 시장이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혁신 행정은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 운영’이다.

    “구미시민 평균연령은 40.6세다. 과거 29세이던 젊은 구미에 비해서는 연령대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대구·경북에서는 구미시가 여전히 가장 젊은 도시다. 시민 평균연령이 젊다는 것은 아이가 많다는 얘기다. 선거 때 시민들을 만나보니, 아이가 밤에 아프면 대구로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대구에 가도 야간에 진료하는 소아과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더라. 그래서 도입한 게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다. 구미에서는 1년 365일 낮이든 밤이든 휴일이든 평일이든 언제든 아이가 아프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구미시가 지원해 가동 중인 순천향대학병원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 [구미시]

    구미시가 지원해 가동 중인 순천향대학병원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 [구미시]

    낮에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는 전국 대도시 어디든 있다. 문제는 야간과 휴일에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구미시는 관내에 있는 순천향대학병원과 협약을 맺고 야간과 휴일 등 1년 365일 소아청소년 진료가 가능한 ‘365 소아청소년 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순천향대학병원은 야간과 휴일 등 365일 1년 내내 소아청소년진료센터 운영을 위해 의사 4명과 간호사 8명을 추가로 배치했고, 구미시는 진료센터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1월 처음 문을 열었는데, 첫 달에만 500건 넘는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이뤄졌을 만큼 호응이 컸다. 밤에 갑자기 열이 올라 경기하는 아이를 들쳐 업고 병원 응급실에 달려가야 하는 부모에게 ‘365 소아청소년 진료센터’는 구미시민은 물론 구미시 인근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구세주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에서 진료받는 소아청소년 가운데 구미시에 거주하는 비율은 60% 남짓이다. 야간과 휴일 진료를 위해 구미 인근 김천과 상주, 의성은 물론 칠곡과 대구에서도 찾아온다. 심지어 경기도에서도 야간과 휴일 진료를 위해 찾아온다고 한다.”

    김 시장은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처럼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필요한 시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구미시의 시정 슬로건은 ‘새 희망 구미시대’다. 반도체 특화단지 선정 등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역동적 경제구조를 만들고, 다 함께 잘사는 ‘상생 도시’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시장은 “시민의 열망을 담아 ‘새로운 희망’을 키우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구미의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혁신 혁신 또 혁신’을 강조하는 김 시장이 앞으로 어떤 혁신 행정으로 구미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그가 꺼내놓을 다음 혁신 행정서비스가 기대된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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