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EU發 공급망 위기 봉착한 중소·중견기업 구한다

[K사회적가치·ESG 경제를 살리다] ESG 진단·실사로 서포트하는 대한상의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3-11-0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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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권역별 공급망 ESG지원센터 개소

    • ESG 자료 무료 배포, ESG 경영 확산 기여

    • 중소기업에 ESG 직무 수료한 청년인턴 파견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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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럽연합(EU)은 인권·환경보호·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공급망 실사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망 실사법은 기업경영활동이 인권·환경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기업 스스로 식별·예방·완화하고 정보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월부터 독일에선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됐고, 2024년부턴 EU 전체로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EU 수출·투자 기업 가운데 글로벌 매출 1억5000만 유로, 종업원 500명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인권·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요소를 진단·실사한 후 관련 내용을 공시하는 의무를 떠안는다.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벌금, 공공조달 제외 조치 등을 받게 된다. 관건은 EU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도 지침 적용 대상이라는 데 있다. 국내 산업계의 ESG 경영 인식 제고와 글로벌 ESG 이슈 공동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보·예산 부족해 수출길 막힌 중소·중견기업

    수도권 소재 수출 기업 A사는 최근 EU 원청사로부터 거래 중단 통보를 받았다. 해당 원청사가 요구한 공급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실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A사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EU 공급망 실사 정보 파악에 착수했다. 내용을 확인한 뒤에는 더 혼란스러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친환경기술 개발, 산업안전보건, 이사회 및 감사기구 역할 강화 등의 요건을 갖춰야 했던 것. EU 공급망 실사법의 무게는 더 심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더 큰 문제는 해외 고객사의 ESG 실사 대응에 대한 도움을 받을 기관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었다. 자체적으로 대응하려면 내부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하고, 협력업체 데이터 측정 및 취합만 해도 일이 많아 난감했다.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EU 공급망 실사에 대응하려니 비용도 큰 부담이었다. 결국 정보·예산 부족 등으로 수출길이 막히게 됐다.

    국내에 A사 같은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EU를 중심으로 공급망 관리의 법제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ESG 경영 대비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2월 5일 발표한 국내 기업 300개사 대상 ‘2023년 ESG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0.3%가 올해 가장 큰 ESG 현안으로 ‘EU발(發) 공급망 ESG 실사 대응’을 꼽았다.



    이런 가운데 대한상의는 난관에 봉착한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상의의 ‘권역별 공급망 ESG지원센터’는 글로벌 공급망 내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돕기 위한 ESG 진단과 실사 지원 기관이다. 이는 대한상의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ESG 관련 사업이기도 하다. 지원 업무는 ‘국내 수출 중소·중견기업 ESG 진단·컨설팅’ ‘실무 교육’ ‘기업·대학·지역상의 연계 청년 ESG 인턴십’ ‘EU 공급망 실사 등 기업 애로사항 대정부 정책 건의 창구’ 등을 아우른다. 향후 ESG 전문 인력 양성 아카데미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국내 산업계 ESG 경영 고도화 실현

    8월 23일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된 전국상의 권역별 공급망 ESG지원센터 출범식에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8월 23일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된 전국상의 권역별 공급망 ESG지원센터 출범식에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난해 11월 공급망 ESG지원센터를 먼저 신설하고 전국 순회 설명회, ESG 아카데미, 업종별 ESG워킹그룹 운영, 중소·중견기업 ESG 컨설팅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후 지방상의에서 이 같은 기능이 지역에도 필요하다고 요청하더군요. 그래서 이 사업을 전국 거점지역으로 확대하게 됐습니다.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ESG 경영 전반을 지원하는 체계도 고안해 도입했죠.”(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8월 23일 상의회관에서 전국상의 권역별 공급망 ESG지원센터 출범식을 개최했다. 센터에는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전국 거점지역 26개 지방상공회의소가 참여했다. 센터는 EU 공급망, ESG 법제화 및 통상 규범화 대응은 물론 정부에 정책 건의를 위해 소통 창구 구실을 하게 된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출범식에서 “권역별 공급망 ESG지원센터 개소는 ESG 경영을 지원해 줄 전국 단위 상의 ESG 네트워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지방 중소·중견기업의 ESG 지원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대한상의가 문을 연 것은 1884년이다. 조선에 들어온 일본 상인들의 상권 팽창을 견제·대항하고, 민족계 상·공인 조직을 보호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21년 기준 대한상의는 전국 73개 지역별 상공회의소를 두고 있으며, 회원은 무려 18만여 명에 달한다. 정부와 재계 간의 가교 구실을 하는 중추적 법정 경제단체로, 크고 작은 기업을 경영하는 기업인들에게 특히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대한상의가 최근 ESG 경영 확산과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권역별 공급망 ESG지원센터를 비롯해 ‘ESG 경영 포럼’ ‘ESG 아젠다 그룹 신설’ 등을 진행하고 있다. ESG 경영 포럼은 ESG 경영 전문가와 업계 대표가 참여해 ESG 관련 투자, 공시 등 주요 현안을 점검하며 ESG에 대한 국내 산업계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자리다. 2021년 4월 8일 ‘제1차 대한상의 ESG 경영 포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5회 개최했다. ESG 아젠다 그룹은 20대 그룹과 금융그룹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올해 5월까지 3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6월에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글로벌 공시 기준에 관해 국내 경제계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ESG 경영 성과 내는 기업에 금융지원

    대한상의가 제작해 무료로 전국에 배포한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기업 가이드 ESG A to Z’ 책자 표지(왼쪽)와 대한상의가 제작한 ESG 경영 실무 교육자료 ‘ESG A to Z’ 교육 동영상.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 ESGTV 유튜브]

    대한상의가 제작해 무료로 전국에 배포한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기업 가이드 ESG A to Z’ 책자 표지(왼쪽)와 대한상의가 제작한 ESG 경영 실무 교육자료 ‘ESG A to Z’ 교육 동영상.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 ESGTV 유튜브]

    대한상의의 이러한 행보는 세계의 흐름에 발맞춰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선해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ESG경영실 과장은 “지방 중소·중견기업, 수출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ESG 교육자료와 프로그램을 개발해 새로운 공공성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대한상의는 국내 산업계의 ESG 경영 인식 제고와 글로벌 ESG 이슈 공동 대응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대한상의는 타 경제단체와 다른 특수한 기관입니다. ‘중소·중견기업 전문경영인(CEO)을 위한 알기 쉬운 ESG’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기업 가이드 ESG A to Z’ 같은 책자를 제작해 무료로 전국에 배포하며 ESG 경영 보급 확산에 애쓰고자 합니다. 분야별 ESG 경영 실천 우수 기업 사례를 동영상으로 소개한 ‘ESG B.P(Best Practice) 시리즈’, ESG 경영 실무 교육자료 ‘ESG A to Z’ 교육 동영상 48편을 제작해 대한상의가 구축한 ESG 통합 플랫폼 ‘ESG 으쓱’(esg.korcham.net)에 게재한 것도 모두 ESG 경영 확산과 고도화의 일환이죠.”

    대한상의는 최근 ESG 실천 기업을 위한 인센티브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속가능성연계대출(SLL·Sustainability Linked Loan) 상품. IBK중소기업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 기업이 ESG 경영 성과를 내면 금리인하 등의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

    6월 29일 대한상의와 하나은행이 출시한 SLL 신규 상품의 경우 대출한도는 기업당 50억 원이다. 자금 사용 목적에는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대한상의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통해 ESG 경영 수준을 진단받고 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1.2%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받는다. 재진단 결과 ESG 경영 수준이 향상되지 않으면 대출 연장 시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이에 대해 “SLL 상품이 중소기업들의 ESG 대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고용노동부 청년 일 경험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ESG 청년 인턴십’ 사업도 시작했다. 일손이 부족한 기업에 ESG 사전 직무교육을 수료한 청년인턴을 파견하는 한편, 청년에겐 ESG 직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향후 정부와 협력해 중소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공급망 ESG 실사’ ‘ESG 교육 및 컨설팅’ 등 지원 사업도 확대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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