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호

청와대 vs 한나라, 퇴로 차단하고 ‘올인 정치’ 돌입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10-27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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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회견에서 나흘 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탄핵거론’ 국회연설까지 숨가쁘게 진행된 재신임 사태 96시간의 내막을 취재했다.
    청와대 vs 한나라, 퇴로 차단하고 ‘올인 정치’ 돌입

    노무현 대통령이 10월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신임 국민투표를 12월15일 전후에 실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10월8일 아침 인도네시아 발리섬은 평화로웠다. 이날도 유럽에서 온 남녀 관광객들은 해변에서 휴양을 즐기고 있었다.‘동남아국가연합(ASEM)+한국, 중국, 일본’ 정상회의 참석 차 이 섬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숙소인 그랜드하야트호텔에서 기자들과 조찬 간담회를 열고 있었다. 한 기자가 정색을 하며 질문을 던졌다. “축구장에서 야구 얘기하면 안 되는데 야구 얘기를 해야 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들려온 ‘최도술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검찰 소환’ 소식에 대한 질문이었다.

    노대통령은 “대통령이 앞질러서 얘기하는 것도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불과 이틀 뒤인 10월10일 오전 노대통령은 예고에 없던 기자회견을 했다. “최 전 비서관 소환소식을 (발리에서)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틀 전 노무현 대통령은 ‘포커 페이스’를 내보였고 언론은 깜박 속은 것이다. 그는 경천동지할 발언들을 쏟아냈다. “최 전 비서관의 행위에 대해 내가 모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최도술 전 비서관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무엇이든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습니다.” 대통령은 최 전 비서관의 SK 자금 11억 원 수수의혹을 재신임 문제로 결부시킨 것이다.

    다음날 대통령은 재신임 배경을 설명하면서 야당과 언론의 국정발목잡기를 비난했다. 이틀 뒤 국회 시정연설에선 정치개혁을 위해 재신임을 추진하는 것으로 또다시 이유가 달라졌다. ‘국민투표가 적절한지 모르겠다’는 입장도 ‘국민투표 하겠다’ ‘12월15일쯤 하겠다’로 바뀌었다. 재신임 성격이 4일 만에 수세에서 초강공으로 변했다. 여론조사에선 재신임 투표시 “대통령을 재신임하겠다”는 응답률이 껑충 뛰었다.

    정략적이 아니었다지만 일단 성공한 듯 보였다. 노대통령은 다시 평화를 되찾는 듯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법무팀에서 국민투표의 위헌 여부를 면밀히 검토했을까. 윤태영 대변인에게 물어봤다. 윤대변인은 “비서실에서 면밀히 검토를 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국민투표 수용 회견은 대통령의 순발력이었다고 한다.



    반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난처해졌다. 대통령의 재신임 회견 직후 최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환하게 웃고 말았다. 이 모습이 TV전파를 탔다. 명백한 ‘표정관리 미스’였다. 그뿐만 아니었다. 그는 “가급적 빨리 국민투표를 하자”고 했다. 홍사덕 총무는 “연내에 하자”고 거들었다. 왜 그랬을까.

    홍총무 측근은 솔직하게 말했다. “국민투표 하면 노대통령이 불신임받을 것으로 예상한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에 있다가 통합신당으로 간 김부겸 의원에게 물어봤다. 김의원은 “한나라당 생리는 내가 잘 안다”고 말했다.

    “노무현이 너무 미웠다”

    -한나라당이 첫날 국민투표를 요구한 것을 어떻게 보나.

    “평소 노무현이 너무 미웠던 거다. 거기에다 정권을 잡겠다는 욕심도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성급한 발언이 나온 것 아니겠느냐. 자신감도 과했던 듯하다. 국민이 오히려 나라 혼란 걱정도 하고 훨씬 다각도로 고민한 것 같다.

    -재신임 회견 이후 국론분열이 더 심화됐다고 하는데.

    “야당이 ‘말 잘했다. 당장 국민투표 해라’ 첫 반응부터 이렇게 나오니까 대통령도 ‘좋다. 그래 해보자’고 나온 것이다.”

    여론이 ‘노대통령 재신임’ 쪽으로 기울자 한나라당은 당황했다. 한마디로 초기대응 실패. 한나라당 내에도 이론이 없다.

    최근 ‘동지적 관계’가 된 민주당에선 한나라당을 향해 혀를 차는 소리가 나왔다. 10월11일 오전,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A의원, B의원이 ‘노무현 하야시키자’고 했다. 비교적 온건파인 C의원과 D의원도 ‘이참에 물러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을 했다. 밀어붙이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의견들을 일절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첫날엔 “대통령이 먼저 구체적인 재신임 일정과 방법을 밝혀라”며 ‘응수타진’만 했다. 다음날 대통령의 국민투표 제안, 높은 재신임 여론 지지율이 나오자 민주당은 “국민투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대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멨다. 이 전 의장은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먼저 묻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김현배 부국장은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재신임 지지율이 상당히 높게 나온 점이 전략적으로 고려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로 가면 텃밭인 호남에서 신당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우려인 듯했다.

    사상 초유의 재신임 사태 초기, 민주당은 중심을 잡았고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친(親) 노무현 세력의 십자포화는 ‘묻지마 국민투표’를 요구했다가 번복한 한나라당에 집중됐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높아졌다. 당내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다. 다음은 그 중 한 논의 내용이다. 특히 국민투표에 유보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후 유사한 태도변화를 보였다.

    ◆재신임 발표 이유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원 재직(13대) 시절 2차례 의원직 사퇴서 제출 경력. 즉흥적 성격. 최도술 전 비서관의 부정은 노대통령 수금원의 부정. 경리담당의 비리에 대한 CEO의 책임의식도 일정부분 작용했을 것. 최도술 전 비서관 수사에 영향력 행사 의도 의심. 대통령 본인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차단 의도 의심. 정치권 흔들어 지지율 반등 및 신당 띄우기 모색.

    “회군하라” 내부 논의

    ◆재신임 및 국민투표 발표의 부작용

    초헌법적 발상(대통령선서시 대통령은 헌법 준수 약속. 안보 통일 등의 정책으로 한정된 헌법의 국민투표 부의(附議) 대상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 독재에 이용되는 것 방지하기 위해 국민투표 대상은 헌법에 적시된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헌법 이념.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은 위헌. 국민투표법 개정도 위헌 소지). 국정혼란 조성(대통령 본인이 살기 위해 국가를 위기로 모는 무책임한 처사). 대통령직의 권위 실추. 레임덕 현상 이미 시작. 군대-관료 조직 장악력 약화 가능성.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 정치불안으로 경제 예측 가능성 축소. 한국 대통령의 국제사회 영향력 축소. 헌정 중단사태 위험 증대.

    ◆재신임 방법

    자진사퇴 여부(구차하게 재신임받기 보다 사퇴), 국회의 탄핵소추의결 여부(국회의원 정족수의 3분의 2 의결로 대통령 권한 정지. 이후 헌법재판소 최종 결정으로 탄핵소추), 국민투표 여부(과반수 확보 위한 동정론 유발. 위헌 논란) 순으로 고려.

    ◆대응방안

    국민투표보다는 최도술 비리 진상규명 우선 요구 필요성. 한나라당 내부혁신 혁명적 추진 필요성(당내 개혁, 정치개혁, 국정협조, 경제회생 협력 진행). 국민은 결코 우리 편 아니라는 점 인지. 정치적 대변혁의 전환점 될 가능성 대비(정치권 완전 물갈이 여론 조성될 가능성). 내각제 개헌론 부상으로 야권의 명분 위축 가능성 대비.

    한나라당은 10월13일부터 ‘국민투표’에서 확연히 발을 빼기 시작했다. ‘말을 바꾼다’는 여론의 비난은 감수하기로 했다. 다음날 최병렬 대표는 전세를 뒤집기 위한 반격에 나섰다. 대통령이 당초 최도술씨 비리 문제로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기로 한 만큼 먼저 최씨 비리를 밝히는 게 순서라는 논리였다. “국민투표의 위헌 소지도 검토하겠다”는 꼬리까지 달았다. 한 핵심당직자는 기자에게 “사실상 국민투표는 물 건너갔다고 봐도 된다. 내가 보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대표 측근은 “국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다른 말을 했다.

    최대표는 “대통령이 계속 입을 다물고,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통해서 최씨 비리와 대통령의 관련 여부를 밝혀낼 것”이라는 으름장도 놨다. 최대표는 “측근 비리가 노대통령과 관련이 있다면 그것은 재신임 문제가 아니라 탄핵 대상”이라며 탄핵소추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최대표는 열세적인 ‘국민투표 정국’을 ‘탄핵소추 정국’으로 전환시키려 한 것이다.

    최대표의 브레인으로 통하는 한나라당 윤여준 의원(여의도연구소장)은 “최대표는 믿는 데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표에게 최근 신빙성 있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게 윤의원의 말이다. 그러나 기자가 “그게 뭐냐”고 묻자 밝히지는 않았다. 윤의원은 “총선 전에 결판이 난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다음은 윤의원과의 대화내용.

    청와대 vs 한나라, 퇴로 차단하고 ‘올인 정치’ 돌입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10월10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기자회견 내용을 전화로 보고받고 있다.

    -최도술씨 문제를 한나라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발리에서 최씨 소환 보도를 듣고 눈앞이 캄캄했다고 하지 않았나. 또한 자신도 책임이 있다면서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다. 당연히 최씨 비리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는 게 순서 아닌가.”

    -탄핵 얘기는 국면전환용인가, 아니면 엄포용인가.

    “최대표는 최도술씨와 관련해 정보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치고 나간 것이다. 대통령이 12월15일 국민투표 하자고 했는데, 날짜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눈앞이 캄캄해졌다는 것이 드러나면 국민투표까지 갈 필요도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총선 전에, 의외로 빨리 똑 부러지게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도술씨는 대선 직후 부산의 전직 금융인 이모씨를 통해 SK 손길승 회장을 소개받았으며 SK로부터 11억원을 건네받아 일부를 대선 당시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간에서 역할을 한 이씨는 수사 직후 중풍에 걸렸다고 한다.

    우선 최씨가 대선 이후 대통령당선자의 측근신분으로 돈을 받은 것이 되므로 이는 대선 자금으로 받은 것에 비해 죄질이 무거워질 수 있다. 핵심은 최씨가 11억원 이외에 추가로 SK 혹은 다른 기업들에서 돈을 받았는지와 그 돈이 노대통령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느냐 여부다. 돈의 용처로 알려진 ‘대선 당시 채무’와 관련해선 소문이 파다하다. ‘재신임 정국의 핵’인 최도술씨 사건의 진행상황에 대해 검사출신 민주당 함승희 의원으로부터 관전평을 들어봤다.

    -한나라당이 최도술씨 사건 진상규명 후 국민투표를 요구하는데.

    “사실상 국민투표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 첫날 해놓은 말이 있어서 쉽게 발을 못 빼는 것 같다.”

    -최도술씨 사건이 대통령의 재신임과 연관이 있는 사안인가.

    “연관되는 사안이 아니다. 측근 한 명이 뇌물 11억원 정도 받은 것에 대해 대통령 스스로 자리의 진퇴를 걸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형사상 공범이 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만약 공범이라는 수사결과가 나온다면 탄핵소추 사안이다.”

    -최도술씨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엄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검찰수사는 이미 틀렸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대통령이 최도술씨 수사 문제를 걸고 재신임을 받겠다고 공표했다. 이 사건을 대검 중수부가 수사하고 있는데 어느 검사인들 심리적 압박을 받지 않겠는가. 대검 중수부가 안희정씨를 수사할 때 대통령은 ‘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안희정씨는 내 동지다’라는 말을 했다. 그 뒤 안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두 번 모두 기각됐다. 영장내용을 보니 기각되게 돼 있더라.”

    함의원은 “신당에 안 가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신당은 민주당에 대해 여전히 ‘형제론’을 얘기한다. 그러나 신당과 민주당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신당이 출범하기 전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는 노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었다. “대통령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나”라고 한 전 대표에게 물어봤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에게 ‘신당을 하고 싶으신가. 그러면 함께 하실 분들 데리고 민주당을 나가시라’고 말하려 했다. ‘싸우지 말고 웃으면서 헤어지자’고 제의하려 했다. 나중에(총선 뒤에) 서로 잘 되어서 다시 협력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한 전 대표를 만나주지 않았다. 이후 한 전 대표와 노대통령은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노대통령이 먼저 동교동계를 겨냥해 “DJ 등 뒤에 숨어 기득권을 누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전 대표는 9월18일 “시정잡배도 못할 소리”라며 받아쳤다. 얼마 뒤 한 전 대표는 유명 사찰의 고승들을 만났다. 스님들은 “한 전 대표가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스님들에게 “그런 표현을 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DJ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홍어다. 신당 개소식 날 DJ 장남 김홍일 의원은 민주당에 홍어를 돌렸다. 최근 한 전 대표는 지역구인 전남 신안에서 올라온 홍어를 동교동 DJ사저와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DJ는 선물을 받았지만 노대통령은 거절했다. 민주당과 신당은 몸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마음’도 점차 멀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재신임 발표는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켰다. 민주당은 지지기반을 잃을까봐 잔뜩 경계하고 있다.

    10월13일 개혁당 유시민 의원은 사람들에게 이메일 메시지를 발송했다. 내용은 이랬다. “♥다시 한번 노무현에게 올인을♥!” ‘코드(code)’에 이어 유행어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신당은 노대통령의 재신임 결단이 드라마 ‘올인’처럼 해피엔딩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당은 “잠자고 있던 반(反) 한나라당 정서가 살아났다”고 분석했다. 노대통령이나 신당이 잘해서라기 보다는 한나라당의 ‘실수 연발’에 기인한 바가 컸다는 것이다.

    신당은 다시 살아난 불씨를 노풍(盧風) 재점화의 에너지로 이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자의 아름다운 고해성사’로 보이게 하려는 작업도 병행중이다. ‘탄핵론’엔 ‘정치판의 도덕 재무장론’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통합신당 주비위의 김한길 전략기획단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여론조사를 노무현후보의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김위원장은 “재신임 발언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11월 신당 참여가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풍 점화 움직임, 개혁 대 반개혁 구도가 일정부분 가시화되자 이참에 밀어붙이자는 전략인 듯했다. 다음은 김위원장과의 대화내용이다.

    -대통령 재신임 여론이 우세한데.

    “국민투표일이 확정되고 노대통령이 불신임될 경우의 차후 일정이 제시되는 상황이 되면 그때는 재신임 우세 여론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대처 방식에 대한 견해는.

    “최병렬 대표는 대검중수부장을 극찬하다가 이제는 중수부 수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특검제를 도입할 듯이 말했다. 집권대안세력으로서 신뢰에 흠집이 생겼다. 정략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야당과 헌법학자들 사이에 국민투표 위헌론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진퇴에 관한 문제는 ‘국가 안보에 관한 정책 사안’(헌법이 규정한 국민투표 요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현행 헌법의 국민투표 조항은 노태우 대통령의 중간평가를 염두에 두고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이 재신임 제안을 한 의도는 무엇인가.

    “국민은 정치권의 부정부패에 대해 마비 증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자신이 먼저 재신임 받겠다고 함으로써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도덕재무장을 촉구한 것이다.”

    신당, “11월 盧 입당 추진”

    -신당 주비위의 향후 정치일정은 어떻게 되나.

    “신당 창당일을 12월7일로 잡아놓았는데 재신임 문제가 나와서 창당일정을 11월9일로 한 달 정도 앞당길 예정이다. 대통령의 정치개혁 노력에만 의지하지 않고 신당은 신당대로 도덕성 회복, 정치개혁을 통한 여론지지 확보에 노력할 것이다.”

    -노대통령의 신당입당은 가능한가.

    “재신임 문제로 정국이 달라졌기 때문에 두 가지 안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신당을 창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당에 동참하는 방안이 있다. 두 번째로는 재신임을 받고 난 뒤 신당에 입당하는 방안이 있다. 대통령이 입당하더라도 당의 총재가 되어 제왕적으로 군림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당이 될 것이다.”

    ‘도덕 재무장’.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때 SK 돈 100억원을 받은 혐의, 1996년 총선 때 안기부 예산 1000억원을 유용한 혐의, 민주당은 2000년 총선 때 현대 비자금 수백억원을 나눠 가진 혐의, DJ정권 때 각종 게이트의 비자금 받은 사실이 있다. 또 청와대와 통합신당은 2000년 대선 때 SK 자금 수십억원을 불법 모금한 혐의, 서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굿모닝시티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 대선 후 대통령 측근이 SK 돈 11억원을 받은 혐의,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 2~3명이 기업체에서 돈 받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살인교사 용의자의 로비를 받은 사실(양길승 파문)까지 드러났다.

    그런데 이들 세 정파는 서로에 대해 ‘도덕 재무장’을 요구하며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 싸움에 대통령도 ‘직’을 걸고 뛰어들었다. 대통령이 먼저 싸움판을 키웠다. 그리고 그의 정적들이 이에 동조한 것이다. 싸움이 ‘탄핵론’으로 치닫는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순서인지도 모른다. 재신임 문제의 직접적 계기가 된 최도술씨 의혹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청와대-통합신당은 스스로 퇴로를 차단했다.

    따라서 재신임론은 ‘올인의 게임’으로 돌입했다. 윤여준 의원은 “결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결판은 한쪽이 사라져야 끝나는 결판을 의미한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노대통령의 재신임 제안 이후 한국은 내부분열, 비전부재 상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국민의사를 묻는 국민투표, 국가공권력의 상징인 검찰, 정치적 공정성의 최후보루인 특검제까지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취사선택되는 도구로 그 권위가 격하되고 있다. ‘올인의 게임’인데 ‘게임의 룰’마저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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