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트럼프 쇼크’와 한국 핵무장

“北만 핵 가지면 南 주도 통일 불가능”

핵무장 반대론자의 10가지 오류를 반박한다

  • 정성장 |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softpower@sejong.org

    입력2016-11-23 11: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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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행정부 ‘형식적 반대’ 혹은 ‘사실상 용인’
    • 핵무장 반대는 편익 무시한 이념적 편향
    • 베이징도 ‘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 원해
    • 핵무장 이끌어낼 담대한 지도자 필요
    북한은 2009년 4월과 6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이제 와서 핵 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로 되었다”는 강경한 태도를 표명한 후 지속적으로 핵 능력을 발전시켰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핵 능력을 급속도로 고도화해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사회의 상당수 전문가는 여전히 6자회담을 통한 북한 비핵화 방안에 집착하면서 북한의 핵 능력에 대응하기 위한 독자적 핵무장 방안은 ‘비현실적’ ‘초현실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무조건 반대한다.

    핵무장 반대론자들은 미국이 핵무장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핵무장을 하면 한국 경제는 파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핵무장을 통해 얻을 안보적, 외교적, 경제적 이익, 그리고 남북관계에서의 이익을 전적으로 외면하는 이념적 편향성을 보인다.  

    다수 전문가가 핵무장을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예상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됨으로써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반대론의 10가지 오류

    핵무장론은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견해와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주장하는 의견으로 대별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옹호하는 견해에서 반대론의 논지를 10가지로 정리하고 그 한계를 지적하려 한다.

    ① 핵무장 반대론자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철저히 반대하며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핵 없는 세상’을 추구해온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미국에도 실질적 위협으로 부상한 게 현실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가 조직할 새 행정부는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미군의 전략자산 배치로 한국을 방어하기보다 한국이 스스로 핵무장을 통해 자국을 방어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남북 핵 균형은 필수

    기존 핵무장 국가들의 사례와 한미관계, 한중관계, 미국 대선 결과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핵무장을 본격 추진할 경우 주변 강대국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그들의 국익에 부합하는지 냉정하게 평가한 후 ‘강력한 반대’ ‘절제된 반대’ ‘형식적 반대’ ‘사실상 용인’의 대응방안 중 하나를 택할 것이다. 초기에는 ‘절제된 반대’의 태도를 취하다가 곧 ‘사실상 용인’의 방향으로 전환하거나 ‘사실상 용인’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핵무장에 반대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공식적으로는 ‘절제된 반대’의 태도를 취했으나 평양이 핵실험을 한 후 3~6개월이 지나면 대북 제재 조치가 현저하게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중관계가 현저하게 악화되거나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지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실제로는 ‘절제된 반대’ 또는 ‘형식적 반대’ 태도를 취해온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안보와 국익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반대해도 한미 협상을 통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한국의 일정한 양보를 받아내고 핵무장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한다면 미국은 초기엔 강력하게 반대하다가 한미관계가 현저하게 악화되는 것을 막고자 곧 ‘형식적 반대’나 ‘사실상 용인’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2000년 초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극소량의 우라늄 분리실험을 한 사실을 뒤늦게 안 미국이 200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가 양국 간 담판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의장 결론’으로 종결지은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 핵무장도 고려해야

    ⑥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수록 외교적 입지가 더욱 축소되는 것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미-중, 미-러 간 패권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기에 한국이 안보를 위해 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면 한-중, 한-러 관계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⑦ 한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으면 북한은 군사 문제에 관한 한 핵을 가진 미국하고만 대화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할 텐데 그래도 좋은가. 한국이 핵을 갖지 않으면 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도 미국과만 진행하려고 할 것이다.

    ⑧ 북한만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한국 주도 통일이 가능한가.
    서독이 주도한 독일 통일은 서독이 군사 분야에서 동독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졌기에 가능했다. 한국은 현재 북한에 비해 병력 규모뿐만 아니라 전략무기에서도 뒤처져 있기에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면 한국 주도의 군사통합, 더 나아가 정치통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⑨ 한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으면 통일 과정에서 북한 지역이 강대국에 의해 분단될 가능성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한국이 현재처럼 북핵 대응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갑자기 붕괴하면 미군은 핵무기를 해체하고자 북한 지역으로 진출하고 중국도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고자 북한으로 진출해 북한이 강대국에 의해 분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한국의 핵 보유는 급변사태 시 한국 주도 통일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⑩ 한국보다 일본이 먼저 핵무장할 가능성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최근 미국 국방부의 용역을 받아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향후 10년 내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핵 재처리 시설을 갖춘 일본은 결단만 하면 단기간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이 핵무장할 경우 한국도 함께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기존의 핵무장론은 두 가지 시각으로 대별된다. 첫째는 독자적 핵무장이든 미국 전술핵무기의 재배치든 핵무장이면 무엇이든지 다 좋다는 안보 중심적 시각이다. 둘째는 자주국방과 자주외교, 경제, 남북관계 정상화까지 고려해 더욱 포괄적인 관점에서 독자적 핵무장에 접근하는 시각이다.



    한반도 문제의 再한반도화

    두 번째 시각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에 대한 효과적인 억지력 확보, 미국에 대한 지나친 군사 의존도를 줄이고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수단, 재래식 무기 위주의 고비용·저효율 국방정책을 저비용·고효율 국방정책으로 전환하는 수단, 미국하고만 대화하겠다는 북한을 남한과의 군사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하는 수단으로 독자적 핵무장을 검토한다.

    또한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 통일 과정에서 외세의 개입으로 남북한이 다시 분단되는 상황을 막고 한국 주도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핵무장 문제를 검토한다. 그러므로 핵무장론은 무조건 대북 강경론이고 대결적 논리라는 편견으로 핵무장론을 백안시하는 것은 결코 이성적인 태도가 아니다.

    북한은 향후 1~4년 내에 수소폭탄과 ICBM,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50개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열린 태도’를 가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으므로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독자적 핵무장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핵무장에 대한 주변국의 반대 여론을 무마하고자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조건부 핵무장론’도 검토해야 한다.

    독자적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무엇보다도 국가 생존을 위해 일시적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변 강대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자주적이고 결단력 있는 정치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 대담한 지도자야말로 두 얼굴을 가진(실용주의적이면서도 호전적인) 김정은과 한반도 문제 해결에 큰 이해관계를 갖지 않은 주변 강대국의 지도자들을 모두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해 대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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