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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생선 맡기기’의 또 다른 이름 ‘사외이사’

[거버넌스 인사이드]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기’의 또 다른 이름 ‘사외이사’

  • ● 독립성 논란 사외이사 대거 선임
    ● “오너 입맛에 맞는 ‘거수기’ ‘고무도장’”
    ● 기업 측 “문제 될 거 없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1998년 한국은 사외이사(社外理事)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본받기 위함이다. ‘회사 안’ 인물은 부득불 오너의 눈치를 보게 마련. 사외이사는 말 그대로 ‘회사 바깥’에서 경영에 참여한다. 객관적 위치에서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는 존재다. 소액주주 보호가 궁극적 임무다.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힌다.

이론적으론 그렇다. 현실은 다르다.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사외이사들이 대거 기용된다<표1 참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기업과 거래관계로 얽힌 대형 로펌 인사 기용이 두드러진다. 3월 17일 호텔신라는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현웅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와 국회사무처 입법차장 출신 진정구 법무법인 광장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바른은 호텔신라가 HDC와 합작 설립한 HDC신라면세점의 밀수사건 형사재판에서 HDC신라면세점을 대리했다. 김 변호사는 담당 변호사였다. 광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변호를 맡은 바 있다.

현대에너지솔루션은 3월 22일 오동석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오 변호사는 2009년부터 2년간 현대에너지솔루션 모회사 현대중공업 상무를 지냈다. 이튿날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 여형구 김앤장 고문은 현대로템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김앤장은 현대중공업 관련 소송을 맡은 바 있다. 현대로템 모회사 현대차와도 자문계약 관계다.

3월 24일 카카오페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강율리 변호사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등 카카오를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 소속이다. 또 지평은 롯데케미칼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 최현민 지평 고문(전 부산지방국세청장)도 같은 날 롯데케미칼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견제가 가능할 리 만무하다. 지난해 3월 24일 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64개 대기업집단 상장계열사 277곳 사외이사의 2020년 이사회 활동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안건 찬성률이 99.53%에 이른다. 2019년도 99.61%로 비슷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미국의 경우 전문경영인 체제하 소액주주가 뽑은 사외이사가 이를 견제한다. 한국은 오너가 경영한다. 사외이사도 대개 오너 일가 입맛에 맞는 사람이 뽑힌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니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고무도장’ ‘거수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성은 있지만…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독립성은 사외이사 기능 중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기업과 연줄이 있는 집단 소속 인물은 적절치 않다.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이다”라며 “특히 법조계 인사 기용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사법 리스크’ 발생 시 ‘전관예우’로 이득을 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해당 기업은 모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견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진정구 이사가 속했던 광장은 이재용 부회장 관련 사건 변호를 맡았을 뿐 호텔신라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여형구 이사에 대한 논란은 전혀 없었다. 내부 절차를 모두 통과했다”고 밝혔다.

‘전문성’이 주된 명분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법률 관련 전문성을 염두에 뒀다.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오동석 이사가 김앤장 소속이기는 하지만 당사 관련 사건을 직접 수임하진 않았다. 또 과거 모회사 임원으로 근무한 건 사실이나 상법상 3년이 지나면 결격 사유가 아니다. 법률 전문가로서 선임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사회가 강율리 이사의 독립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평에서 카카오 관련 소송을 담당한 사실이 있지만 강 이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법률 전문가다.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

전문가 견해는 다르다. 문성후 ESG중심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사외이사의 전문성은 물론 중요하다. 과거에 비해 한국 사외이사의 전문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는데 책무를 다할 수 있을까. 기업 오너가 재판에서 무죄나 집행유예를 받으면 판사에게 ‘사외이사 자리가 보장됐다. 팔자 폈다’는 조롱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사외이사는 대주주와 불편한 관계여야 한다. 그래야 건전한 경영이 가능하다.”

“불법 아니어도 주주에게 악영향”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독립성 결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에게 돌아간다”고 입을 모은다.

박상인 교수는 “사외이사 자리가 기업 리스크에 대한 보험이나 사전·사후적 보상 성격으로 쓰이곤 한다. 도입 전보다 상황을 악화시킨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회사의 피해는 모두 소액주주가 감당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경서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비슷한 다른 아시아권 국가의 그것에 비해 유난히 저평가받는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주원인은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다. 비록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저평가 원인이 된다. 주주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제도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 해법으로 꼽힌다. 박경서 교수는 “결국 주주총회에 달려 있다. 선진국 기업집단에선 지주회사나 지배구조 최상위 모회사만 상장한다. 한국은 모회사, 자회사가 모두 상장한다. 상장사에 대해 계열사 여러 곳이 지분을 소유하도록 만든다. 주주총회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다. 세계에서 몇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행태다. 개선하지 않는 한 사외이사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박상인 교수는 “한국 기업문화상 현실적으로 사외이사는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소액주주가 오너의 일탈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MoM제도(Majority of Minority·대주주와 회사 간 이해 충돌이 발생할 경우 대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투표로 의사를 결정하는 것)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동아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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