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는 2008년 11월4일 밤 ‘대통령 당선자 당선수락 연설 President-elect‘s victory speech’에서 링컨의 말을 상기시켰다. More than two centuries later a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and for the people has not perished from the Earth.(200년 이상이 지난 지금,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지구상에서 멸망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마틴 루터 킹을 또 하나의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다. 킹 목사가 버밍엄 감옥에서 쓴 My Dear Fellow Clergymen(나의 친애하는 성직자님들)으로 시작하는 글(1963년 4월 16일)에는 한 문장(sentence)에 부사절 ‘when you ~’가 9번이나 반복되어 리듬감을 준다. 1963년 8월28일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노예해방 100주년을 맞아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에서 행한 연설에서, 주제문 I have a dream(나에겐 꿈이 있습니다)과 Let freedom ring(자유의 종소리가 울려 퍼져야 합니다)을 수없이 반복함으로써 음악성을 가미시켰다.
지휘자처럼 청중을 휘어잡는 명 연설가
오바마는 역시 ‘President-elect‘s victory speech’에서 ‘미국은 모든 것이 가능한 나라(America is a place where all things are possible)’라고 선언하면서, 연설 후반부의 각 절 끝에 “Yes, we can!”이라는 리프레인(refrain·후렴)을 되풀이하는 음악적 연출을 하였다. 케네디의 수사법인 대구법(parallelism)과 교차대구법(chiasmus) 요소도 집어넣었다.
The change we need doesn‘t come from Washington. Change comes to Washington. Change happens because the American people demand it - because they rise up and insist on new ideas and new leadership, a new politics for a new time. (우리가 필요로 하는 변화는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란 정부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변화는 일어납니다. 미국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일어서서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생각, 새로운 지도력,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오바마는 대중연설(public speaking)과 감정에 호소하는 설득(emotional persuasion)에 대단히 능숙하다. 목소리도 호소력 있는 저음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악단 전체를, 동시에 단원 개개인을 정확히 휘어잡듯 청중을 쥐락펴락 들었다 놨다 한다. 미국의 언어학자이며 정치평론가(political commentator)인 맥오터(John Hamilton McWhorter·1965~)는 그의 연설 솜씨에 대해서 이렇게 평했다.
I like that he is a thinking person. I like that he is good at rubbing a noun and a verb together. Often black people are termed “articulate”whose verbal skills would elicit no comment if they were white, but Mr. Obama actually is bracingly adept with words. (나는 오바마가 분별력 있는 사람이어서 좋아한다. 그가 명사와 동사를 잘 짜 맞추는 문장구사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어서 좋아한다. 흔히 백인이 말을 능숙하게 하면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흑인이 말을 노련하게 잘하면 “발음이 또박또박하고 논리가 정연하다”는 논평을 듣게 된다. 그러나 오바마는 정말 언어도사다.)
이번 취임 연설은 보통의 문장으로 하고자 하는 말만 충실하게 잘 요약해서 담았다. 명문장이나 허명보다는 실사구시에 초점을 맞췄다. 그럼에도 연설 말미를 보면 ‘당선 연설’에서 눈길을 끌었던 ‘Yes, we can!’ 같은 어조가 그대로 숨 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let us brave once more the icy currents, and endure what storms may come. Let it be said by our children‘s children that when we were tested, we refused to let this journey end. (얼음처럼 차가운 조류를 다시 한 번 용감히 헤쳐나갑시다. 어떤 폭풍우가 올지라도 견뎌나갑시다. 우리가 시련을 겪었을 때, 우리는 이 여정을 포기하 기를 거부했다는 것을, 우리의 어린이의 어린이들이 말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