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유행과는 반대로 고풍스럽고 귀족적인 이미지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3년 전 재규어 XJ8L 모델을 구입한 케임브리지 유니버시티 프레스 코리아의 한정록(51) 대표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첫 직장으로 영국 증권사인 슈로더(Schroders) 한국지사에 근무하던 한 사장은 영국인 동료들이 타고 다니던 클래식한 재규어에 반해 “언젠가는 반드시 타고 말리라”는 ‘로망’을 마음속에 품었다. 20년 뒤 결국 그 꿈을 이루고 그는 쾌재를 불렀다.
“3년 넘게 XJ8L을 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애착을 느낍니다. 동글동글한 헤드램프와 문양이 예쁜 라디에이터 그릴, 위엄 있는 재규어 엠블렘, 차체의 개성적인 곡선미가 너무 매력적입니다. 긴 차체에 성능도 빼어나 운전자를 왕처럼 모시는 차입니다.”
재규어 XJ 시리즈는 1968년에 탄생한 이래 전세계적으로 80만대 이상 팔린 플래그십(flagship, 가장 중요한 제품) 모델이다. 모델 이름은 내부 프로젝트명으로 사용된 ‘실험적인 재규어(eXperimental Jaguar)’에서 유래했다. 1989년 포드사가 재규어를 인수한 뒤 생산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기술력과 디자인이 한 단계 도약했는데, 그 결과물이 2003년에 출시된 ‘뉴XJ’다. 100% 알루미늄 보디로 이뤄져 기존 모델보다 차체 무게가 40% 줄어들고 더욱 단단해졌다. 가벼우면서도 연비가 뛰어난 차량이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