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섭생보다 호흡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서효석 원장.
“한의학에서는 그동안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의 오장이 서로 평등하다고 봤어요. 각 장기를 몸 전체 지분의 20%씩 보유한 5대 주주로 비유할 수 있겠죠. 그런데 환자들을 치료하고 임상 결과를 훑어본 결과, 다섯 가지 가운데 폐가 으뜸 장부라는 걸 알았습니다.”
밥을 끊어도 며칠을 살고, 물을 끊어도 몇 시간을 버티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숨을 끊고는 몇 분을 견디기 힘들다. 숨을 거둔다는 말이 죽는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만 봐도, 호흡과 생명은 직결된다 하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호흡기를 관장하는 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서 원장은 ‘섭생’보다 ‘호흡’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폐에 관심을 갖고 연구한 지는 35년이 넘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편도선염을 자주 앓아 한여름에도 덧옷을 입고 지내야 할 정도로 병치레에 시달렸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그의 편도가 보통 사람보다 두세 배 크게 부어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고통스럽기도 했고, 나중에는 한의사로서 자존심도 상했다. 남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내 몸부터 살리자고 했다. 1972년 한의대를 졸업한 후, 한의원을 개원하고부터 자신을 대상으로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다. 밤을 새워 재료를 볶고 달이고 마셔가며 편도선염을 치료할 약을 찾았다.
마침내 최적의 배합을 찾아냈고, 서 원장의 편도는 정상인의 0.9배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비법은 환자들의 편도선 치료에만 쓰였다. 서효석 원장은 “진주를 손에 들고도 몰라봤다”고 회상했다. 이 치료법을 응용해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아토피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30년 묵힌 진주
“제 처방이 목에 열이 오르는 편도선염에 잘 듣는다면, 몸의 다른 부위에 열이 나는 감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감기에서 만병이 비롯된다고들 하잖아요. 그 뜻을 나중에야 곰곰이 새기기 시작한 거죠.”
감기를 예방하고 초기에 치료만 잘 해줘도 웬만한 폐 질환은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흡기를 관장하는 폐 기능이 떨어질수록 1차 방어선인 코와 2차 방어선인 목이 무너지고, 3차 기관지염을 넘어 4차에는 폐렴에 걸린다는 것이 서 원장의 설명이다. 2000년을 전후로 감기와 비염에 맞는 처방을 개발해 환자들에게 쓰기 시작했고, 한 중학생 환자의 비염 치료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유난히 ‘약발’이 잘 받는 체질이 있는데, 이 환자가 그런 경우였어요. 비염에 잘 듣지 않을까 하고 써본 참에, 효험이 즉시 나타났으니 의사로서 행운이었죠. 그 후로도 약의 성분을 계속 개선해나갔습니다.”
‘편강탕’이라는 공식 명칭도 이때 생겼다. 예부터 폐를 맑게 한다고 전해 내려오는 10여 가지 약재를 사람과 증상에 따라 비율을 달리해 지은 것이 편강탕이다. 편강탕에는 호흡기 질환에 좋다고 널리 알려진 더덕(사삼)이나 도라지(길경) 등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