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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떻게 사람답게 되었는가?

DNA로 살펴본 생물의 진화’

  • 김상욱 | 포스텍 생명과학과 시스템생명공학부 교수

사람이 어떻게 사람답게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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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로 살펴본 생물의 진화’는 DNA 증거로 살펴본 생물의 다양성과 진화에 대한 강좌다. 종간의 유전자 차이에 의해 다양한 종들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생활방식을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분자 수준에서 생명현상을 만들어내는 생체 네트워크의 진화를 일반인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는 점이 묘미다.
강연 내용의 일부(1월 중순부터 진행되는 13주 강연 중 1주차)를 지면에 옮긴다.



분자진화학은 생명의 다양성에 대해서 공부하는 학문입니다. 우리는 지구상에 있는 다양한 종(species)의 생물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변화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실제로는 잘 모릅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생물들의 ‘DNA 증거’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들이 어떻게 다양성을 가지게 되고,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공부하겠습니다.

분자진화학에서 다루는 주제를 크게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특정한 종(species)이 변화(change)를 겪게 될 때 이 변화가 다른 종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혹은 같은 종 내에서 일어나는 변이(variation)인지에 대한 차이점을 다룰 것입니다.

우리는 진화 과정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는 DNA의 변화라고 믿고 있습니다. 진화라 하면 여러분에게 어떠한 뜻으로 다가오나요. 상식적으로 진화는 역사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에 일어난 일(event)들을 알고 그 일들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찬가지로 생물학에서는 분자진화학이 역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생물의 다양성, 기능과 환경을 다루는 학문은 많습니다. 생태학, 생리학, 생화학 등의 과목들이 그 예입니다. 그중에서도 분자진화학은 각 종의 진화를 통해서 겪은 변화들이 실제 생물의 분화에 어떠한 기능을 했고 어떻게 종들의 차이점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사람의 특징을 만드는 DNA

사람들이 분자진화학을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겁니다. 제가 분자진화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은 어떻게 사람답게 됐을까.’ ‘사람을 다른 종의 생물들과 구분을 짓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궁금증은 우선 사람들의 행동(behavior), 사고능력 또는 사람들이 가지는 특징을 통해 풀어갈 수 있을 겁니다. 분자진화학에서는 여러 종의 DNA 서열(sequence), 즉 게놈(genome)을 비교함으로써 어떤 DNA가 사람의 어떤 특징을 만들어내게 됐는지를 살펴봅니다.

이전에는 동물의 크기, 수명, 먹는 음식이나 적응하는 환경에 대한 분류 수준에서 그쳤지만 이제는 이러한 항목들을 DNA 수준에서 이해하게 됐고 이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수명보다 더 오래 사는 동물이나 사람이 어떤 DNA 증거들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면 생명현상이나 노화, 삶을 이해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내용들이 축적되면 이를 이용해 미래의 질병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DNA 수준에서 질병의 원인을 알게 되면 해당 질병에 걸릴 사람과 걸리지 않을 사람을 구별할 수 있고, 걸릴 사람들은 약물 요법이나 생활 방식들의 변화를 통해 질병에 대비할 수 있게 됩니다.

분자진화에서 다루는 또 다른 큰 주제 중 하나는 고등생물, 하등생물입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분류를 사용했지만, 요즘에는 사람들이 이러한 정의 대신 ‘단순(simple)한 생물, 복잡(complex)한 생물’이라는 분류를 씁니다.

흔히 복잡한 생물이 환경에 적응을 더 잘하고 더 발전했으며 고등하다고 생각합니다. 분자진화학에서는 이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유전자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복잡성이 증가하면 종이 여러 가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DNA를 다 유지(maintain)하고 그 기능을 발휘하는 데 약점이 따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유전자가 복잡하고 많이 있는 것보다 단순한 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종이 특정 환경에 더 적응을 잘할 수도 있습니다. 화산이나 매우 추운 환경에서 발견되는 극한성 생물들을 보면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오히려 불필요한 유전자들을 없애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생물이 복잡한 생물로 진화했다기보다 자연계의 여러 가지 조건에 가장 적합한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진정한 삶의 모양은 무엇일까

우리가 삶(life)을 얘기할 때 그것의 모양(form)에 대해 언급하면 보통 삶의 겉모습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이 동물은 크기가 크다 혹은 작다, 또는 이 동물은 날아다닌다, 걸어다닌다 등 해당 동물들의 겉모습에 중심을 둡니다. 하지만 겉모습이 아닌 ‘진정한 삶의 모양(form)’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다윈(Darwin)이 비글(Beagle)이라는 배를 타고 6년 동안 여행을 했습니다. 그는 마다가스카르 섬에 가서 다양한 형태의 새 부리를 관찰하면서 그 새들이 어떻게 환경, 먹이, 습성에 대해서 변하게 됐는지 말하면서 진화를 논했습니다.

그런데 그 배가 6년간 항해를 하면서 풍랑을 만나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 목재나 돛 등을 계속 바꿔야 했습니다. 들르는 항구마다 목재나 돛을 바꾸다 보니 결국 배의 대부분을 바꿨습니다. 심지어 배 표면에 바른 페인트가 낡아 다시 칠을 하면서 ‘비글’이라는 이름까지 새로 써 그 배가 다시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질문입니다. 이 배가 처음 배와 같은 배일까요. 아니면 재료를 바꾸었기 때문에 다른 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재료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이 배가 다른 배라고 말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같은 설계도에 기반을 두고 만들었고 모양도 같고 이름도 ‘비글’로 같기 때문에 같은 배라고 말합니다.

사실 같은 설계도를 통해서 만든 고유한 배이기 때문에 그 배는 같은 배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면 사람과 같은 생명체는 어떨까요. 우리가 부모님의 DNA를 이용해 태어나 계속 성장하며 매일 무언가를 먹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먹은 음식이 몸의 구성성분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섭취하면 탄수화물은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지방, 단백질들이 우리 몸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이 빠르면 2~3개월 느리면 1년 내에 완전히 바뀌게(exchange) 됩니다. 어떤 사람이 10년, 20년 그리고 30년 동안 살게 되면 ‘어렸을 때의 나’와 ‘현재의 나’는 완전히 다른 구성 물질로 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다른 사람이 되는 건가요. 아니죠. 저는 같은 이름이 있고 저에게 ‘정체성(identity)을 부여하는 건 제가 가지는 물질(material)이 아닌 제가 가진 정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 제가 생각하는 것, 제 이름 등 삶을 만드는 온갖 것은 정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전자형과 표현형

그래서 분자진화학은 실제로 생물 종들의 형태학(morphology)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체를 만드는 정보 즉 유전정보(genetic information)에 초점을 두는 것입니다. 이 유전 정보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복제되는 것이 그 생물 종의 특징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분자진화학을 통해 DNA 수준의 증거를 어떻게 비교하고, 그 증거들의 차이점을 어떻게 분석하고, 실제 DNA 수준에서 생긴 변화가 개체의 표현형(phenotype)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만이 가진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과 영장류를 자주 비교합니다. 현재는 사람의 게놈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침팬지 게놈 프로젝트, 오랑우탄 게놈 프로젝트도 완료됐습니다. 분석 결과 사람과 영장류는 DNA에서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DNA를 비교하면 어떤 유전자가 변화를 겪었는지 이해할 수 있겠죠. 그래서 앞서 했던 질문인 ‘사람이 어떻게 해서 사람답게 됐는가’ ‘어떤 특징이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연구가 요즘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오랜 기간   이뤄진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과 영장류를 구분 짓는 특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 눈에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피부에 털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람을 ‘털 없는 원숭이’라고 부르죠. 그 외에도 굉장히 많은 특징을 갖고 있죠. 일단 영장류에 비하면 사람의 뇌가 더 커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은 영장류와 뇌의 크기가 달라졌고, 그리고 몸에 있는 털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분자진화학을 통해 어떤 유전자가 이런 특징에 기여했는지를 알 수 있겠죠



어떤 것이 삶에 유리할까

먼저 질문을 하겠습니다. ‘털이 없어졌다’ ‘털이 많이 있다’ 중 어느 쪽이 삶에 유리할까요. 우리는 단순히 ‘털이 없으면 춥잖아’라고 해서 털이 있는 것이 추운 지방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털이 없어도 동물을 사냥해 그들의 털을 뺏어 코트를 만들어 입고 다니죠. ‘털이 없어져서 불리할 수도 있겠지만 털이 없어 생긴 이득도 있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털이 없어졌다’는 특징을 통해 첫 번째로 유추할 수 있는 점은 바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를 쉽게 말해 체온조절(thermoregulation)이라고 합니다. 털이 없으면 땀을 흘리는데 훨씬 유리합니다. 그리고 땀을 흘리면 기화열을 뺏기기 때문에 체온 조절을 하게 되죠.

아프리카 사자는 가젤을 잡을 때 바로 달려들어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재빨리 뛰다가도 어느 거리 이상 뛰면 멈춥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체온이 계속 올라가서 결국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털이 있는 짐승들은 사냥을 할 때 쫓아가는 거리가 일정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냥할 때에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사자보다 더 빨리 뛰지 못해도 끈질기게 쫓아가죠.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체온을 식히고 다시 쫓아가는 과정을 반복해 결국은 사냥감을 잡습니다. 그래서 ‘체온조절을 쉽게 하는 면에서 털이 없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에 그 형질이 우리한테 남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봅시다. 동물원 원숭이들은 항상 서로의 털을 고르고 있습니다. 털 속에 기생충이나 벌레가 많이 살고 있어서 이것들을 서로 잡아주는 것이 친밀감의 표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털이 없기 때문에 기생충이나 벌레가 우리 몸에 머물 시간이 적죠. 그렇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노출이 원숭이에 비해 적어졌고 그래서 털이 없어지게 된 것이 사람에게 좀 더 유리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인종 차이는 어디에서 오나

이 밖에 사람이 갖는 특징 중 눈에 띄는 것이 하나 더 있죠. 바로 인종에 따라 피부색이 다른 점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피부색이 매우 검고 북유럽 사람들은 피부색이 매우 하얗죠. 

그런데 이런 차이가 어디서 나오는지 조사해 보니까 ‘멜라토사인이라 하는 MC1R이라는 유전자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그 유전자에 있는 돌연변이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MC1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정상 작동하는 멜라닌 색소들이 다양한 자외선 노출을 막아줌으로써 피부암의 발생 확률을 줄이고 또 이것에 적응했기 때문에 피부가 까만 사람들이 햇빛이 많은 적도 지방에 살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북유럽에서는 햇빛에 노출될 기회가 매우 적죠. 이런 경우에는 피부를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멜라닌 색소에 어떤 돌연변이들이 생기더라도 그것들이 ‘relaxed selection’ 즉, 그냥 보존됩니다. 그럼으로써 ‘북유럽 사람들 가운데 돌연변이가 생긴 MC1R 유전자들이 많이 발견되고 그래서 피부색이 하얗다’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북유럽에서는 햇빛에 노출될 확률이나 시간이 매우 적죠. 하얀 피부는 햇빛이 피부에 닿으면 비타민 D를 합성하는 데 매우 좋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만약 피부가 까만 사람이 그 지방에 살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매우 적은 데다 멜라닌 색소들이 햇빛에 대한 노출을 막아 비타민을 생성하게 되는 확률이 낮아지겠죠.

반대로 MC1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서 피부가 하얗게 되고 색소가 햇빛을 막지 못하면 ‘우리 몸이 좀 더 많은 비타민을 생성할 수 있는 이득’을 줍니다. 이런 점 때문에 피부가 하얀 사람들이 북유럽에 살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과 영장류의 게놈 시퀀싱(Sequencing)을 하기 전에는 단순히 ‘사람이 좀 더 다양한 사고를 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기 때문에 유전자가 더 많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게놈 시퀀싱이 모두 된 다음 비교해보니까 오히려 사람이 다른 유인원에 비해 유전자가 비활성되거나 혹은 제거돼 더 적어진 경우도 발견됩니다.

털을 만드는 유전자의 경우에는 유전자의 비활성 혹은 제거 과정을 통해 어떤 이점을 갖기 때문에 사람이 유전자가 더 줄어들어도 새로운 형질을 만들어내고 그게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리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지 유전자의 숫자가 그 표현형이나 어떤 종의 특징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그 유전자들이 어떤 식으로 기능을 발휘하고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동아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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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 포스텍 생명과학과 시스템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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