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로 올라간 조상의 영혼들이
이 무렵 은가루 되어
따으로 되돌아오는 것일까
남과 북, 동서의 구별 없이
전국 방방곡곡에 내리는 눈
송이마다 모양은 다르지만
익숙한 몸짓으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낮은 지붕과 장독대 위
헐벗은 나뭇가지의 까치집에도
삶의 무게만큼 눈이 쌓인다
모처럼 하늘과 땅
저승과 이승이 한데 어울려
잔치를 벌이는 날
개마공원과 개골산 골짜구니
거기서 발 구르던 눈보라
묘향산 기슭에서
서산대사의 눈길과 마주쳤던
그 눈송이가 지금 여기 온 것일까
아, 내리는 눈발 하염없이 바라보며
지나온 세월 유리창에 비추어 보노니
천 갈래 만 갈래 얽힌 사연
실타래 풀 듯
나도 한 점 눈송이 되어
우주 속으로 뒤섞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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