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깍두기, 단감크루아상샌드위치, 단감샐러드(위부터) 등 단감으로 만든 다양한 요리들. [홍태식 객원기자]
삐뚤빼뚤 깎은 감은 서로 닿지 않게, 뾰족한 엉덩이가 위로 가도록 채반에 잘 세운다. 일주일쯤 지나면 감 겉이 마르며 살짝 말랑해진다. 열흘쯤 지나면 크기가 작은 감은 꽤 몰캉몰캉해져 손으로 쭉 찢어 먹을 수 있게 된다. 겉은 말랐지만 아삭함이 살아 있고, 속은 영락없이 잘 익은 홍시 맛이다.
감은 하루하루 겉이 마르며 색이 진해지고, 속은 말랑말랑 달콤해진다. 공들여 깎은 감의 1/3은 3~4주 만에 우리 식구 뱃속으로 사라지고, 남은 것은 잘 마른 곶감이 된다. 올 가을 대봉감 열 개 정도 구해 꼭 해보길 권하고 싶다. 즐거움과 맛의 크기가 생각보다 큼직하다.
풍성한 가을날의 추억
끝이 뾰족한 원뿔 모양 대봉감. [GettyImage]
감은 생각보다 종류가 많다. 딱딱할 때 깎아 먹어도 떫지 않은 단감, 말랑말랑한 연시와 홍시, 반쯤 마른 반건시, 잘 마른 곶감(건시) 그리고 썰어 말린 말랭이 등이 있다. 말랑하게 익은 감 중 유난히 찰진 것은 찰감, 과육 밀도가 높고 단맛이 진하면 밀시라고 부른다. 연시와 홍시는 맛과 모양이 비슷한데, 나무에서 익은 건 홍시, 수확 후 후숙한 건 연시라고 한다. 감 모양에 따라서도 이름이 달라진다. 동글납작한 것은 납작감, 골이 패인 것은 골감, 원뿔형은 고둥시, 원형에 가깝게 둥근 것은 둥시라고 한다.
이 다양한 감 가운데 홍시나 연시는 쓰임이 많다. 수 년 동안 마셔본 숙취 해소 음료 중 제일로 꼽는 게 바로 홍시(연시)주스다. 믹서에 홍시, 물이나 얼음, 꿀을 조금 넣고 아주 곱게 갈아 마신다. 감의 타닌 성분이 숙취를 쫓는 구실을 한다. 게다가 감 한 개에 들어 있는 비타민C 양은 성인 하루치 권장량과 맞먹는다. 얼마나 든든한가.
말랑한 홍시는 다른 과일처럼 끓여 잼을 만들어도 된다. 건포도나 마른 살구 같은 마른 과일을 좀 썰어 넣는다. 설탕은 끓이는 도중 윤기나 단맛을 봐가며 추가하는 게 좋다. 진한 단맛의 잼 사이사이에 새콤하고 쫄깃한 마른 과일이 숨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단감 깍두기, 단감 부침개의 색다른 매력
말랑한 홍시는 찻숟가락으로 알뜰히 떠먹거나 주스, 잼 등으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GettyImage]
수분이 적은 단감은 피클 재료도 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피클링 스파이스를 활용해 피클주스를 끓이면 된다. 없으면 다음을 따라 하자. 작은 냄비에 물, 식초, 설탕을 3:1:1로 섞고, 소금으로 짭짤하게 간을 한다. 통후추, 페페론치노(작고 매운 마른 고추), 월계수 잎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그 사이 단감을 반달 모양으로 도톰하게 썰어 병에 담는다. 앞서 만든 피클주스를 뜨거울 때 단감에 붓고 이틀 정도 뒤에 먹는다. 깍두기든 피클이든 단감의 아삭하면서 개운한 단맛이 매콤함과 짭짤함을 비집고 나와 개성 넘치는 맛을 선사한다.
서양식 감자전 뢰스티. 감자와 단감을 같이 채썰어 감자전처럼 바삭하게 구우면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