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북극 얼음, 1만2000년來 가장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지구온난화 속도 못 늦추면 인천공항 물에 잠긴다

  •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입력2020-11-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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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극 빙하, 2050년 이전 사실상 소멸 예측

    • 남극 바다 위 얼음 덩어리, 6년 새 30% 감소

    • 영국 연구팀 “1994년 이후 녹은 빙하로 해수량 28조t 늘었다”

    • 바다 염분 농도 달라지면 기후변화 가속화 … 세계 곳곳 재앙 예고

    8월 말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부산 해안가와 인천공항 대부분이 물에 잠긴 시뮬레이션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국제 환경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물에 잠길 수 있는 한반도 해안가 저지대를 보여줬다는 게 그린피스 설명이다. 

    그린피스는 2030년 한국에 ‘10년에 한 번 찾아올 빈도’의 홍수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했다. 향후 10년간의 해수면 상승과 대형 홍수가 결합하면 서울 면적의 10배가 넘는 지역이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의 시민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역대 최악 빙상 소실, 임계연쇄반응 공포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30년 해수면 상승과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강도의 태풍이 더해지면 부산 해안가와 인천공항(왼쪽부터) 등 한국 영토 일부가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시뮬레이션 영상을 캡처한 사진.  [그린피스 제공]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30년 해수면 상승과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강도의 태풍이 더해지면 부산 해안가와 인천공항(왼쪽부터) 등 한국 영토 일부가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시뮬레이션 영상을 캡처한 사진. [그린피스 제공]

    아직은 상상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미 지구 곳곳에서 요란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특히 북극권과 시베리아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그린란드의 빙상(氷床·육지를 뒤덮은 얼음층) 소실은 최근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북극권 바다 해빙의 경우 3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시베리아의 열파와 최근 급격히 잦아진 산불은 영구동토층을 녹이고 있다. 그 영향으로 땅속 얼음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가 대량 방출되면서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기후학자 사이에서는 ‘임계연쇄반응’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임계연쇄반응은 기후변화에 관한 여러 지표가 ‘티핑포인트(임계점)’를 넘어서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연쇄적으로 증폭되는 것을 의미한다. 

    제이슨 브리너 미국 버팔로대 교수팀은 그린란드 빙상이 녹는 속도를 측정하다 예상보다 빠른 변화에 깜짝 놀랐다. 산업시대 이전에는 매년 6조t의 빙상이 녹았다. 2000년대 이후 그 속도가 빨라져 연 6조1000억t 수준의 빙상이 사라지고 있다.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기후변화가 진행될 21세기 빙상 감소율을 계산해 본 결과, 연간 최소 8조8000억t에서 35조9000억t까지 녹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최근 1만2000년 사이에 가장 큰 감소 속도”라고 우려했다. 



    세계 환경의 전례 없는 변화를 경고하는 연구는 최근 부쩍 자주 발표되고 있다. 잉고 사스겐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연구원팀 역시 8월 학술지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스’에 2019년 그린란드의 빙상 유실률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3~2019년 사이 그린란드 빙상 유실 상황을 위성 영상으로 측정했다. 매년 얼음이 녹아 빙상이 줄어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2019년 한 해 동안 5320억t이 녹아 역대 가장 많은 유실량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1~7월까지의 유실량만 봐도 2003~2016년 기록한 연평균 유실량을 약 50% 초과했다”고 밝혔다. 3월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연구팀 역시 거의 비슷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연구레터스’에 발표했다. 

    기후학자들이 그린란드 빙상에 주목하는 것은 이곳 얼음이 녹으면 세계 해수면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05~2017년 사이 세계 해수면은 한 해 평균 3.5㎜ 높아졌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22%는 그린란드 빙상 용해가 초래했다.

    남극 바다 위 얼음 덩어리, 6년 새 30% 감소

    빙하가 녹으면 바다의 염분 농도를 변화시켜 해수 순환 및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사진은 2017년 7월 21일 핀란드 쇄빙선이 북극 인근 빅토리아해협을 지나는 모습. [AP=뉴시스]

    빙하가 녹으면 바다의 염분 농도를 변화시켜 해수 순환 및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사진은 2017년 7월 21일 핀란드 쇄빙선이 북극 인근 빅토리아해협을 지나는 모습. [AP=뉴시스]

    북극권 바다 위에 떠 있는 빙하인 해빙 역시 위기다. 독일과 미국 연구자로 이뤄진 ‘해빙모델상호비교프로젝트’ 팀이 4월 지구물리연구레터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여도 2050년 이전에 북극권 여름 해빙이 현재의 4분의 1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사실상 소멸하는 셈이다. 이렇게 사라질 해빙 넓이는 한반도의 15~20배에 해당한다. 8월 10일 영국남극조사소 연구팀 역시 북극권 해빙이 2035~2086년 사이에 모두 녹아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했다. 

    남극의 빙상 유실도 심각하다. 9월 15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네덜란드 델프트대의 위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극 서쪽 아문센해에 있는 빙하 가장자리 빙붕(氷棚·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이 위기에 빠졌다. 이 부근 빙붕은 20세기 말부터 깨지거나 부서지는 사례가 나타났는데, 2016년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최근 6년 사이에만 약 30%가 감소했을 정도다. 이 같은 감소가 세계 해수면 상승에 약 5% 기여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1994~2017년 사이 남극과 북극권에서 녹아내린 빙상과 빙하, 빙붕 양을 모두 더하면 28조t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리즈대와 에든버러대 연구팀이 8월 24일 학술지 ‘빙권(氷圈·cryosphere)’에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연구팀은 “세계 해수면을 3.5cm 높일 수준의 양”이라고 분석했다. 극지방 얼음이 녹는 속도가 10년마다 57%씩 빨라진 것으로 나타난 것도 문제다. 연구팀은 “최악의 경우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이 녹으면 이번 세기말까지 세계 해수면이 최고 30c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빙하 녹은 물의 증가는 바다의 염분 농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위험하다. 염분 농도는 바닷물의 움직임과 순환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세계 기후에 극단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영구동토층 녹으면 극지 탄소 배출량 증가

    빙하만 문제가 아니다. 북극권 영구동토층 감소도 과학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구동토층은 2년 연속으로 얼어 있는 땅을 의미한다. 원래는 여름에도 계속 얼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시베리아 남부와 북유럽의 지표면 연평균 기온이 영상을 기록하면서 토양 속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다. 올해 시베리아 열파의 영향까지 더해져 해빙이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권의 영구동토층 온도는 2007~2016년 사이 매년 0.29도씩 높아졌다. 올해 2월 유럽우주국(ESA)이 위성영상을 이용해 2003~2017년 북극권 전역의 영구동토층 변화를 관측한 결과에서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의 영구동토층이 크게 줄어든 게 확인됐다. 

    영구동토층의 유실은 임계연쇄반응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영구동토층의 균열을 타고 내부에 매장돼 있는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될 수 있어서다. 영구동토층 안에 갇혀 있는 탄소량은 학자에 따라 수천억 t에서 최다 1조6000억t으로까지 추정한다. 현재 대기에 포함된 탄소량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이만한 양이 짧은 시간에 방출될 경우 기후변화는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학자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이미 탄소 방출이 시작됐거나 임박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018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40년 동안 북극지역 영구동토층이 탄소를 머금고 있는 시간이 13.4% 감소했다”며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극지에서 지면의 탄소 배출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지금 예측보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의견이다.

    최근 빈발하는 산불 공포

    7월 시베리아의 숲을 태우고 있는 산불. 올해 북극권 산불이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 ‘잔존 산불’이 꼽히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7월 시베리아의 숲을 태우고 있는 산불. 올해 북극권 산불이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 ‘잔존 산불’이 꼽히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정 교수는 국종성 포스텍 교수와 함께 영구동토층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올해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의해 북극 주변을 둘러싼 공기 장벽이 깨지면서 시베리아 고기압이 해당 지역 겨울철 온도를 높여 눈을 빨리 녹인다. 그것이 지면을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을 확산시킨다. 산불은 다시 동토층의 탄소 방출량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악순환이다. 

    실제로 러시아 그린피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러시아 지역 산불 및 들불 피해 면적은 1900만ha로 한국 전체 면적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국제 대기오염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는 올해 북극권에서 1~8월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이 2억4400만t이라고 밝혔다. 이집트나 말레이시아 등의 나라에서 한 해 내뿜는 이산화탄소 양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된 지난해 같은 기간 들불과 산불로 배출된 탄소량은 1억8100만t이었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 기록을 35%나 뛰어넘은 셈이다. 

    최근엔 ‘좀비 산불’ 또는 ‘잔존 산불’이라 불리는 불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잔존 산불은 전해에 발생한 산불이나 들불이 꺼진 뒤, 유기탄소가 가득한 토탄층에 미약하게 남아 있던 불씨가 재확산하며 발생하는 것을 일컫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연구소는 “러시아 북극에서 올해 발생한 들불의 절반이 잔존 산불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로시 피티트 NASA 고다드연구소 연구원은 “산불이 번지는 과정에서 동토층 아래 매장됐던 메탄이 방출되면 이산화탄소보다 더 큰 폭으로 지구 온도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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