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선거 승리는 분노한 국민의 의사표현
국민의힘 지지율 우위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 낮아
보수세력 변하지 않으면 ‘도로한국당’ 된다.
변화 가능성 보여주려면 새 인물이 이끄는 당 돼야
확실한 원칙과 데이터 분석으로 당 이끌 것
윤석열은 꽃이고, 국민의힘 쇄신은 봄이다
당권 혁신 성공하면 윤석열, 반드시 우리에게 온다
특정 계파 운운은 계파정치인들의 한계
김종인, 김웅에 “세게 나가라”
김웅 국민의힘 의원. [조영철 기자]
당대표 후보로 나선 초선의원은 바로 김웅 의원. 1997년부터 약 20년간 검사로 일해 오다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서울 송파구갑 선거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사실상 국회에 입성한 지 만 1년이 갓 넘은 그야말로 새내기 의원인 셈. 그는 “당의 쇄신은 당을 이끄는 인물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당대표 선거에 나섰다.
초선의 도전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5월 8일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 더300·미래한국연구소의 의뢰로 전국 유권자 1003명을 상대로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했다. 1위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18.5%), 2위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13.9%), 3위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11.9%), 4위가 김 의원(8.2%)이다. 4위이지만 소장파 중진으로 분류되는 홍문표 의원(5.1%), 조경태 의원(4.4%), 조해진 의원(3.1%)을 앞서는 지지율을 보였다.
과연 ‘초선의 난’은 국민의힘을 바꾸는 ‘혁신’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4월 28일 국회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변하지 않는 보수에 미래는 없다
- 4월 7일 재보궐선거 이후에도 계속 국민의힘 지지율(리얼미터 5월 7일 집계 35.3%)이 여당(30.2%)을 앞서고 있다. 이 추세가 내년 3월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나?“그럴 가능성은 낮다. 서울과 부산의 선거 결과를 보면 60%가량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 표를 던졌다. 이들이 그대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면 현재 당 지지율이 못해도 50% 근처에는 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3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번 재보선 결과에 여당에 대한 국민 분노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다. 재보궐선거는 여당 실책에 반사이익을 얻어 승리할 수 있지만 대선은 다르다.”
- 대선은 어떤 측면이 다른가?
“대통령을 뽑는 일인 만큼 유권자가 한층 더 신중해진다. 어떤 당의 후보인지보다는 해당 후보가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면밀하게 따지기 시작한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나서서는 표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비로소 승산이 보인다.”
- 국민 신뢰를 얻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하나?
“당을 바꿔야 한다. 실제로 재보궐선거에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당의 실책도 있지만 국민의힘이 그간 국민에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 데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20년 3월 26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 체제 때 미래통합당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같은 해 6월에는 진보진영의 복지정책이라 하는 ‘기본소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2020년 8월에는 김 전 비대위원장이 직접 광주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아 지난 보수 정권의 과오를 사죄하는 일도 있었다.
‘도로한국당’ 피하려면 새 지도부 필요
2020년 8월 19일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도로한국당’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여당과 지지율 차이가 좁혀지는 것이 그 증거다.”
4월 20일 국회대정부 질문에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김 비대위원장 색깔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2020년 12월 15일 김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두 전직 대통령이 사법 처리된 것에 관해 보수정당의 대표로서 공식 사죄했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지지율도 소폭 하락했다. 4월 19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8.8%, 민주당은 27%로 지지율 차이가 11%포인트를 넘겼다. 하지만 5월 7일 조사에서는(국민의힘 35.3%, 민주당 30.2%) 이 격차가 5.1%포인트로 줄었다.
- 당을 바꾸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뭐라고 보나?
“인물 변화다. 그래서 이번 당대표 선거에 나서게 됐다.”
- 새로운 인물이라면 본인이 아니라 다른 초선의원도 많다.
“좋은 분이 많다. 윤희숙, 황보승희, 박수영, 강민국 등 다른 의원들이 나왔다면 나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을 수도 있다.”
- 그럼에도 본인이 직접 출마했다.
“초선의원들이 모여 긴 논의를 거쳤다. 2~3월경 당을 바꾸기 위해서는 초선 중 당권을 잡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동료 의원들이 겸손하다 보니 후보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결국 아무도 안 나가면 내가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자 다음 번에 다시 초선의원들이 모였을 때 이미 내가 초선 대표 후보로 결정돼 있었다.”
4월 18일만 해도 김 의원은 당대표 적합도 조사 2위를 기록했다. PNR리서치가 전국 101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주호영 의원이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로 적합하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16.6%로 가장 많았다. 김 의원의 적합도는 11.3%를 기록했다. 과거 새누리당의 당대표를 맡았던 김무성 전 의원(10.2%)보다도 높은 수치다.
- 지도부의 변화만으로 당이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천을 비롯한 당내 인적 구성 방식 자체를 바꿀 예정이다.”
- 당내 인적 구성을 바꿀 복안이 있나?
“현재 당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중진들의 의사가 주로 반영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문제가 생기면 정치인 개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사안을 분석하고 대책을 만든다. 당연히 경험이 풍부한 중진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그렇다면 새로운 당은 어떤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를 따라야 하나?
“정치에도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빅데이터, 데이터 분석 등의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정치로 고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당내 의사결정의 중심에 데이터 공학자나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앉힐 계획도 있다.”
원칙 있는 인선과 과학적 의사결정
- 공천에도 데이터 분석 결과를 도입할 예정인가?“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공천에는 그보다 먼저 고쳐야 할 문제가 있다”
- 그게 무엇인가?
“지금 국민의힘에는 공천의 원칙이 없다. 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보수세력이 참패한 이유 중 하나가 원칙 없는 공천이다. 공천 결과가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니 유권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20년 4월 총선을 치르면서 ‘호떡 공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공천 결과가 자주 뒤집혔기 때문. 대표적 예가 민경욱 전 의원이다. 민 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했으나 당이 공천 결과를 세 번 번복해 결국 인천 연수구을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 일각에서는 공천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면 더 좋은 사람을 공천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천은 당이 유권자와 한 약속이다. 당이 100명을 공천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중 70%가 적절한 인선이고, 나머지 30%는 부적절한 인선이다. 이 30%를 고치겠다고 당 지도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외려 원칙을 지키기 위해 그대로 선거를 치르는 편이 낫다.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룰만 있다면 당에 들어오려는 좋은 사람도 늘어난다. 당장의 화를 피하자고 원칙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청년 설득 못 하면 대선 패배 가능성 높아
4월 2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관해 질의하고 있다. [동아DB]
“20~30대 젊은 층이다.”
- 20대와 30대는 이미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이들이 다시 국민의힘을 지지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젊은 세대는 재보선을 통해 정치의 효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가 20대 남성이다. 20대 남성 서울 유권자의 72.5%가 오세훈 시장에게 표를 던졌다. 한쪽에 모아서 표를 던지니 그 사람이 당선됐다. 그러자 사회도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캐스팅보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 같은 경험이 있으니 앞으로 이들은 정치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 그렇다면 이들이 계속 국민의힘을 지지하게 만들 방안은 있나?
“기성세대가 가진 권력을 이들에게 빠르게 나눠줘야 한다. 청년 공천도 방법 중 하나다. 험지에 청년을 밀어 넣는 대신 당선 가능 지역에 공천해서 청년 정치인을 육성해야 한다. 젊은 층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가진 정당이 이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청년당 기금’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청년 정치인을 육성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청년 정치인 지원책에 대해 설명하며 1946년 영국 보수당의 ‘청년보수운동’의 예를 들었다. 당시 보수당의 의장이던 울턴 경은 1947년 당원들에게 100만 파운드(한화 약 16억 원)를 모아 청년보수당을 창설했다. 청년보수당 창당 3년 만에 보수당은 2375개 지역 조직과 16만여 명의 청년당원을 확보했다. 후일 총리가 되는 마거릿 대처, 존 메이저 등이 이 청년보수운동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김 의원은 5월 10일 페이스북에 현재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갑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그는 “당의 미래를 이끌겠다는 사람은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청년들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 신규 지지층 개발만큼이나 좋은 대선 후보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꼽히고 있다. 윤 전 총장을 영입할 방안을 가지고 있나?
“굳이 특별한 방안이 필요할까?”
- 윤 전 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범야권 후보들과 통합해야 야권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내에서도 이들의 통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통합이 자강’이라는 슬로건까지 내걸고 있다. 물론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특별한 계획을 짜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
- 이들이 국민의힘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인가?
“지금, 혹은 과거로 회귀하는 국민의힘이라면 이들과 통합이 어려울 수 있다. 억지로 이들을 영입했다가는 당에 내홍이 생길 우려도 있다.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범야권 통합은 당이 선진화되면 자연히 찾아올 변화라 생각한다. 빗대어 설명하자면 윤 전 총장은 꽃이고, 당의 쇄신은 봄이다. 봄에는 꽃이 피지만, 꽃이 핀다고 반드시 봄이 온 것은 아니다.”
- 검찰 출신이고 윤 전 총장과 안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이 당 대표가 되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나?
“개인적 인연으로 당에 합류할 분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쇄신에 성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다면 윤 전 총장은 반드시 국민의힘으로 올 것이다.”
5월 7일 김 의원은 직접 김 전 비대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아 조언을 들었다. 이날 김 의원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 당대표 선거와 차기 대선 정국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 여부에 관해 “상당히 선택지가 없어진 상황으로 시간을 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3지대 창당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에 최근 윤 전 총장의 메시지도 나오지 않는 상황을 이야기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계파 정치인 눈에는 다 계파로 보여
-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계파의 이익을 위해 당 대표에 출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나를 ‘친유’라 부르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유승민계’라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다. 보통 계파라면 어떤 사안에서든 같은 의견을 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사안에 따라서는 유승민 전 의원은 물론이고 당내 어떤 의원과도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 유승민계 외에도 초선·쇄신계로도 분류된다. 당 대표 출마를 두고 초선 세력의 ‘몸값 올리기’라고 보는 시선도 적잖다.
“당내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선배 의원이 있었다. 내게 ‘(당대표)나왔다가 나중에 최고위원으로 돌릴 생각이지?’라는 말을 했다. 나는 ‘선배님은 그렇게 정치하셨습니까?’라고 되받아쳤다. 자신의 소신보다 계파의 의사를 따랐던 사람이라면, 모든 정치인의 행동이 계파정치로 보인다. 이 같은 구태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내가 당 대표 선거를 성공적으로 완주해야 한다.“
- 최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대표 도전을 시사했다. 당내 쇄신이라는 목표는 비슷해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종국에는 이 전 최고위원과 단일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이 전 최고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다.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필요하다면 단일화에 대해 논의할 수는 있으나 아직은 관련 계획이 없다.”
- 김 비대위원장도 “세게 나가라”며 계파에 관해 조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군가의 계파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자신만의 정치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당내 쇄신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압박에 휘둘리지 말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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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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