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데닛 지음, 문규민 옮김, 바다출판사, 320쪽, 1만7500원
과학의 시대, 철학자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철학자 존 설의 대답이다. 현대 철학자는 과학이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질문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자는 인류 지식의 첨단(尖端)에 서서 지식의 향방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식이라는 꿈’의 저자 대니얼 데닛은 “인간의 의식이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둘러싼 논쟁에서 최첨단에 선 사람 중 하나다.
의식이란 무엇일까. 모두 한 번쯤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데카르트는 이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이 인지하는 모든 것이 가짜일 수 있다고 가정한다. 모든 것을 부정했을 때 데카르트가 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명제는 자기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때 ‘나를 인식하는 나’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것이 데닛을 비롯한 철학자들이 규명하고 싶어 하는 문제다.
데닛은 의식에 대해 “외계인이 인간을 관찰하듯” 접근하자고 말한다. 그는 이 방식에 타자현상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방법으로 접근했을 때 우리 뇌 속에 있는 복수의 직관 펌프가 경합을 벌인다는 게 데닛의 주장이다. 그리고 경합에서 승리한 직관이 하나의 연결성 있는 의식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보기에 따라 잔 또는 사람 얼굴로 보이는 이른바 ‘루빈의 잔’ 그림을 떠올려 보자. 일단 그 그림에서 얼굴을 본 사람은 잔을 인지하지 못한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기 다른 직관이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의식에 관한 탐구가 50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진전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철학자들은 답을 찾는 데 몰두한다. 의식에 대한 규명이 인류 지식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식에 대해 이해하면 인간이 자유의지가 있는 주체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분자구조에 따라 결정된 삶을 사는지 규명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인간과 유사한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의식을 프로그래밍 코드로 입력해야 한다. 이 코드를 만들려면 우선 의식의 작동 원리부터 알아야 한다.
이 책 분량 대부분은 저자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반론이 차지하고 있다. 기존 철학계 논의를 모르면 따라가기 어렵다. 역자가 서론 다음에 배치한 용어 설명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이해가 쉽지 않지만 지식의 첨단에서 불꽃 튀는 싸움을 하고 있는 철학자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더불어 역자에 따르면 2쇄에 전면적으로 교정과 윤문이 이뤄진다. 책에 관심이 가는 독자는 조금 기다렸다가 2쇄를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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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봉달호 글·유총총 그림, 시공사, 284쪽, 1만4000원
저자는 3년 전 땀 냄새 물씬 나는 에세이 ‘매일 갑니다, 편의점’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오늘도 편의점에 출근하고, 쏟아지는 신제품을 맛보고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그사이 달라진 게 있다면 강제 휴업 소식에 가슴 졸이는 것 정도.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다. 그래도 저자는 낙담하지 않는다. 집요한 관찰력과 따뜻한 오지랖이 편의점주이자 작가인 그의 원동력이다.
매우 탁월한 취향
홍예진 지음, 책과이음, 256쪽, 1만5000원
저자는 2014년 단편 ‘초대받은 사람들’로 재외동포문학공모 대상을 받은 소설가다.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중부와 남부, 미국 뉴욕·보스턴·미시간을 거쳐 지금은 코네티컷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다. 바닷가 산책하기, 다운타운 어슬렁거리기를 좋아하는 그가 일상에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우아하면서도 섬세하게,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