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성장률 -2.4% … 하반기에 U자형 회복 예상
- 2009년 세계경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 될 것
- 유동성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금융시장… 하지만 불안감은 계속
- 미국 유럽 일본 모두 마이너스 성장, 중국은 정부 개입으로 8% 성장?
-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은 하반기 이후에나 진정될 듯
경제가 추락하고 있다. 2007년 초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지난해 3분기 이후 금융위기로 치달으면서 세계경제는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다. 세계 금융 불안의 진원지는 아니지만 한국 경제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었다. 수출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경제 침체의 충격을 다른 나라에 비해 오히려 더 크게 받고 있다.
여러 경제지표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비견되는 수준으로 위축됐다. 소비심리 불안으로 물건이 제대로 팔리지 않으면서 재고 누적이 심각한 수준이다. 공장에 쌓인 재고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고율은 지난해 7월 106%에서 지난해 말에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129%로 상승했다. 재고가 크게 늘어나자 기업들은 생산 축소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한 달에 10일 이상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62%로 하락했다. 공장가동률이 70% 이하로 떨어진 것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고용시장도 얼어붙었다. 아직 기업의 인력 조정이 본격화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12월에는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했으며, 올해 1월에는 취업자가 10만명이나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경제성장률은 급기야 외환위기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1/4분기 5.8%를 정점으로 3/4분기에는 3.8%로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4/4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3.4%로 급락했다.
경제가 급전직하로 추락한 주요 원인은 우선 수출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3/4분기까지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이 4/4분기에는 20% 이상 감소하는 극단적인 변화를 보였다. 지난해 4/4분기는 선진국들의 경기침체가 본격화하고, 이러한 침체가 신흥국 및 개도국 등 타 지역으로 확산된 시기다. 이에 따라 중국 등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60%를 차지하는 한국의 수출도 충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국내 금융시장은 지난해 9월 위기설 이후 점차 진정되는 국면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파산 이후 위기 상황으로 진전된 금융시장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정책대응 발표 이후 점차 완화되고 있다. 한국도 정부가 총 22조원을 시장에 공급하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위기상황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기업의 자금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크게 둔화되기 시작한 은행의 기업대출은 12월에는 6조6000억원이나 감소하는 등 자금공급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 자금사정 악화로 대출금 연체율이 높아지고 어음부도율도 상승하고 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2007년말 0.92%에서 2008년말 1.46%로 상승했고, 어음부도율도 동 기간 중 0.02%에서 2008년말 0.04%로 상승했다.
외환시장도 불안감이 크게 해소되지 못한 형편이다. 지난해 10월 한미 통화협정을 통해 외환유동성을 확보함에 따라 외환시장은 위기상황에서 벗어났다. 외환유동성 상황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이 지난해 10월에는 699bp로 상승했으나, 한미, 한일, 한중 통화협정을 계기로 올해 1월 초에는 300bp 이하로 하락했다. 그러나 1월 중순 이후 외환유동성은 개선되지 못해 CDS 프리미엄은 다시 상승세로 반전돼 최근에는 2008년 12월 수준으로 복귀했다. 외환유동성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음에 따라 원화 가치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말 외환당국의 원/달러 환율 하락 노력으로 달러당 1200원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주식 순매수로 전환했고 올해 경상수지도 흑자를 기록할 것이 예상됨에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0원 이하로 하락하지 않고 있다.
2 2009년 세계경제 향방
2009년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공조를 통해 세계 각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올해 중에는 그 효과가 가시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 부실처리 및 구조조정의 여파가 가계로 파급되면서 소비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각국은 자국의 경기회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아시아 신흥국들, ASEAN, 러시아, 중국 등과 같은 수출의존형 경제에 더 큰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 경제는 하반기 중 경기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는 신용경색과 경기부양책의 시행 지연, 소비 및 투자 심리의 위축 등으로 인해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준비은행(FRB)의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금융경색이 지속되고 주택가격 및 주가하락, 고용불안으로 가계가 지갑을 열기는 힘들 전망이다. 유럽 경제도 2009년 중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용경색의 장기화로 인해 기업과 가계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투자와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2.8% 성장이 예상된다. 건설·제조업에서 생산 활동이 부진한데다, 주택버블 붕괴로 금융산업이 침체돼 경제가 극도로 불안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는 엔고와 그에 따른 수출부진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 금융 불안의 영향으로 인해 그동안 세계 자금공급원 역할을 하던 엔화가 회수(엔 캐리 청산)되면서 엔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자동차, 전자 등 내구재의 수출에 강점을 가진 일본의 산업구조 자체가 오히려 구미보다 강한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 내수성장력이 취약한 일본 경제는 수출 감소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의 급격한 악화로 인해 중국경제도 빠르게 감속하고 있다. 2003~07년의 5년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 해왔던 중국 경제는 2008년에는 9.1%로 한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선진국 수입수요 감소로 20~30% 대를 유지하던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전망이다. 그러나 경기 감속에 대응한 정부의 강력한 내수부양 정책에 힘입어 8%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감속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균형 중시의 경제정책을 접고 경제운영방침을 ‘성장률 유지’를 우선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4조위안 규모의 재정투자에다 강력한 가전제품 소비촉진 정책까지 동원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더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내수확대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2009년 경제성장률을 8%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금융당국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하 및 유동성 공급 조치로 단기 금융시장 경색은 다소 완화됐지만 글로벌 신용 경색은 지속되고 있다. 단기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TED 스프레드는 지난해 11월 사상최고 수준인 425bp까지 상승했으나 현재 100bp 이하로 하락했다. 그러나 기업 부도 위험 우려로 신용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되고,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반영하는 미국의 VIX(Volatility) 지수도 여전히 높다. 시티그룹 및 GM 파산위험이 부각되며 지난해 11월 중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VIX지수는 이후 하락했으나, 아직 지난해 9월 리먼 사태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금융 불안은 금융권의 부실 확대 우려로 상반기 중에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 주요국의 금융기관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증가, 주택가격 하락 및 신용경색이 지속되며 카드사업 등 소비자금융 부문과 기업대출 부문으로 부실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각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유동성 공급 효과로 금융 불안이 점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큰 문제로 부각된 상업은행의 파산 우려는 낮다. 상업은행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금융사의 우선주(의결권이 없는 주식)를 매입하는 부분 국유화에 은행 간 대출에 대해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예상된다.
3 2009년 국내 경제 전망
2009년 상반기에는 수출 감소와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기하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1/4분기에는 지난해 4/4분기의 급락에 따른 반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4/4분기에 민간소비 증가율은 -4.4%로 경제성장률 -3.4%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소비는 2003~04년 중 가계버블 붕괴 이후 조정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2/4분기에는 소비부진이 심화될 전망이다. 소비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 창출 부진이다. 가계버블 붕괴로 심각한 소비부진을 경험한 2003년의 경우 연평균 취업자 수는 전년에 비해 3만명 감소했다. 이른바 소비부진으로 기업의 인력조정이 본격화하고, 취업자 감소가 다시 소비를 둔화시키는 소비부진과 고용악화의 악순환이 진행된 것이다.
올해 2/4분기에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더라도 경기회복은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난해 4/4분기 이후 재고가 크게 누적돼 이를 소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에도 심각한 재고누적 현상이 나타났는데, 당시 이를 해소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당시 수출용 출하증가율이 20%를 넘어서는 등 재고조정에 수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외환위기 당시와는 달리 2009년 세계경제는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수출을 통한 재고조정은 어려워 재고 소진 기간도 외환위기 직후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중 경기가 상승국면으로 진입하더라도 그 속도는 매우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은 상반기 -3.8%, 하반기에는 -1.0%가 예상된다.
향후 설비투자의 방향을 가늠케 하는 기업경기 관련 지표들이 설비투자의 부진이 지속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가 2008년 11월과 12월에 각각 43.9%와 3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2.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경기 및 국내 경기의 둔화폭이 다소 축소되면서 설비투자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나, 불확실한 미래 경기로 인해 기업의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하여 하반기 설비투자증가율은 -3.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투자는 2009년 상반기 중 미분양 적체로 인한 민간주택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0.3% 감소할 전망이다. 주택경기는 2009년 상반기 중에는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 물량의 부담으로 인해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2008년 11월 중 전년 말에 비해 154.4%나 증가하며 주택경기 회복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공공부문의 토목건설사업 확대에 힘입어 4.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규제 완화 조치와 2009년 정부의 경기부양책 일환으로 실시될 대대적인 SOC투자가 민간부문의 부진을 상쇄하면서 하반기 중 건설투자가 회복될 전망이다. 2009년 예산안 중 SOC 관련 정부지출액은 24.7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20% 증가했는데, 이러한 SOC가 민간의 투자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연간으로 보면 경상수지는 1998년을 기점으로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되었다.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자 추세는 3/4분기까지 지속되었고, 4/4분기에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상수지는 75.2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도 4/4분기에는 원화가치 하락, 내수위축 등으로 적자 폭이 3/4분기 56억달러에서 17억달러로 줄었다. 자본수지는 4/4분기에는 외국인 주식매도 축소 등에 따라 외국인 증권투자수지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금융기관의 해외차입금 상환으로 41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12월 중 OECD 경기선행지수가 1970년대 오일쇼크 이래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또한 그동안 수출호조를 이끌었던 신흥개도국도 2008년 4/4분기 이후 뚜렷한 경기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금융기관이 자금회수를 지속할 경우 몇몇 신흥개도국의 국가부도 사태가 우려될 정도로 세계경기는 최악의 상황이다. 2009년에는 수요감소로 생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어 수출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각국의 실물경제 침체 정도를 고려할 때 적어도 3/4분기까지는 수요위축에 따른 수출감소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의 급격한 수요위축에 따른 생산조정으로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각국의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점차 나타나기 시작해 수출증가율이 -6.1%로 감소 폭이 축소될 전망이다.
품목별로는 선진국 경기둔화의 충격을 크게 받는 IT수출, 수출단가 하락의 영향이 큰 석유화학, 철강 등의 감소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경기침체에 따른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경향도 수출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이 한국의 주력 수출 대상지역이며, 보호무역 대상 업종도 한국의 전략적 수출 품목임을 감안할 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경우 수출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
2009년 중 수출은 마이너스로 둔화되나, 경기 하강에 따른 수입수요 감소 및 유가의 하향 안정세 등으로 인해 71억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만성적인 적자를 보이고 있는 서비스수지의 경우 내수 둔화의 여파로 여행, 연수 수요가 크게 줄며 적자규모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09년 경상수지는 134억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4분기에 기록한 5.5%를 정점으로 하락 추세다. 4/4분기에는 유가급락으로 소비자물가가 하락했으나,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전반적인 물가 하락을 억제했다. 2009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와 국내 경기의 침체 정도에 달려 있다.
우선, 2009년 들어서 국제유가의 급반등은 예상하기 힘들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하락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4일의 140.70달러에 비해 70% 이상 하락했다. 주요 원인은 세계 실물경제 위축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일평균 세계 석유 수요는 2008년 4/4분기 중 8525.1만 배럴로 3/4분기 이후 감소 추세다. 2009년에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56.39달러로 2008년에 비해 4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진정되고 2010년 이후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 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의 하락과 더불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2%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함에 따라 실질GDP가 잠재GDP를 하회하는 과잉공급 현상이 발생하면서 물가를 끌어내릴 전망이다.
2009년 중 상반기 중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 노동시장 불안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악화될 것이다. 최근까지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주된 이유는 대규모 실직이 아닌 신규채용 규모의 축소다. 실업자 및 비경제활동인구 상태에서 취업자로 변한 신규 취업자 수는 지난해 14만 명이나 감소했다. 따라서 향후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실직이 크게 늘어나면서 고용불안이 심화될 전망이다. 또한 내수침체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파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영업 부문에서의 실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09년에는 실업자 수가 1/4분기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연간 실업률은 4.0%에 달할 전망이다. 또한 실업률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구직단념자도 크게 늘어나면서 체감실업률은 지표실업률을 크게 상회할 전망이다. 최근 고용불안계층으로 분류하는 추가취업희망자, 취업애로층과 더불어 구직단념자 등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 고용상황은 실업률 이상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 경기 부진에 따라 경제주체의 자금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안정에 따른 물가안정도 금리 하향세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한편으로, 주요국 기준금리가 제로금리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국내 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지속에 따른 신용위험 우려로 시장금리가 크게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기피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9년 시장금리는 2008년의 7%에 비해 0.8% 가량 하락한 6.2%가 전망된다. 시장금리는 상반기까지는 신용위험을 반영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하반기 들어 소폭 하락하는 상고하저(上高下低)가 예상된다.
신용에 따른 금리 차이가 지속됨에 따라 시중 자금사정도 양극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신용도가 낮은 가계의 경우 가산금리가 높아져 대출금리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경우에도 신용도에 따른 금리 격차가 확대됨에 따라 자금사정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상반기에는 미국 및 신흥시장 경제의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의 악순환 연결고리로 안전자산으로서 달러 선호현상이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각국의 금융부실 처리노력이 구체화되고, 또한 본격적으로 집행되면서 금융 안정화 노력의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달러가치가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09년 달러화는 상반기 중 강보합세를 보이고, 하반기에는 점차 약세로 반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중 불안한 가운데 소폭 하락하고,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불안이 진정되며 큰 폭의 하락이 예상된다. 정부가 외환유동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2009년 환율 안정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올해 1월 정부가 발표한 외화유동성 지원 예정액(850억달러) 중에서 아직 300억달러 정도가 남아있고 각각 300억달러 규모인 한일, 한중 통화스와프는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올해에는 외국인 주식투자 확대로 인한 자금유입과 경상수지 개선 등이 환율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글로벌 금융 불안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제한해 달러당 평균 1308원이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 불안의 진정으로 시중은행의 외화조달 여건이 개선되면서 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4원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4 종합평가 및 시사점
세계경제가 2010년 이후에야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1년∼1년 반은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2009년 한국 경제는 1980년, 1998년에 이어 세 번째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특히 경기하강세가 가속되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 감축이 본격화하는 상반기가 가장 힘든 시기가 될 전망이다. 재정지출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대책과 더불어 이러한 정책들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세부조치 등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의 경기부양대책이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하는 세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경제의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 중 집행 예정된(예산의 70%) 조치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인력 및 자원을 예산집행부서에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분담하는 사업(국고보조사업)의 경우 일부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조달이 늦어져 집행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지방채를 중앙정부가 매입해 지자체 분담액을 우선 지출하고 경기회복 이후에 환수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출 부담을 중앙정부가 일시적으로 부담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민간의 기대가 호전될 수 있도록 재정지출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 추경예산 편성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97년 재정건전성 회복을 목적으로 GDP의 2% 규모로 증세를 감행해 1994~1995년 재정의 경기회복 효과가 상쇄됨에 따라 침체가 장기화되었는데, 이러한 일본의 경험은 우리에게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즉,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를 결정했을 때는 일반의 예상보다 대규모로 해야 부양효과가 크다. 특히 2009년 예산은 성장률을 3.8~4.2%로 가정하고 편성되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하락할 경우보다 공격적이고 대규모의 경기부양대책이 필요하므로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위해 추경예산 편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기업 구조조정이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하겠다. 22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투입되고 기준금리는 인하했지만 기업 및 가계에 대한 자금 경색은 지속되어 유동성 투입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확대된 유동성이 기업부문으로 흘러들어가기 위해서는 신용위험을 줄이기 위한 기업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의 하이브리드 채권, 상환우선주 매입 등을 통해 은행권의 자본 확충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자본확충펀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기관 등을 통해 은행권 부실자산 인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수은행과 지방은행에 대한 자금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신용 공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예금은행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대출 비중은 2008년 1월 86.7%에서 11월에는 82.5%로 하락하는 등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이 위축되었다. 중소기업에 대출을 많이 해주는 특수은행과 지방은행에 우선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함으로써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