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몸을 씻으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이유

  • 강석기 / 동아사이언스기자 sukki@donga.com

    입력2009-04-01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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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씻으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이유
    한 심리학과 연구실에서 사람들이 설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설문지를 제출하면 감사의 선물인 비누와 초콜릿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가져간다. 설문지는 두 종류로 하나는 비도덕적인 일을 한 경험을, 다른 하나는 즐거운 일을 회상케 하는 내용이다. 과연 설문지의 내용이 선물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까.

    답은 ‘그렇다’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회상한 사람들은 비누를 더 많이 택했다. 왜 그럴까.

    지난 2006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이 실험결과를 실은 캐나다와 미국의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에 ‘맥베스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작품인 ‘맥베스’는 부인과 공모해 자신의 성을 방문한 국왕 던컨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스코틀랜드 무장 맥베스의 파멸을 그리고 있는데 여기에 레이디 맥베스가 손을 씻으며 죄를 떨쳐버리려는 장면이 나온다. 연구자들은 기독교의 세례의식이나 힌두교의 목욕의식도 맥베스 효과로 설명했다.

    이처럼 본질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는 심리적인 현상과 물리적인 현상이 왜 서로 얽혀 있을까. 연구자들은 뇌에서 이런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 겹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손을 씻는 행위가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의식에서 떼어내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죄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짐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연구가 2월27일자 ‘사이언스’에 실렸다. 죄의식이나 불공평함에 대한 반감 같은 감정의 뿌리는 결국 쓴맛이나 고약한 냄새를 접했을 때 우리 몸이 보이는 생리반응이라는 연구결과다. 연구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얼굴 표정, 즉 들린 윗입술과 주름 잡힌 코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근육인 윗입술올림근(筋)의 근전도를 다양한 상황에서 측정했다. 그 결과 쓴 액체를 마셨을 때 보이는 패턴이 불결한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거나 불공평한 제안을 받았을 때(공짜로 생긴 돈을 9(상대방):1(나)로 분배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나타났다는 것.



    최근 국회의 행태를 보고 “역겹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이런 말을 하면서도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지 우리 몸이 정말 역겨운 상황을 접했을 때와 같은 반응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죽자 살자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간신히 금배지를 단 사람들이 ‘쿨’하게 오로지 국익만을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 싶다.

    역한 냄새를 풍기는 상한 음식은 싸서 버리면 된다지만 앞으로도 계속될 이런 역겨운 장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갈수록 사람들이 TV 뉴스를 외면하고 신문 정치면을 건너뛰는 게 아닐까.

    향기로운 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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