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쿠데타 실패 후 에르도안 권력 강화
헝가리, 압도적 의석 점한 후 권력 집중 현상 발생
명목상 입법·사법·행정 분립, 실제론 제 기능 수행 못 하게…
3권분립 무너지면 권위주의 국가 될 수도
‘이런 세상’ 여당에 긍정적이지만 않아…내부 분열 조짐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보수 유권자 상당수는 진보 유권자와 마찬가지로 12·3비상계엄 사태를 ‘친위 쿠데타’로 인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후 실시된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획득한 득표율을 근거로 보수 유권자 다수가 12·3비상계엄을 내란이나 쿠데타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가 얻은 41.15%라는 득표율은 보수 유권자들이 비상계엄 조치 자체를 정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尹, 역사적 책임 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친위 쿠데타에 가담한 이들이 역사 앞에 져야 할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쿠데타 이후 현재 벌어지는 상황과 향후 전개될 사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법치의 근간이 흔들렸다는 점이다. 상식을 가진 국민 다수는 누구도 쿠데타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쿠데타를 실제 감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법치의 기본 전제인 제도적 신뢰를 근본부터 무너뜨려 법치의 토대를 붕괴시킨 것이다. 쿠데타 주도 세력은 역사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문제는 외국 사례를 검토해 보면, 쿠데타가 진압된 이후에도 법치가 온전히 회복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면, 그 이후는 이를 ‘진압한 세력의 시대’가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쿠데타가 성공하면 암울하고 공포스러운 독재체제가 도래하지만, 쿠데타가 실패하더라도 진압 세력이 쿠데타 척결을 명분 삼아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튀르키예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16년 7월 15일 튀르키에 군부 일부는 에르도안 정부의 IS 대테러 정책에 대한 반발과 과도한 쿠르드족 진압 작전으로 인한 병력 손실 불만을 명분으로 쿠데타를 감행했다. 쿠데타 세력은 탱크를 동원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이스탄불 보스포루스강 다리를 봉쇄했고, 쿠데타 가담 군인들은 국영 방송사 TRT 사옥을 점거해 자신들의 쿠데타가 에르도안의 세속주의 법률 위반에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선언하도록 강요했다. 쿠데타 세력은 헬기 등을 동원해 튀르키예 의회 건물을 폭격하기도 했다. 이 쿠데타 시도는 다음 날인 7월 16일 오전 9시경 완전히 진압됐다.
그러나 진압 이후의 상황이 더욱 문제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당시 총리는 쿠데타 발생 직후 선포된 비상계엄을 계속 연장했다. 그는 미국에 망명 중인 귈렌을 쿠데타 배후로 지목했다. 귈렌이 실제 배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에르도안 당시 총리는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귈렌을 배후로 규정한 것이다. 쿠데타가 진행된 하루 동안 161명이 사망했고, 2839명의 군인이 체포됐다. 하지만 숙청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에르도안 정부는 쿠데타 척결을 명분으로 장관급 인사 10명, 판사·검사·헌법재판관 등 법조인 2745명을 구금했다. 여기에 공무원과 언론인까지 더하면 구금 또는 숙청된 인원은 무려 16만 명에 달했다.
쿠데타 척결을 명분으로 반정부 인사들을 대규모로 숙청하자 튀르키예는 사실상 에르도안의 의도대로 작동하는 국가가 돼버렸다. 사법부는 물론이고, 검찰·경찰과 같은 행정기관, 언론, 심지어 교육계까지 에르도안이 완전히 장악하게 된 것이다. 이 사례는 실패한 쿠데타가 역설적으로 정치적 반대편의 권력을 오히려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쿠데타 진압만 권력 집중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특정 정당이 의회에서 압도적 의석수를 점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권력 집중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여기에 권력구조가 대통령제인지 아니면 내각제인지는 중요치 않다. 권력구조를 초월해 압도적 의석수가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은 헝가리 사례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헝가리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처음 집권했을 때, 그는 당시 헝가리 경제를 가장 크게 위협하던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 또한 오르반은 당시 헝가리의 최대 현안이던 국가채무 문제 개선에도 성공했다. 실질적 경제 성과를 국민에게 입증한 것이다. 오르반은 민주주의 정착에도 기여했다. 사회주의 시절의 반민주적 조항들이 체제 전환 이후에도 법체계에 잔존해 있었는데, 오르반은 이러한 사회주의적 잔재를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이런 측면들을 종합하면, 집권 초기의 오르반은 매우 성공적인 정치지도자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오르반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두 번째 집권기부터였다. 세계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2010년 총선에서 오르반이 이끄는 피데스당은 헝가리 의회 총 386석 중 263석을 차지하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상회하는 의석을 확보한 순간부터 오르반은 권위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첫 단추는 개헌이었다. 이 개헌의 핵심 목적은 사법부 장악이었다. 개헌과 후속 법률 개정을 통해 오르반은 판사와 검사의 정년을 기존 70세에서 62세로 하향 조정했는데, 이를 통해 이전 정권 시기부터 재직해 온 법조인들을 대거 퇴임시켰다. 당시 강제 퇴직당한 고위직 판사만 274명에 달했다. 그 공석을 자신에게 우호적인 법조인들로 채운 것은 물론이다.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르반은 법원의 인사 및 운영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의회가 선임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여당이 의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으로 법원행정처장을 임명하면 사법부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오르반은 2012년 1월 개헌 이전에 내려진 헌법재판소 판례를 더는 인용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과거 판례를 무력화해야만 이러한 ‘사법개혁’에 대한 법적 반발을 원천 차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오르반은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은 물론 사법 권력까지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언론 통제 전략, 망하기 싫으면 정부 생각 따르라?
언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11년 오르반 정부는 이른바 ‘새 미디어법’을 제정했는데, 이 법률에 따르면 국가기구인 미디어위원회가 ‘균형을 상실했거나 비윤리적’ 보도를 했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신문·방송·인터넷 매체에 최고 2억 포린트(약 11억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 이는 ‘망하기 싫으면 정부 생각을 따르라’는 오르반식 위협이었다. 과거 사회주의 정권처럼 공권력으로 언론을 직접 탄압하는 대신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경제적 압박을 가해 언론을 통제하는 전략이었다.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오르반은 ‘경쟁적 권위주의’체제를 완성했다. 경쟁적 권위주의체제란, 선거와 같은 형식적 민주주의 절차가 존재하고, 명목상으로는 입법·사법·행정부가 분립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들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만든 체제를 의미한다. 겉으로는 민주주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권위주의적 통제와 불공정 경쟁 구조만이 작동하는 체제다.
이러한 외국 사례들을 우리 상황에 비춰보면, 현재 한국은 튀르키예와 같은 쿠데타를 경험했고, 헝가리처럼 특정 정당이 의회의 압도적 의석을 점유하는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가 민주적 원칙에 따라 국정을 운영할 가능성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만일 향후 권력의 자의적 행사 징후가 나타난다면, 그 역사적 책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쿠데타 세력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은 자신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에 놓여 있다. 쿠데타를 진압했고 거기다가 압도적 의석까지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다 제1야당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에 정체돼 있으니, 그렇게 인식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상황이 이러니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악재가 연이어 터져도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주저 없이 강행하는 것이다. ‘현지 누나’ 사안을 비롯해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각종 법안이나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위헌 논란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안과 법원행정처 폐지안, 그리고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법 왜곡죄’다. 더욱 주목할 점은 내란죄나 외환죄에 한해서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있어도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 재판을 계속 진행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준비 중이라는 점이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동등한 조건에서 재판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법치의 근본 원칙이다. 그런데 특정 범죄 관련자들만 예외로 둔다는 것은 헌법의 기본 정신에 배치되는 조치다. 이 역시 심각한 위헌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각계의 반발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진보성향으로 알려진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고, 전국법원장회의 역시 위헌 우려를 표명했다. 역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들도 위헌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광범위한 반대 여론 때문인지 해당 법안 추진은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하지만 쿠데타를 진압한 자신들의 시대가 열렸다고 민주당이 계속 인식한다면 해당 법안들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문제는 ‘이런 세상’이 민주당에 긍정적 영향만 ‘선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민주당과 대통령실 사이에서 여러 이견이 표출되는 현상은 일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권 중반기를 넘어선 시점에서나 나타날 법한 상황이 정권 출범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 순방을 떠나면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가릴 만한 국내 정치 이슈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방미 당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돌이켜 보면 대통령이 언제 귀국했는지조차 주목받지 못할 정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가 언론과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때도 민주당 일부 법사위원들이 ‘대통령 재판 중지법’ 추진을 주장하며 순방 성과를 덮어버렸다. G20 정상회의 때는 ‘대의원·당원 1인 1표제’ 문제가 불거졌다. 해당 사안이 그 정도로 긴급한 현안인지는 차치하고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날 때마다 민주당이 국내 정치 이슈로 여론을 집중시키는 패턴은 분명히 존재한다.
지나치게 안심한 민주당 지도부의 내부 권력 다툼
이러한 현상이 한 번 발생했다면 우연으로 간주할 수 있다. 두 번째 발생하면 ‘이게 뭐지?’ 하는 의구심 정도는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세 번째 반복된다면 그 의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추론 가능한 것은 현재 민주당 지도부가 지나치게 안심한 나머지 정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정권 중반 이후에나 나타날 법한 행태를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초라한 상대’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압도적 의석’과 ‘성공적 쿠데타 진압’이 여당 내부 권력 다툼을 일으킨다는 추론이 가능하다.윤석열 전 대통령은 더는 어떠한 말도 해서는 안 된다. 변명은 물론이고, 자유민주주의를 거론하는 것조차 부적절하다. 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지금 그가 보여야 할 유일한 태도는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과연 그렇게 할지 모르겠다.


















![[밀착취재] 리딩방 70여 명 대부분이 한통속…기망하는 수법까지 매뉴얼화](https://dimg.donga.com/a/380/211/95/1/ugc/CDB/SHINDONGA/Article/69/48/98/bd/694898bd2399a0a0a0a.jpg)


![[지상중계] 제12회 나지포럼, “북미 정상회담 성과내기 어려워”](https://dimg.donga.com/a/380/211/95/1/ugc/CDB/SHINDONGA/Article/69/43/48/32/69434832107aa0a0a0a.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