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회사의 부도로 직원들과 가족이 큰 고통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공정위에 있을 때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납품단가를 인하해 파업 손실을 전가한 사례를 여럿 목격했고요. ‘수탈적 기업 생태계’가 계속되면 미래는 암울합니다. 누구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죠.”
경남 하동,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중소기업 대표이던 큰형을 어릴 때부터 존경했다. 대기업이 대금을 지급 하지 않아 형님 회사가 부도나는 걸 보면서 기업 생태계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내친김에 2003년에는 공정위로 전입해 하도급개선팀장, 가맹유통과장으로 약자 편에서 시장 질서를 감시했다. 미국 기업 생태계를 배우려고 워싱턴DC의 로펌에서 연구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물이 2011년 출간한 스테디셀러 ‘거래의 7가지 함정’이다. 중소기업이 불공정거래의 함정을 피하는 전략을 담은 이 책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정독한 뒤 직접 전화해 격려하면서 대통령이 행정관에게 전화한 첫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하도급 문제와 유통·프랜차이즈 산업 정책 자문, 중소벤처기업 컨설팅 등을 통해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길이 잘 다듬어진 북한산을 오를지, 높고 험한 에베레스트를 오를지 오래 고심했는데, 이제 선택을 한 거죠. 공무원을 10년 더 할 수도 있었지만, 20년 뒤 지금의 선택이 ‘참 잘한 결정’이라고 회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