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이낙연(68)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은 4월 17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180석 거대 여당 출현에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협치’를 강조한 것이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기 퇴치와 경제회복 등 여당의 책임을 설명하면서 “조금이라도 오만, 미숙, 성급함, 혼란을 드러내면 안 된다. 항상 안정되고, 신뢰감과 균형감을 드려야 한다”며 민주당의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승리에 대한 오만함보다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겸손함을 드러낸 것이다.
4·15 총선에서 뜬 별 중 최고의 ‘왕별’은 이 위원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랫동안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켜온 터라 이 위원장의 행보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으며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1월 23일에는 “황 대표와 신사적인 경쟁을 펼쳤으면 한다”며 ‘맞대결’을 제안해 상대 수장을 종로로 불러들였다. 당시 ‘험지 출마’를 공언하고도 종로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던 황 대표는 이 위원장보다 2주 늦게 엉거주춤 ‘종로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이 위원장의 전략은 주효했다. 총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이 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를 앞서나갔고, 황 대표는 지역구에 발이 묶이면서 전국 유세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면 이 위원장에게 총선 레이스는 ‘대망(大望)으로 가는 길’이었다. 이 위원장은 사실상 선거 사령탑을 맡아 전국을 돌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만 40여 명에 달해 당내에서 ‘친이(이낙연)계’의 뼈대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동안 약점으로 꼽히던 허약한 당내 기반과 ‘호남’이라는 꼬리표 등도 하나둘 떼어냈다.
결국 이 위원장은 ‘정치 1번지’ 종로에서 황 대표를 18.4%포인트(1만7308표 차, 이낙연 58.3%, 황교안 39.9%)라는 큰 표 차로 꺾고 존재감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국무총리 재임 시절 꼼꼼한 행정과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을 보인 데 이어,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황교안 대표를 미워하지 않겠다”는 통합 메시지를 던진 게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황 대표는 선거 당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렇다고 ‘대망으로 가는 길’이 꽃길만은 아니다. 당장 코로나19로 폐허가 된 경제를 살려야 한다. 국민들이 국회 의석수의 3분의 2를 몰아준 만큼 더 이상 ‘야당 탓’을 할 수도 없다. 과거 열린우리당 사례처럼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집권 후반기에 터져 나오는 정권의 권력형 비리는 ‘차기 대권 1위 주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 친문(친문재인)계와의 관계 설정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위원장은 20여 년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하다가 2000년 새천년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 여정을 시작했다.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내리 4선(16~19대)을 하고 2014년 전남도지사에 당선됐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총리로 발탁됐다.
배수강 편집장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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