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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전문의 최명기의 남녀 본색

‘부부동맹’으로 고부·장서 장벽 넘자

시댁·처가 ‘명절 갈등’ 해결책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부부동맹’으로 고부·장서 장벽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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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와 탈출

명절에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게, 명절 비용을 나누는 문제다. 동서 중엔 일을 하는 이도 있고, 돈을 내는 이도 있다. 봉투만 내밀고는 여행을 가버리는 이도 있다. 일하는 며느리는 돈 내는 며느리가 뻔뻔한 것 같고, 돈 내는 며느리는 일하는 며느리가 유세를 떠는 것 같다. 시부모가 자신을 차별하는 것 같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남편도 다른 동서들과 자신을 비교한다. 다른 동서가 고급 외제차를 몰고 오면 기가 죽는다. 장인, 장모가 차별하지 않는데도 그렇게 느낀다.

요즘은 부모 재산만 바라보고 사는 부부도 적지 않다. 다른 형제가 뭔가 도움을 받는 것을 보면 나도 도움받고 싶다. 과거에 내가 도움을 받았어도 지금 다른 형제가 도움받는 것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내가 도움을 받았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자위한다. 다른 형제들은 시댁에서 굳이 안 해줘도 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특히 시댁에서 다른 형제에게 집을 해주거나 사업 자금을 대주면 신경이 잔뜩 곤두선다.

형제들끼리, 혹은 처형이나 처남과 돈 문제가 얽혀 있을 경우 명절 때 마주치면 열불이 난다. 이들과 동업을 했다 깨지면 죽을 때까지 원수가 되기도 한다. 안 만나고 살면서 조금씩 잊어먹나 싶다가 명절 때 만나면 괴로운 감정이 되살아난다. 형제들은 자기들끼리의 일이라고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그 돈이 없어서 너무 고생한 아내는 시숙이든 시동생이든 뻔뻔스러운 면상을 손톱으로 긁어버리고 싶다.  

처가에 아예 발을 들이지 않는 남자도 있다. 낯을 많이 가려 처가에 가는 게 불편한 사위도 있다. 이런 경우 아내만이라도 가게 하면 된다. 아내에게 선물 살 돈이라도 넉넉히 쥐여줘서 보내면 아내는 “○○아빠는 너무 바빠서 못 왔어”라며 친정 부모가 서운해하지 않게 둘러댄다.

아내를 통제하려고 처갓집에 못 가게 하는 남자도 있다. 아내가 처갓집에 가서 결혼 생활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할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아내가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부모와의 갈등에서 탈출하기 위해 결혼한 딸은 웬만하면 친정에 가고 싶지 않다. 그럴 때 남편을 핑계로 둘러대기도 한다. 애꿎은 남편만 장인·장모와 아내 사이에서 곤란해진다.



아내 때문에 명절에 본가에 못(안) 가는 남편도 있다. 부모의 잔소리, 통제, 간섭이 지나치거나 만날 때마다 엉뚱한 걸 요구하면 아무리 자식이라도 피하고 싶다. 결혼은 어떤 면에서 ‘탈출수단’이다. 부모는 어떻게든 결혼한 자식을 통제하고 싶은데 자식은 그게 너무 싫다. 아내라고 그런 시부모가 편할 리 없다. 이럴 때 부모와 아내 사이에서 아내를 선택하는 남자들이 있다. 처음엔 아내를 놔두고 혼자서 본가에 간다. 아내는 그것도 싫어하는 눈치다. 아내는 남편 혼자 시댁에 가면 자신에 대해 좋은 얘기를 안 할 것 같다. 그러다 남편도 명절에 본가에 안 가게 된다.  



위로하고 공감하라

고부 간에 갈등이 있다면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시댁에 안 가는 방법이 있지만 쉽지 않다. 부모님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하지 않으면 불편하다. 시댁에 안 간다고 했을 때 가만히 있을 부모라면 며느리도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이 부모와 아내 사이를 중재하려는 순간 덫에 빠진다. 어머니와 둘만 있을 때는 그냥 어머니가 옳다고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 편을 들며 아내가 옳다고 하면서 각자를 위로해주는 게 현명하다. 본가에 가면 되도록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하고, 최소한 처가에 들르는 척이라도 하자.

아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남편이다. 이혼할 생각이 아닌 이상 남편의 마음이 떠나면 끝이다. 남편을 몰아세우면 남편은 어린애가 된다. 그럴 때 아내는 남편이 중간에서 중재를 해줬으면 하는데, 그것이 가능할까.

부모와 원수지간이 되는 것, 그리고 아내와 사이가 나빠지는 것 중에 전자를 택할 남자는 거의 없다. 남편이 어머니와 싸우기 싫은 것은 당연하다. 아내가 다그칠수록 남편은 어머니에게 의존한다. 그러면 남편과 시어머니가 동맹관계가 된다.

어머니가 사납고 무서워서 위로 받기를 꿈꾸며 결혼했는데, 막상 아내가 어머니보다 더 혹독하게 몰아세우면 남자는 결혼을 끝장내고 싶어진다. 그러니 남편에게 빈말이라도 “나 때문에 힘들지?”라고 말해줘야 한다. 시어머니 성격이 괴팍하다면 “당신도 자라면서 쉽지 않았겠다”고 공감해줘야 한다. 어떻게든 남편을 내 편으로 끌어들어야 한다.



배우자 지키기

문제 발생 책임이 칼로 두부 자르듯 5대 5인 경우는 드물다. 문제를 일으키는 쪽은 대개 정해져 있다. 시아버지가 성격이 불같거나 술만 마시면 난리를 치는 경우 조용한 부모 밑에서 산 며느리는 시댁에 가는 게 공포다. 끊임없이 간섭하고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시어머니를 당해낼 며느리도 없다. 그런 장모를 당해낼 사위도 없다.

인간은 자신이 비정상일수록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며느리만 나쁘다고 비난한다. 이럴 때는 남편이 어떻게 해서든 아내를 지켜야 한다. 만약 ‘문제 부모’로 인해 이혼을 한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친정 부모가 문제라면 아내는 어떻게 해서든 남편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만약 남편 혹은 아내가 정말로 이상한 성격이라면 지금이라도 확실하게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런 남편, 그런 아내와 지금 상태로 결혼 생활을 이어가면 인생은 더 비참해진다.  





신동아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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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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