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용인
오랫동안 잊고 산 얼굴이 보고 싶거든
여기 자월紫月로 오라.
대부섬 방아다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갈매기떼 전송받으며 바다 위에서 한 시간쯤
창해일속滄海一粟을 몇 번 되뇌다 보면
어느새 모성의 품으로 안아주는 한 섬에 닿으리.
승봉 이작 덕적이 어깨동무하며 거센 파도를 막아
잔잔한 물결소리 섬집아기 재우는 자장가로 들리고
결 고운 뻘이 하루 두 차례씩 알몸을 드러내는 곳
해발 일백육십 미터 국사봉 착한 산길
풀꽃향기 벗 삼아 미음완보微吟緩步 하노라면
시간조차 멀리 떠가는 여객선처럼 느릿느릿 흘러가거늘-
그중에서도 으뜸은 달빛 풍경이라
밤이 되면 약속처럼 떠오르는 자월을 볼 것이네.
산에도 뜨고 바다에도 뜨고 마음에도 뜨는 달을
추억에게도 하나
그리움에게도 하나
오래된 외로움에게도 하나씩 띄워줄 수 있으리.
그대,
한 세월 숨차게 살아가다가 문득
잊고 지낸 달의 속살이 보고 싶거든
이름도 아름다운 섬 자월도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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