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호

찬란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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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봄날
나무들이 물고기처럼 숨을 쉬었다

비가 그치지 않았다

색색의 아이들이 교문을 나섰다

병아리 몸짓의 인사말조차

들리지 않았다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문구점

간판이 물풀처럼 흔들렸다

자동차가 길게 줄을 서서

수만 년 전 비단잉어의 이동로를 따라

느릿느릿 흘러갔다

물거품으로 떠다니는 꽃향기 속

수심을 유지하는 부레 하나

박제된 듯 정지해 있었다

위이잉, 닫혔던 귀가 열렸다

아이를 기다리던 엄마가 환해지며

비늘 없는 작은 손을 잡았다

꽃무늬 빗물이 찬란한

누구나 헤엄쳐 다니는 봄날이었다

*김유섭 시집 ‘찬란한 봄날’(푸른사상, 2015) 중에서

김유섭

● 1960년 경남 남해 출생
● 2011년 ‘서정시학’ 신인상 등단
● 시흥문학상(2013), 아르코문학창작기금(2014), 김만중문학상(2014)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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