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증이 심할 때 흔히 ‘아파 죽겠다’는 표현을 쓴다. 엄살같이 들리지만 근거가 있는 표현이다. 동물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상처를 입으면 통증이 온다’ ‘위험한 것에는 통증이 따른다’는 경험을 축적해 왔다. 즉 통증은 위험이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통증이 느껴지면 곧바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통증전문 병원인 안아픈세상클리닉(서울 청담동, www.thepaincenter.org) 원장 김문호(金文昊·55) 박사는 “통증은 신체 이상상태를 알려주는 일종의 경고로, 건강을 지켜주는 중요한 방어기전이기 때문에 사람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통증의 순기능을 설명한다. 다만 방어기전 기능이 끝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통증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원인을 제거했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3~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통증으로 분류하는데, 여기서부터는 통증전문의의 영역이다.
미국 통증의학 전문의
요즘에는 길을 가다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간판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통증클리닉’은 일반인에게 낯선 진료과목이었다. ‘통증’이라는 말 자체가 워낙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무슨 진료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 다른 진료 과목과 비교하면 ‘신생과’라는 이유도 컸다. 1970년대 초반, 마취과에서 ‘통증클리닉’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부터 통증의학이 시작되었으니 사람의 나이로 치면 이제 막 사물의 기초를 닦는다는 이립(而立)을 넘어서고 있는 셈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과 개원의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500여 곳의 통증클리닉이 있다고 한다. 통증클리닉에서 행해지는 치료는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을 찾아 신경치료와 보조요법을 적용, 신경의 기능을 정상화해 통증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같은 치료법은 원인을 찾아 통증 자체를 제거한다기보다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을 차단, 통증은 있지만 환자 자신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라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척추디스크라고 하는 추간판 탈출증의 경우 염증으로 인한 통증 부위에 스테로이드나 국소마취제를 주사해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드는 식이다.
이런 여건에서 김문호 박사의 이력은 돋보인다. 그는 미국에서 통증의학 전문의 자격증을 땄고,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사전 등에 4회에 걸쳐 이름이 실렸을 만큼 권위를 인정받는 의학자(미국 뉴저지 의대 석좌교수, 의학박사)이다. 생애의 절반을 미국에서 보냈다는 김 박사는 2003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 현재 안아픈세상클리닉 원장,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외래교수, 아피테라피 클리닉 주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그는 벌독(蜂毒)을 이용한 통증치료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봉독요법을 연구, 발전시킨 공로로 미주봉독요법학회의 초대 및 2대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통증 잡는 대체의학
김 박사는 통증을 만성통증과 급성통증으로 분류한다. 급성통증은 증상을 치료하면 2개월 이내에 제거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통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