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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식사도구 숟가락 한국인만 사용하는 이유는?

효과적인 식사도구 숟가락 한국인만 사용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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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일 모두 젓가락을 사용하지만 유독 한국만 숟가락을 동시에 사용한다. 서양인들은 이런 사실에 놀란다. 닮은 듯 보이는 세 나라가 결코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숟가락이다. 거친 탄수화물을 잘 먹으려면 국물이 필요했고, 밥과 국물 두 가지를 동시에 먹는 데는 숟가락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손잡이 달린 개인용 접시와 다름없었다.
효과적인 식사도구 숟가락 한국인만 사용하는 이유는?

지금도 고기를 옮길 때 사용하는 국자형 숟가락.

미국 뉴욕에 사는 ‘신동아’ 여성독자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그녀는 외국인들과 종종 음식문화에 대한 토론을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국음식을 즐겨 먹는 미국 친구들이 왜 한국인만 식사를 할 때 숟가락을 사용하는지 질문을 한단다. 하지만 그녀도 중국인이나 일본인과 달리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하는 한국인의 식사법이 어디서 연유했는지 알지 못해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닮았지만 다른 문화

나 역시 이 문제로 거의 15년 이상을 고민하고 자료를 찾아 헤맸다. 2003년에는 제주문화방송 다큐멘터리 팀과 함께 이 문제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답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일본 민족학자들은 한국인의 숟가락 사용이 중국 고대문화를 배우려고 했던 조선 사대부들의 노력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즉, 고대 주나라 때의 관습을 문헌을 통해 배웠고, 그래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사용해 식사를 한다고 그들은 설명한다.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생활 습관마저 결정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내 일부 학자들은 한국음식에는 국물음식이 많고, 이로 인해 숟가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숟가락의 용도가 반드시 국물음식을 먹는 데만 있지 않고, 곡물인 밥을 먹는 데도 있다는 점은 설명하지 못한다. 더욱이 다른 민족의 음식에도 국물음식이 적지 않은데 그들은 왜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지를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서양인은 주로 한·중·일 세 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젓가락에 주목하는 편이다. 그래서 동아시아 음식문화의 특징으로 젓가락을 꼽는다. 그런데 한국인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모두 사용해 식사를 한다고 하면 놀란다. 그들이 한국의 숟가락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최근이다. 지난 20년 사이에 한국음식이 세계 각지에서 유행하면서 비로소 숟가락에 대해 알게 됐다.



효과적인 식사도구 숟가락 한국인만 사용하는 이유는?

고려시대 국자 수저. 국립청주박물관

알고 보면 동아시아 사람들은 많이 닮지 않았다. 한자 문화권에 있지만, 각자 언어를 가지고 있어 말이 통하지 않는다. 비슷한 명절이나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한자 이름만 비슷할 뿐 실제 내용은 아예 다른 경우도 많다.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이나 옛날 옷, 오래된 살림집도 같지 않다. 지금 동아시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서로 닮았으면서도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숟가락은 닮았지만, 결코 닮지 않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연암 선생의 황당한 경험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 1805) 선생이 청나라 고종(高宗)의 칠순잔치에 참석하는 사신을 따라 지금의 선양(瀋陽)인 성경(盛京)에 도착한 것이 1780년(정조4) 음력 7월 중순이었다. 만주인에 의해 설립된 청나라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연암 선생은 심양에서 쑤저우(蘇州) 사람인 54세의 한족 선비 혹정(鵠汀), 왕민호(王民?)와 그의 친구인 지정(志亭) ,학성(?成)을 만나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필담(筆談)으로 소통했다. 왕민호는 연암이 기하학에 능통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이 그것을 알지 못해 한탄스럽다는 데 공감한다. 얼마 안 돼 밥상이 들어온다. 연암은 밥상 차린 순서를 보고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과실과 나물이 먼저 오르고 다음에 떡, 그 다음에는 볶은 돼지고기와 지진 달걀 등이 오르고, 밥은 가장 뒤에 올랐다. 하얀 쌀로 지은 밥과 양곱창으로 끓인 국도 올랐다. 중국 음식은 모두 젓가락을 사용하고 숟가락은 없었으며, 권하거니 받거니 하며 작은 잔으로 기쁨을 나눈다. 우리나라처럼 긴 숟가락으로 밥을 둥글둥글 뭉쳐 한꺼번에 배를 채우고 끝내지 않는다. 가끔 작은 국자로 국물을 떴을 뿐이다. 국자는 마치 숟가락과 비슷하면서도 자루가 없어서 술잔 같기도 하다. 또 발이 없어서 모양은 연꽃의 한 쪽과 닮았다. 나는 국자를 집어서 한 공기 밥을 떠보려 하였으나, 그 밑이 깊어서 먹을 수 없기에, “빨리 월왕(越王)을 불러오시오”라며 무심코 웃었다. 이에 학성이 나더러 “무슨 말씀입니까?” 하고 물었다. “월왕의 생김새가 목이 죽 길고 입부리가 까마귀처럼 길었답니다.” 하였더니, 학성은 왕민호의 팔을 잡고 웃느라 입에 들었던 밥알이 튀어나오며 재채기를 수없이 한다. 학성은 이내 “귀국 풍속에는 밥을 뜰 때에 무엇을 쓰십니까?” 하고 물어 “숟가락을 쓴답니다” 했다. 이에 학성은 “그 모양이 어떻게 생겼습니까?” 묻는다. 나는 “작은 가지〔茄子〕의 잎 같습니다” 하고 곧장 탁자 위에다 그려 보였다. 이에 둘은 배꼽을 움켜쥐고 졸도하듯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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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부교수·민속학 duruju@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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