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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새를 위한 시간

  • 유혜빈

아름다운 새를 위한 시간

시작에 외눈박이 물고기가 있었다. 당신은 종종 그의 비늘에 입을 맞추고는 했다. 입술을 가져다 댈 때 그는 지느러미를 흔들어 보였다. 물고기는 다 자라 예쁜 새가 되었다. 새는 사람을 사랑했지만 그의 끝은 구슬이었다.

그 새는 줄에 엮인 구슬이 되어 당신의 손 안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당신은 미친 듯이 구슬을 주우러 다녔다. 지혜롭다는 자를 만났을 때는 선생님 어떻게 새가 구슬로 만들어져 있나요. 줄이랑 구슬이랑 다 사람이 만든 건데요. 이걸 다 주우면 새가 다시 될 수 있는 건가요. 묻고 싶었지만 결국 질문할 수 없었다.

모두 그 새를 사랑했지만 그 누구도 구슬을 주워 담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신만 미친 듯이 그 구슬을 주웠다. 구슬을 줍는 와중에 해야 하는 일들이 여럿 주어졌는데 당신은 그것들의 모양만을 대충 낸 뒤 구슬을 주우러 떠났다. 여기저기 틈새에 작은 구슬들이 끼어 있었다.

구슬을 줍다 날이 어두워졌을 때는 포기해야 했다. 당신은 포기하지 않았지만 당신을 둘러싼 모든 대기가 그 새를 포기했다고 당신에게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머리 뒤로 그 외눈박이 물고기는 오래전에 죽었는데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아름다운 새로 자라난 외눈박이 물고기를 위한 장례가 치러졌다.



당신은 아름다운 새의 사진 앞에서 쓰러지는 또 다른 새의 모습을 본다. 그가 외눈박이 물고기일 적을 아는 아름답지 않은 새였다. 그는 더 이상 아름다운 새가 없는 그의 세상에 잠깐을 주저앉아 있다가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 휘청거리며 돌아갔다. 당신은 그 모습을 보았다.


[Gettyimage]

[Gettyimage]

유혜빈
● 1997년 서울 출생
●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2020년 창비 신인상 시인상
● 2022년 8월 시집 ‘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



신동아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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