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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의 지략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전투적 좌파적 노동운동은 ‘올드 패션’, 일자리부터 만들고 보자”

노동판의 지략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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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설명회 가면 어용? 국민의 평가는 다를 것
  •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은 반쪽짜리 노동자 조직
  • 양대 노총 통합 가능성에 회의적…제3, 4의 노총 만들어질 수도
  • IMF와 ‘맞짱’ 뜬 금융노조가 은행 살렸다
  • 김대환 장관 “공부 좀 해라”에 “인격 수양부터 해라” 맞대응
  • 기업별 노조, 제 밥그릇만 챙기는 조직으로 전락
  • 한국노총 지역조직, 5·31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지지 전무
  • 2004년 여야에서 정치입문 제의, ‘거수기 정치’ 매력 없어 거절
노동판의 지략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체구는 작달막하지만 걸음걸이에 활력이 있고 악수를 할 때 내민 손이 컸다. 짧은 곱슬머리에 눈은 작은 편이다. 금테 안경을 쓰고 있다. 이용득(李龍得·53) 한국노총 위원장의 외모에서 금융산업 총파업을 지휘해 두 번이나 옥살이를 한 투쟁가의 이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는 “투쟁판에 서면 누구나 투사로 보이지요. 제 성질이 좀 ‘지랄’ 같긴 해요”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 빌딩 7층에는 위원장, 부위원장을 비롯한 임원 사무실이 들어 있다. 이 빌딩에서 필자처럼 넥타이를 맨 사람은 외부 손님이다. 직원들은 대개 한국노총 마크가 새겨진 청색 조끼를 입고 있다.

뉴욕에서 열린 국가투자환경설명회(IR)에 다녀온 이 위원장을 만나려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인터뷰가 2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신동아’ 인터뷰 뒤에는 외국 기업대표들과의 면담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그 다음에는 경제지 인터뷰가 기다렸다.

이 위원장 책상 위에는 전태일기념사업회가 준 전태일상(賞) 상패가 놓여 있다. 저항의 삶을 살았다는 노예, ‘곧은 목지’의 팔뚝 조상(彫像)이 상패에 붙어 있다. 전태일기념사업회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곧은 목지’ 이야기가 나온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노동조합이 기증한 백두산 천지 사진이 이 방의 유일한 장식품이다. 벽에는 대학로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와 김태환 열사 1주기 추모 기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씨는 한국노총 충주지부장으로 파업 중이던 레미콘 회사 노조의 투쟁을 지원하다가 레미콘 차량에 깔려 숨졌다.



이 위원장이 “여기 담배 떨어졌어”라고 하자 비서실 직원이 ‘에세’ 두 갑을 놓고 갔다. 하루 서너 갑을 피운다고 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재떨이에 꽁초가 8개비 쌓였다. 오랜만에 간접흡연을 실컷 했다.

“전투적 조합주의만 보지 말라”

▶월가(街)에서 열린 IR은 성황을 이뤘는지 궁금하군요. 거기서 이 위원장이 ‘노사 문제 때문에 한국 투자를 걱정하고 있다면 이제 그 걱정을 모두 버리라고 권하고 싶다. 만약 한국에 투자했다가 노사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노총이 중재에 나서겠다’고 말했더군요. 해외 투자자들이 이 위원장의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전투적 노동조합 때문에 다른 나라로 간다는 국내외 언론 보도가 많았지 않습니까. 실제로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투자가들에게 물어보니까 ‘노조 대표가 IR에 직접 나설 정도로 한국의 노사관계가 변했느냐’ 하며 놀라더래요.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투자설명회에는 잠재적 투자자가 250명 정도 왔어요. 라운드테이블에는 기존 투자자 10명이 참석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저한테 노골적으로 ‘추가 투자를 하려는데, 모든 조건을 비교해보면 1순위가 한국이지만 노사관계 때문에 중국과 대만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이 투자한 한국 회사가 노조 때문에 문제가 생겼느냐’고 물으니까 ‘그렇지 않다’고 해요. 그런데도 미국 본사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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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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