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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증권 매각 무산 속사정

‘투자금액 이상은 뽑아야 판다’ 배짱?

교보증권 매각 무산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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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의 재무 상황을 봐도 교보증권 매각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교보생명은 외환위기 후폭풍으로 2000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후 매년 3000억원대의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해왔다. 지난 회계연도(2007년 4월~올 3월)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당기순이익(4335억원)을 기록했다. 올 3월 말 현재 자기자본은 2조4450억원.

이에 따라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도 매년 꾸준히 향상돼 올 3월 말 현재 글로벌 수준(200%)을 넘은 223%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수익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지난해 23%를 기록했다.

두 번째 의문은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매각 가격을 왜 그처럼 높게 책정했는지 하는 점이다.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교보생명이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매각 추정가는 6500억~7000억원. 교보생명이 갖고 있는 교보증권 지분 51.63%(1858만5473주)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당 3만5000원 수준이다. 8월8일 교보증권 종가가 1만3500원임을 감안하면 교보생명은 경영권 및 증권사 라이선스 프리미엄으로 주당 2만원 이상을 요구한 셈이다.

금융회사의 기업가치 평가 기준으로 사용되는 주당순자산비율(PBR)로 비교하더라도 교보 측이 제시한 가격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보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은 4107억원. 업계 평균인 주가순자산비율(PBR) 1.58배를 적용하면 교보증권의 기업가치는 6500억원 수준이 나온다. 따라서 매각 대상인 교보생명 보유 지분 51.63%에 해당하는 가치는 3356억원 수준이다. 유진 측이 희망한 가격도 이 정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가지 의문을 풀기 전에 여기서 잠시 교보생명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지급여력비율을 높여라!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있어 교보증권 규모를 대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교보생명으로선 ▲글로벌 대형 증권사와 합작 ▲교보증권 매각 ▲교보생명이 직접 교보증권 증자에 참여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로선 매각이 무산된 만큼 좀 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결정할 것이다.”

교보증권 안팎에선 매각이나 합작 추진이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신창재 회장 입장에선 두 가지 옵션 모두 교보생명 지급여력비율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지급여력비율을 최대한 높이면 상장을 앞둔 교보생명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되면 신 회장의 상장 차익도 더 커진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교보생명이 교보증권에 쏟아 부은 금액. 교보증권 내부에선 “1994년 교보증권을 인수할 때 높은 금액을 지급한 데다 인수 이후에도 증자 등을 통해 교보증권에 쏟아 부은 돈이 많은데, 기회비용까지 감안해 이 금액을 전액 회수하려고 하기 때문에 교보증권 매각 금액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교보생명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교보증권 취득 원가는 2481억원. 그러나 올 3월 말 현재 교보증권 장부가는 2218억원. 여기에 인수 직후 3년 동안 각각 105억원, 97억원, 67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994년, 1996년, 1998년 세 차례에 걸쳐 총 1300억원을 증자했고, 1999년에도 300억원의 공모 증자를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교보생명이 ‘함몰비용(sunk cost)의 오류’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개념은 이미 써버려 회수가 불가능한 금액이나 노력 등을 일컫는 함몰비용을 무시하는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쓰이는 용어다. 쉽게 말해 고스톱 판에서 돈을 조금 잃은 후 본전 생각에 ‘열고’를 외치다가 더 큰돈을 잃게 된 경우에 딱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기업을 사고파는 것은 고스톱 판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를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교보생명에서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신동아 200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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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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