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카지노는 대부분 몬테카지노처럼 도시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숙박과 쇼핑, 여가 생활을 함께 즐기는 복합 문화 공간 구실을 한다. 1996년 정부가 카지노 산업을 허용하면서 내세운 조건이 공공성과 수익의 사회 환원이었기 때문이다.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

(위) 골드리프시티 카지노가 투자해 건설한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 (아래) 백인과 비백인으로 입구가 구별돼 있는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 입구.
스티브 호웰의 설명이다. 남아공의 카지노 가운데 35개가 가입해 있는 남아공카지노연합(CASA)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남아공에서 카지노 사업자들이 건설비로 쓴 돈은 188억란드(약 3조264억원)에 달한다. 카지노 자본으로 건설한 케이프타운과 샌튼의 국제 컨벤션센터 건립비용은 제외한 액수다. 카지노 건설에 이처럼 거액이 투입된 건 거의 모든 카지노가 몬테카지노처럼 수준 높은 부가 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대부분의 카지노 안에 호텔과 스파, 컨벤션센터, 식당, 쇼핑몰, 극장 등이 있고, 자신만의 특성을 강조할 수 있는 시설은 별도로 있다.
역시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골드리프시티(Gold Reef City) 카지노의 ‘플러스 알파’는 대형 놀이공원과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이다. “자유로워지는 것은 단지 누군가의 사슬을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고 고양하는 방식으로 사는 것(To be free is not merely to cast off one′s chains but to live in a way that respects and enhances the freedom of others)”이라는 넬슨 만델라의 발언으로 문을 여는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은 특히 눈에 띈다. 지난 50년간 남아공에서 벌어진 흑인에 대한 차별과 학대의 역사를 집대성한, 국립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 그대로 ‘whites’와 ‘non-whites’로 구별돼 있는 입구에 들어서면 곧장 참혹한 과거의 기록이 쏟아져 나온다. 전시실 곳곳에서 상영되는 영상 속에서 흑인들은 욕설을 듣고, 매를 맞고, 총질을 당하고 있다. 한 전시관은 아예 천장 가득 교수대 밧줄을 걸어놓는 것으로 그 시대의 아픔을 묘사했다. 당시 흑인들이 무엇을 요구했고, 어떻게 고문을 당했으며, 어떻게 죽어갔는지, 불과 10여 년 전까지 이어진 역사인 만큼 기록은 선명하다. 고통스러운 순간을 견디고 나면 이제는 승리의 역사가 이어진다. 27년간 갇혀 있던 넬슨 만델라가 출옥하며 힘차게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 이후 치러진 남아공 총선에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압도적인 지지로 집권하는 장면 등이 어제의 일인 듯 생생하다.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 안내문에는 “이 박물관은 골드리프시티 카지노를 세운 ‘Akani Egoli’ 컨소시엄이 800만란드(약 12억8800만원)를 부담해 건립됐다. ‘Akani Egoli’ 컨소시엄은 이 박물관 건립 계획 덕분에 카지노 영업권을 따냈다”고 기록돼 있다. 남아공에서 카지노 산업이 담당하는 구실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남아공 정부는 카지노 자본을 활용해 사회기반시설을 짓는다. 그리고 이것이 카지노를 허용하는 이유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쇼핑센터, 극장, 공연장, 수영장, 식당, 그리고 수준 높은 박물관까지 지금껏 돈 없는 흑인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공간들이 그렇게 하나 둘 남아공 땅 위에 태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