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호

2008 IT, 사라지는 것들

  • 류현정 전자신문 기자 dreamshot@etnews.co.kr

    입력2008-04-03 1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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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IT, 사라지는 것들
    원래 변화무쌍한 IT 분야라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사라지는 것’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우선 지난 3월 전세계 네티즌들은 1990년대 중반 웹브라우저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리던 넷스케이프의 퇴장 소식에 애도했다. 넷스케이프를 보유한 AOL이 3월1일 기술지원을 종료한 것이다. 한때 90%에 육박하던 넷스케이프의 시장점유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 때문에 0.6%로 밀려났다. 1995년 나스닥에 상장해 닷컴 붐을 촉발시킨 주인공이 넷스케이프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그 사망소식은 ‘인생무상’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 들려온 폴라로이드의 이별 통보. 즉석사진 전문업체 폴라로이드는 60년 역사를 이어온 즉석사진용 필름 판매를 내년까지 완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미국, 멕시코, 네덜란드에 소재한 필름 공장을 폐쇄하고 450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사랑스러운 연인과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순간 포착해내던 폴라로이드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추억 속 물건이 된 것이다.

    미국의 공룡 통신사 AT&T는 129년 역사를 이어온 공중전화 사업을 접기로 했다. 휴대전화에 밀려 사용량이 급감한 공중전화는 유지비용만 많이 드는 애물단지가 됐다. 1998년 미국의 공중전화는 260만대에 달했으나, 지금은 100만대로 줄었다. 1878년 공중전화 서비스를 시작한 AT&T는 요금을 받기 위해 전화기 옆에 상근 직원을 둔 적도 있다. 미국 공중전화 사업은 영세 사업자에게 맡겨질 전망이다.

    뚱뚱보 모니터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삼성SDI, LG디스플레이 등은 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국내 생산을 잇달아 접었다. 20년 영욕의 세월을 마감한 한국산 CDT는 2000년대 초 전세계 시장의 70%를 석권할 만큼 인기 제품이었다. 전세계 모니터 시장에서 브라운관 모니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10%대로 급락했다.

    곧 ‘임종’ 소식을 알릴 것 같은 제품도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것이 CD다. 깨끗하고 선명한 음질로 음악 마니아의 사랑을 독차지해온 CD는 LP판의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르겠다. 미국의 유명 시장조사기관인 NPD 그룹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의 절반가량이 지난해 CD를 단 1장도 구매하지 않았다. MP3 파일 등 디지털 음악 다운로드 열풍과 불법복제 탓이다.



    2008년 ‘사라지는 IT’의 대미는 바로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인 정보통신부의 퇴장이다. 정통부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세계 1위, 이동통신 서비스(CDMA) 세계 최초 상용화, 와이브로 및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한국 독자 기술 탄생, IT 수출 비중 세계 1위 등 숱한 신화의 주인공이자 조력자였다. 그동안 일본 전자업체들은 반도체, LCD, 텔레비전 부문 세계 1위 자리를 한국 업체에 넘겨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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