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호

“노동자가 부도덕하다고? 부채 늘린 주범은 정부”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4-03-20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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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강·보금자리주택 등 정책 실패로 공기업 멍들어
    • 복지비 3000억 원? 1인당 월 7만 원 수준일 뿐
    • 공기업 개혁하려면 낙하산 인사부터 중단해야
    • 알짜 자산 매각하면 대기업·외국기업만 배불려
    “노동자가 부도덕하다고? 부채 늘린 주범은 정부”


    정권마다 공공기관 개혁이 ‘경영쇄신 방안’이니 ‘선진화 방안’이니 하면서 이름만 바뀌어 되풀이돼왔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실행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해 12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파부침선(破釜沈船)의 결연한 각오”라면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및 실행계획을 내놓았다. 파부침선은 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월 6일 신년구상 발표에서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개혁을 통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겠다”면서 “먼저 공공부문 개혁부터 시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월 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 때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해 “진돗개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한다. 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정(勞政) 갈등 더 거칠어질 듯

    공공기관 개혁을 둘러싸고 정부와 공공기관 노조 간 노정(勞政) 갈등이 더욱 깊어질 듯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3월 10일 두 노총 산하 6개 공공부문 연맹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304개 공공기관 노조가 동시에 임금단체협상에 참여하는 공동투쟁 일정을 논의했다. 공공기관 노조는 정부의 ‘공기업 때리기’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한다.



    공기업 개혁에 대한 다수 국민의 여론은 호의적이다. 공공기관 개혁 방안과 관련해 정부의 논리는 보도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으나, 공공기업 종사자의 견해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신동아’는 공기업 노조의 목소리를 통해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한 이견(異見)과 반론(反論)을 들어보기로 했다.

    김주영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 위원장은 노동계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부당하다고 보는 이유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공공노련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석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등이 속해 있다.

    김 위원장은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 국민이 박수치는 것을 잘 안다”고 전제하면서도 “정부가 여론을 호도해 실상이 잘못 알려졌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결코 정부가 죄인 취급하는 것처럼 부도덕한 집단이 아니다” “공공기관 부채는 경영 탓이 아니라 정부 정책 탓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노조와 대화에 나서는 것이 순서다”라고 강조했다.

    ▼ 공공기관의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는 노조도 동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반대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상화를 하자는 거다. 정부가 정상화를 하자는 이유가 뭔가? 공공기관의 과다한 부채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부채를 해소하는 것이 정상화의 핵심이 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 안(案)에는 부채 해소를 위한 근본적 대책이 빠졌다. 오히려 그 원인이 공공기관의 복리후생인 양 호도하지 않는가. 노조 주장은 부채가 문제라면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근본적 처방을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조의 요구에 대해 정부는 귀를 막는다.”

    현오석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14일 공공기관장들을 불러놓고 과도한 부채 등을 질타하면서 “파티는 끝났다”고 말했다.

    “정책사업 공기업에 떠넘겨”

    ▼ 2012년 말 부채 상위 20개 공공기관 총 부채가 417조 원에 달한다. 특히 공공노련 산하 8개 기관의 부채는 이 중 70%에 해당하는 292조2000억 원이다. LH, 한전은 부채가 각각 138조 원, 95조 원에 달한다. 현오석 부총리 말대로 민간기업이었다면, 감원 칼바람이 수차례 불고, 사업 구조조정도 있어야 할 상황 아닌가. 다수의 국민이 공기업은 개혁 대상이라고 여긴다.

    “공공기관 부채는 원인과 성격이 민간 부문의 그것과 다르다. 대부분의 부채는 정부가 해야 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공기업이 대신 수행하면서 발생했다.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주택이 대표적이다. 또한 정부가 비정상적인 공공서비스 요금 정책을 유지하면서 부채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사기업에 정책 사업을 강제로 떠넘길 수 있나? 비정상적으로 서비스 공급을 강요할 수 있나? 그랬다면 당장 기업이 간판을 내리게 됐을 것이다.

    LH를 보라. 보금자리주택 정책 탓에 지난 정권에서 부채가 52조 원 증가했다. 지금도 그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매일 빚이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한전도 마찬가지다.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면서 민간 발전회사를 확대해 한전이 부담해야 할 도매 전력요금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민간 발전사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민간 기업들이 발전소를 짓겠다고 해놓고 결국 포기하면서 한전과 한전 자회사들이 빚을 얻어 발전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정책 탓에 ‘적자 한전’이 ‘흑자 삼성전자’를 지원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 탓에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다. 부채의 주범인 정부가 공공기관에 책임을 떠넘긴 후 개혁의 대상으로 호도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을 개혁하려면 먼저 정부부터 개혁해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 공공기관의 비정상적인 관행의 핵심으로 △방만 경영 △높은 부채비율 △각종 비리를 꼽았다. 부채의 원인을 떠나 방만한 경영을 한 게 사실 아닌가.

    “공기업 부채 비율이 2007년 116%에서 2011년 209%로 늘어났다. 감사원이 9개 핵심 공기업의 재무 상태를 감사했는데, 2007년부터 늘어난 금융부채 120조 원 중 41%가 정부정책 사업에서 비롯한 것이다. 16%는 요금통제, 12%가 해외사업 때문에 발생했다. 자체 사업과 관련한 것은 31%에 불과했다. 자체 사업에서 부채가 늘어난 부분도 분석해보면 한전처럼 수요 급증으로 투자 재원을 늘려야 했거나 도로공사처럼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을 떠맡으면서 발생한 것이 많다. 부채를 방만 경영 탓이라고 보는 것도 문제다. 공기업 경영자가 독자적으로 뭘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영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환경도 조성돼 있지 않다. 일례로 지난 정부 때 다수의 공기업에 경영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민간 기업의 CEO (최고경영자) 출신 인사가 취임했다. LH도 그렇고 한전도 그랬다. 그런데 결국 부채 1, 2위 공기업이 돼버렸다. 공공서비스의 영역을 효율성 잣대로 평가하면서 온갖 통제와 규제를 한 결과다.”

    “파렴치범으로 모는 건 적반하장”

    ▼ 공기업 임직원의 성과급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공기업 13곳이 2010년 이후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과 수당이 3조9769억 원이더라. 부채가 95조 원에 달하는 한전이 1조4293억원, 부채가 26조 원에 육박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 7492억 원을 지난 3년간 지급했다. 대한석탄공사는 자본잠식 상황인데도 991억 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공공기관의 성과급은 정부가 신공공관리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상여금이나 급여의 일부를 전환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성과급을 나눠 먹은 것이 아니라 정부가 경영평가를 해서 성과에 따라 0~300%까지 기관별로 차등해 지급한 것이다. 정부가 경영을 잘했다고 성과급을 지급해놓고 이제 와서 방만 경영이니, 잔치판을 벌였느니 하는 건 모순이다. 정부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도 정부의 재정을 공기업에 떠넘겨 부실을 키웠다고 인정했는데, 그 정책을 입안해 수행한 장관이나 고위 관료는 단 한 푼이라도 성과급을 반납했는가?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다 빠지고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파렴치범으로 몬다. 적반하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 정부 정책 탓에 생긴 빚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인가?

    “정책 탓에 발생한 빚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 정책으로 수행해야 할 사업을 공공기관에 떠넘겨 생긴 빚을 말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정부 빚을 대신 진 것이다.”

    ▼ 복지 혜택을 보자. 한 공기업은 지난해 직원들의 무이자 대출로 100억 원 가까이 썼다. 또 다른 공기업은 복지 포인트와 관련해 3년 동안 지출한 돈이 480억 원이다. 고용세습을 하는 공기업도 있더라.

    “복지제도는 개별 공공기관마다 특성이 있다. 국민 정서상 과도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관은 그렇지 않다. 기관마다 근로조건이 다르므로 복지제도가 천차만별이다. 단순 잣대로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고용세습이라는 말은 참 자극적이다. 고용세습을 하는 기관은 없다. 다만 몇몇 기관에서 순직자 가족에 대한 생계 차원에서 단체협상에 명시해놓았다.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인데도 이를 마치 공기업 전체의 사례인 양 매도한다.”

    ▼ 박 대통령은 “부채가 많은 상위 12개 공기업의 복지비가 최근 5년간 3000억 원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오해하게 만드는 숫자의 함정이다. 담화문에 그런 내용이 나오기에 계산해봤다. 12개 공기업 노동자 1인당 월 7만 원이더라. 과연 그것이 과도한 복지인가. 정부가 3000억 원이라는 자극적인 숫자를 앞세워 여론을 호도한 것이다.”

    ▼ 원전 비리는 구조적 부패의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다. 또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부터 공기업도 자유롭지 않다. 퇴직 임원이 관련 업체에 취업해 로비하는 일도 잦은 것으로 안다.

    “부패에 대한 문제는 논외로 했으면 한다. 공공이냐 민간이냐를 떠나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본다. 공공기관 퇴직 임원뿐 아니라 정부 부처 퇴직 관료도 관련 업체 취업을 막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할 사안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 그렇다면 임금과 복지를 삭감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일리가 전혀 없나. 공기업은 직업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일부 기관은 부채 규모가 공기업이 아니라면 생존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자구 노력에는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조가 방만한 경영에 편승했다는 지적도 있다.

    “공기업 부채 문제는 임금과 복지를 삭감해 해결할 성격이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