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주가 반토막… 위기의 LG생활건강 CEO 이정애

영업이익 1조 클럽 Out

  • 조은아 더벨 기자

    goodgood@thebell.com

    입력2023-02-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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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등 공신 차석용 실적 부진에 용퇴

    • 178만→69만 원, 황제주는 옛말

    • 높은 中 시장 의존도에 발목 잡혀

    • 美 시장 성과는 미미한 수준

    LG생활건강 화장품사업에서 미국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미만에 그친다. 사진은 지난해 LG생활건강이 인수한 미국 뷰티 브랜드 크렘샵의 대표 제품.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화장품사업에서 미국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미만에 그친다. 사진은 지난해 LG생활건강이 인수한 미국 뷰티 브랜드 크렘샵의 대표 제품.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LG생활건강의 상징과도 같던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진을 위한 용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상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모양새로 해석된다. 18년이라는 기나긴 CEO(최고경영자) 생활의 마침표치고는 그다지 개운하지 않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영업이익 7111억 원을 거두며 영업이익 ‘1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2018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지 4년 만이다. 주가 역시 맥을 못 추고 있다. 2015년 11월 사상 처음으로 100만 원을 돌파하면서 황제주에 등극했으나 지난해 2월 내려앉았다. 10월엔 장 중 50만 원선도 붕괴됐다. 올해 들어서 다소 회복하는 듯했지만 지난해 실적 발표 이후 다시 급락했다. 70만 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는 만큼 100만 원대는 요원하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LG생활건강]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 [LG생활건강]

    지휘봉을 잡은 이정애 사장의 어깨는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매직’으로까지 불린 전임자의 그늘이 클 수밖에 없는 데다 실적 부진이 단순히 CEO의 능력 부족에서 불거진 문제가 아닌 탓이다. 해법이 간단하지 않다. LG생활건강의 부진은 전반적 시황 악화, 중국 화장품 시장 지형 변화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다.

    이 사장은 새로 영입한 문혜영 부사장에게 미국 사업을 맡기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중국 역시 아직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만큼 2분기 이후 본격화할 ‘리오프닝’에 기대를 걸고 있다.

    떠난 차석용 떠오른 이정애

    지난해 11월 차석용 부회장은 용퇴를 결정했다. 2005년 CEO에 선임된 지 18년 만이다. 그는 구광모 회장 취임 등 LG그룹 임원단의 거취에 큰 변화가 찾아온 시기를 포함해 온갖 외풍에도 자리를 지켰다. 그만큼 오너 일가의 두터운 신뢰를 받은 인물이다. LG생활건강은 차석용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지난해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하면서 차 부회장 역시 결국 퇴진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7조1858억 원, 영업이익 7111억 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매출은 11.2% 감소했다. LG생활건강 연매출이 역성장한 건 2004년 이후 약 18년 만이다. 영업이익은 무려 44.9% 감소하며 사실상 반토막 났다.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LG생활건강]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LG생활건강]

    실적이 부진한 원인은 코로나19 등 외부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실적 악화만이 퇴진의 원인이라 보기는 어렵다. 차석용 전 부회장이 1953년생으로 나이가 다소 많은 편인 데다 20년 가까이 원톱 체제를 유지했던 만큼 인적 쇄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후임은 이정애 사장이다. LG생활건강 신입사원 공채 출신으로 1986년 입사해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등 모든 사업부문에서 경험을 쌓았다.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LG생활건강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생활용품사업부장으로 선임됐고,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화장품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2019년 음료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소비 트렌드에 발맞춘 제품 육성과 적극적인 마케팅, 유연한 채널 전략으로 음료 사업 성장을 이끌었다.

    이정애 사장은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이기도 하다. 작은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고객과 시장의 변화를 읽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전해진다.

    178만 원 하던 주식이…

    이 사장 역시 전임 차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미국이라는 글로벌 화장품 양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1월 신년사에서 “중국에선 시장과 고객 변화 방향에 맞춰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현지 유통 기반을 확대해 전열을 가다듬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며 “북미에선 현지 시장과 고객 특성에 맞는 브랜드 및 제품 준비와 현지 사업 운영 역량 보강을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 전 부회장이 매직으로 불린 이유 가운데 하나로 주가 부양을 빼놓을 수 없다. 주가 부양 역시 이정애 사장의 큰 과제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LG생활건강 주가는 실적에 따라 맥을 못 추고 있다. 2월 1일 실적이 발표되자 LG생활건강 주가는 7% 급락했다. 6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매출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한 여파다. LG생활건강 주식은 한때 1주에 100만 원이 넘는 황제주였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는 황제주 복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LG생활건강은 2001년 LG화학에서 분할돼 설립됐다. 같은 해 4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첫날 종가는 1만3650원. 차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기 전까지는 3만 원 안팎을 겨우 유지했다. 2005년 차 전 부회장이 회사를 맡은 이후엔 주가가 말 그대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차 전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을 거듭한 덕분이다. 취임 10년 만인 2015년에는 주가가 100만 원을 넘었다. 코로나19가 증시를 강타한 2020년 3월에도 100만 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2021년 7월에는 장중 178만 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에는 4년여 만에 처음으로 100만 원대 아래까지 주저앉았다.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예상보다 부진한 지난해 실적이 공개된 이후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LG생활건강의 목표 주가를 하향하는 보고서가 쏟아졌다. DB금융투자는 90만 원에서 85만 원으로, 메리츠증권은 90만 원에서 80만 원으로, 신한투자증권은 89만 원에서 83만 원으로 조정했다. 당분간 극적 반등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등 공신에서 애물단지 된 中

    LG생활건강의 실적이 악화된 배경엔 중국이 있다. 중국 시장은 한때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끈 일등 공신이었으나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높은 의존도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지 오래지만 여전히 화장품 사업이 대표 사업으로 꼽힌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인 2019년 영업이익 1조1764억 원 가운데 76.3%인 8977억 원이 화장품 사업에서 발생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중은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 43%대까지 낮아졌다.

    화장품 사업은 중국이 뒷받침한다. 중국 시장이 되살아나야 실적 회복이 가능한데, 지난해 중국 시장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더 악화됐다. 중국의 화장품 양대 시장 상하이와 광저우가 봉쇄되면서 현지 소비 역시 침체됐다. 면세점 매출이 줄고 원자재 가격은 올라 수익성이 악화됐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은 중국의 시황 악화와 이에 따른 소비 둔화로 면세점과 중국 현지 매출이 부진했다”며 “매출 감소 영향,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영업이익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화장품업계의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가 터진 2017년에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대체할 만한 시장이 없었던 데다 다른 시장을 키우기도 전에 코로나19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불거지면서 대응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리스크가 커지긴 했어도 규모와 성장성 등을 봤을 때 중국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2분기에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실적 회복도 이때부터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3월 초 예정된 중국 양회(兩會)가 주목된다. 양회는 중국 정부가 한 해의 정책 방침을 결정하는 자리다. 양회 이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경기부양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美, 中 대안으론 부족

    중국에서 화장품 시장 지형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도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세 둔화 속에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중국의 젊은 세대가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LG생활건강에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그간 중국은 화장품과 식품에서만큼은 안전에 대한 우려로 외국 브랜드를 선호해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자국 기업들이 눈에 띄게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자국 기업들이 내놓은 식품과 화장품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점차 완화하면서 소비가 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한국 따라 하기’로 한국산 화장품과 중국산 화장품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공략만으로는 더는 화장품사업의 성장을 담보하기 힘들게 됐음을 의미한다.

    문혜영 LG생활건강 부사장. [LG생활건강]

    문혜영 LG생활건강 부사장. [LG생활건강]

    이정애 사장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 시장 개척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이후 선보인 첫 카드는 인재 영입이다. 올해 초 문혜영 부사장을 영입했다. 문 부사장은 아마존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총괄하고 스타벅스에선 디지털 전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LG생활건강 미주사업총괄을 맡아 디에이본(The Avon), 보인카(Boinca), 더크램샵(The Crème Shop) 등 현지 자회사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미국에서 디에이본의 전신 뉴에이본, 2020년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을 인수했다. 2021년에는 미국의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를 보유한 보인카에 이어 지난해엔 10~20대를 위한 중저가 화장품을 판매하는 더크램샵도 인수했다.

    뉴에이본의 경우 지분 100%를 1450억 원,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은 1920억 원에 인수했다. 보인카는 지분 56.04%를 1170억 원, 더크렘샵은 지분 65%를 1485억 원에 각각 사들였다. 4년 동안 6000억 원이 넘는 돈이 미국 사업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에 투입된 셈이다. 이 밖에 주력 브랜드 ‘후’의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서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향과 용기 디자인을 적용한 신규 라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 매출은 3조21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7% 감소했지만 미국에서는 23.3% 증가한 1922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다만 높은 성장세에도 불과하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6%도 되지 않는다는 점은 숙제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LG생활건강 본사. [LG생활건강]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LG생활건강 본사. [LG생활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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