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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보다 힘… ‘팍스 아메리카나’여 영원하라

부시가 꿈꾸는 新국제질서

외교보다 힘… ‘팍스 아메리카나’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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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정권을 몰아낸 이후의 이라크를 누가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지난 1년간 부시 행정부와 워싱턴에 포진한 싱크탱크들은 포스트 후세인(post-Hussein) 구도를 나름대로 그려왔다. 미 정부안은 극비사항이어서 문서 자체를 보기 어렵지만, 부시 행정부와 밀착한 싱크탱크들이 낸 보고서들을 통해 대체적인 윤곽은 드러난다.

주요한 것들만 모아 보면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현명한 평화, 전후(post-conflict) 이라크 전략’(2003년 1월) △미 외교위원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이라크, 그날 이후’(2003년 3월) △워싱턴 아메리칸대학과 대서양위원회, ‘평화 쟁취하기, 이라크의 성공적 이행 관리’(2003년 1월) △헤리티지재단, ‘사담 이후의 이라크 미래, 미 개입의 청사진’ 보고서들 △미 기업협회, 부르킹스연구소, 웨스트민스터 민주주의재단 등이 연 일련의 이라크 문제 관련회의들 △이라크국민회의(INC) 등 반체제 망명단체들이 미 국무부의 후원 아래 준비해온 ‘이라크 미래 프로젝트’△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전후 이라크 관련 청문회 등이다.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는 2002년에 5번, 2003년 들어 4번 열렸다. 이런 보고서들과 청문회, 각종 회의, 세미나 등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바탕엔 석유자원 확보를 비롯한 미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논리가 깔려 있다. 직설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라크 민주화란 결국 이데올로기적 치장에 지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점령정책 계획은 보안유지에 급급한 나머지 위의 싱크탱크들과 함께 의견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의 이라크 행정책임자로 내정된 제이 가너 예비역 중장은 심지어 지난 3월 상원 외교위에 출석하기로 돼 있던 일정을 어기고 나타나지 않아 빈축을 샀었다.

이같은 부시 행정부의 비밀주의는 이라크 복구에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미국으로선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라크 내에서 미국과 영국의 독점권을 뜻하는 어떤 종류의 제안도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러시아의 분위기도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한다.



더욱이 일부 드러난 미 행정부의 이라크 재건계획은 비현실적인 일정 때문에 비판받는다. 이를테면 미 행정부가 미국 기업들에게 도로 보수, 학교 건설, 의료체계 점검 등 모든 이라크 재건사업을 맡긴 뒤 1년 안에 마치도록 돼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침공으로 ‘일’을 벌인 미국이 1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년 동안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4단계 거치며 사실상 2년간 미군정

미국은 바그다드 함락 뒤 이라크 과도정부 수립을 위한 첫 단계로 이라크 망명·지역지도자 회의를 소집한 다음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들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이라크 실권을 지배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현재 미국이 그리는 그림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년간 사실상 미군정을 실시한 뒤 친미정권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 하나의 형태로 이라크에 왕정(王政)을 부활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1958년 군부 쿠데타로 몰락한 이라크 하심 왕조의 법적 토대였던 1926년 헌법에 근거해서다. ‘왕정국가 이라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미국이 주장해온 민주화와는 거리가 먼 발상이다. 친미 독재왕국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모습을 미국이 선호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미국은 일단 국제여론과 이라크 국민의 반응을 떠보다가 이 왕정 복귀안을 폐기할 가능성이 크다.

4월8일 영국 벨파스트에서 열린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회동에서 합의된 내용은 4단계 이라크 정권 창출안이다. △1단계:미 예비역 중장 제이 가너(미 국방부 재건인도지원처장)를 우두머리로 한 군정 실시 △2단계:3개월 뒤 임시 이라크정부(IIA) 구성 △3단계:9개월 뒤 제헌국회 구성 △4단계:이라크 신정부 설립이다. 군정 실시부터 이라크 신정부 출범까지는 2년이 걸린다(부시와 블레어는 이같은 구상을 형식적으로 합법화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얻어낼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프랑스 등이 고분고분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후세인 정권 아래 맺어졌던 이라크 유정개발권에 대한 기득권을 보장하는 막후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단계 군정에서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사령관은 이라크 보안을 맡고 군정 지도자 가너의 보고를 받는다. 프랭크스가 사실상 ‘이라크 총독’이나 다름없다(독자들이 이 글을 읽는 시점엔 군정이 이미 시작됐을 것이다). 2단계 임시 이라크정부(IIA)엔 22명의 각료를 두고 미국인이 보좌역으로서 실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IIA는 후세인 잔재세력을 제거한 새로운 이라크 군대를 지휘한다. 이 군대는 유전지대와 국경 순찰임무를 맡는다. 후세인 잔재세력의 무장반란에도 이 군대가 투입된다(딕 체니 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국민회의 의장 아하메드 찰라비는 펜타곤의 도움 아래 급조한 700명의 ‘이라크의용군’을 바탕으로 군 지휘권을 쥐고 싶어한다. 그는 이 병력과 함께 미국 수송기를 타고 4월초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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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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