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호

트럼프 귀환 내심 반기는 中 vs 대중국 강경책 준비하는 美

[특집 | ‘글로벌 대격변’ 예고…트럼프 2.0 시대 개막!] 韓 국익 위한 전략 마련 시급

  • 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2025-01-2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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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임 4년 공약 이행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트럼프

    • 중국, 트럼프의 공권력 강화로 미 사회 분열 예상

    • 주한미군 감축, 美도 손해… 강하게 압박해 국익 극대화해야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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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0일(현지 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6일 당선 직후부터 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되고 2주 만에 대부분의 국무위원(19명) 인선을 마쳤다. 또한 주요 동맹과 우방의 원수들과 통화하며 협력 사항 주문을 넣었다. 우리에게는 미 군함 유지보수와 수리(MRO)를 위한 조선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요구했다. 한데 정작 우리의 요구는 없었다. 미국의 요구에 일희일비하는 우리 외교의 악습적 관성이 또다시 드러났다.

    전략 구상 없이 트럼프 2.0 맞는 대한민국

    트럼프 2.0 시기를 맞는 우리의 주요 담론에 변화가 없었다. 이미 합의된 방위비 분담 합의 번복 가능성, 미국의 대북 전략 변화 가능성, 핵억지력 강화를 위한 우리의 자구책(핵무장론) 등에 국한됐다. 고민의 흔적이 없다. 미·중 경쟁의 심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강경책을 우려하면서도 결국 우리의 관심은 해묵은 것에 집중됐다. 반면 주요 동맹과 우방은 트럼프 정부에 자신들의 의제를 관철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별장 마라라고 리조트는 이들의 방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2024년 12월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전쟁 해결 방안을 타진했다. [신화통신=뉴시스]

    2024년 12월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전쟁 해결 방안을 타진했다. [신화통신=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도 바빠졌다. 2024년 12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그는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전쟁 해결 방안을 타진했다. 대선 당시 내걸었던 ‘취임 후 24시간 내 전쟁 종결’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첫 행보였다. 12월 15일에는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를 자택에서 영접했다.

    우리 정부는 11월 27일에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한 긴급 점검 회의를 열었으나 관련 부처에 주문을 넣기 바빴다. 산업통상자원부에는 멕시코, 베트남, 캐나다 당국과 중국 진출 기업 간담회의 지속을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에는 불확실한 한미 통상·산업 환경 대응 방안 수립, 외교부에는 미국 신행정부 인사와의 접촉 확대를 주문했다. 앞으로 전개될 미·중 경쟁 심화 시대에 우리 경제안보에 새로운 전략 구상이 없어 보이는 그야말로 진부한 이야기다.

    미국의 주요 동맹과 우방이 분주할 때 정작 경쟁 대상인 중국은 여유로워 보이는 모양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칭화대 옌쉐통(閻學通) 교수는 미국 외교협회가 발행하는 잡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12월호에 ‘왜 중국은 트럼프를 두려워하지 않는가(Why China Isn’t Scared of Trump?)’ 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설명했다. 그는 중국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에 대한 불확실한 의지, 정치적 고립주의, 경제적 보호주의, 그리고 덜 이념적인 정책 추진 등의 이유로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귀환 두려워 않는 중국의 오판

    옌 교수는 트럼프 1기 때 입증된 그의 ‘동맹 가치에 대한 확신 부족’은 ‘동맹관계에 대한 의지 결핍’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또 ‘동맹에 대한 방위비 분담 인상 압박’이 동맹 체제에 균열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분쟁 개입을 회피할 것이며, 이는 대만과 남중국해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 변화를 양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 대신 보호무역주의를 선호하지만 과도한 관세 인상이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높은 대중국 경제 의존도 때문이다. 보호무역 추진의 목적과 취지가 자국의 경제발전과 시장 보호인데, 관세 인상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에 연연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성향도 중국 지도자들이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라고. 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정치체제를 서구식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으며, 따라서 중국의 국내 문제에 깊게 개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으로 미국 사회의 분열이 예상되는 것은 중국이 내심 그의 귀환을 반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의 반이민 정책이 강해질수록 당국의 공권력은 강해진다. 공권력 강화는 자칫 남용을 유발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사고는 유색인종에 대한 백인의 차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5월 과격한 공권력 앞에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맥없이 사망한 사건을 상기할 수 있다. 이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Man Lives Matter·BMLM)’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면서 미국 사회는 분열됐다.

    미국 사회의 분열과 혼란은 중국의 ‘초한전’에 좋은 먹잇감이 됐다. 중국의 영향력 공작을 위한 최상의 조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피터 슈바이처(Peter Schweizer)는 지난해 출간한 저서 ‘피의 돈: 왜 권력자들은 중국이 미국인을 죽이는 것을 외면하는가’에서 중국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은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 당국이 일부 시위 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시위가 장기화한 정황이 드러났다. 중국은 오히려 더 정교하게 새로운 전략 마련에 매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옌 교수의 주장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미국의 초당적 반중 정서를 간과한 것이다. 미국 공화당은 강한 이데올로기 의식을 가졌고, 대만을 중시해 왔다. 공화당의 군사·외교·안보 정책의 핵심 중 하나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다. 공화당 출신답게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사실을 옌 교수는 이미 잊은 듯하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식 직후 미 해군 함정의 대만 정박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듬해 ‘대만여행법(Taiwan Travel Act)’을 입법화해 양측 고위급 인사의 방문과 교류에 물꼬를 터줬다. 2019년에는 ‘대만 동맹 국제 보호 강화법(Taiwan Allies International Protection and Enhancement Act of 2019)’을 통과시키면서 대만 외교 역량 강화를 위한 국무부의 역할을 정당화했다.

    그의 대중국 강경책 결의는 이번 내각 인사에서도 나타났다. 대부분이 ‘중국 매파’로 잘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 신임 주중대사 지명자 데이비드 퍼듀는 2024년 9월 미국의 보수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 기고문에서 미·중 양국이 ‘신전쟁’ 중임을 공언했다. 국무장관 내정자인 마코 루비오는 대표적 반중국, 친대만 성향으로 의원 임기 동안 중국 신장 위구르족 인권과 홍콩 민주화 운동을 적극 지지했다. 2020년 중국 당국은 입국 금지 명령을 내렸는데 아랑곳 않고 그는 2021년 위구르족 강제노동 방지법의 입법화를 주도했다.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월츠는 미·중 경쟁 관계를 이념 경쟁으로 보고, 미국의 전략으로 동맹과의 연대 강화를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애틀랜틱 카운슬의 기조연설에서 그는 현재 중국의 무장력 강화 수준을 1930년대의 독일 나치에 빗대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국방장관 내정자 피터 헤그세스는 중국의 군사력 강화 목적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세계 패권을 차지하려는 데 있다고 정의했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 내정자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전폭 지지하고, ‘관세는 최고의 무기’라는 신념을 공유해 대중국 고관세 정책을 적극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책 날개, 관세법 권한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의원 선거 결과다. 상원 의석수 100석에서 공화당이 과반수(53석)를 차지하며 승리했다. 35개 의석을 두고 치러진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다수당(220석, 민주당 215석)이 됐다. 민주당이 장악했던 지난 의회 회기(2023~24)에서도 반중국 정서는 초당적이었다. 하물며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이런 분위기는 고조될 것이다. 가령 지난 회기 동안 미 의회는 2024년 9월 기준 중국을 직간접적으로 압박·견제하는 법안을 708건 상정했다. 이전 회기에 비해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대만 문제에 대한 미 의회의 지지도 초당적이었다. 2021~22년 회기 동안 대만 방어력과 방위력 증강과 관련 법안 8개를 상정했다.

    미국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강한 정책을 펼 수 있다. 헌법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수행하는 데 대통령의 몫은 정당한 명분 찾기다. 부적합해 보이면 미 법원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유세 때부터 명분 찾기에 몰입하는 이유다. 고관세 정책에는 ‘미국의 국익 위해’와 ‘안보 위협’이라는 정당한 명분이 전제된다. 자칭 ‘관세맨(tariff man)’이지만 정치적 명분이 필요하다.

    현재 그에게는 두 가지의 정치적 명분이 있다. 그의 1기 정부와 바이든 정부의 연장선상에서 이를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이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과 경쟁 격차를 더 확대하는 것이다. 그의 정당성은 1기 대통령 시절인 2017년에 발간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담았다. 즉 ‘경제가 국가안보’라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를 견지하면서 고관세 정책을 유지했다. 트럼프 정부 역시 변화가 없을 것이다.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무역 정책이 기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무책임, 환율 조작, 과도한 보조금, 덤핑 등이 고관세 정책의 명분을 제공한다. 게다가 중국이 온갖 불법 수단을 동원해 미국의 원천기술을 편취, 탈취하고 불공정한 방법으로 세계 자원과 공공재를 착취하는 것도 명분을 강화하는 요소다.

    이처럼 명분을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이용할 수 있는 관세 법안도 4개나 된다. 대표적 법안은 ‘1974년 무역법 제301조’다. 이른바 ‘슈퍼 301조’다. 적용 명분은 앞서 언급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면 충분하다. 다른 법안으로 ‘1962년 무역확대법’ 232조항이다. 불공정한 교역 상품 거래가 국가안보에 위협으로 판단되면 발동할 수 있다. 여기에는 상무부와 국방부의 의견이 관건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산과 해외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제재를 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다른 법안은 1977년에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이다. 대통령에게 경제제재 권한을 부여한 법안이다. 제재의 일환으로 고관세 적용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마지막 수단은 1930년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제338조항이다. 미국의 수출품에 대한 차별이나 덤핑과 같은 불공정성 소지가 있을 경우 해당국의 수입품에 50%까지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중국은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고 차별적 정책을 고수해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을 정당화할 명분을 준다. 중국이 조세 우회 지역을 이용하는 편법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 생산 공장을 세워 제품의 관세 혜택까지 누리고 있어 미국의 불만은 고조됐다. 이런 이유로 멕시코와 캐나다가 고관세 정책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우리도 자유롭지 않다. 중국의 이차전지 기업이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4곳(새만금, 울산, 포항, 청주 등)에 진출해 혜택을 누리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으로 미·중 경쟁의 심화는 자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방위비 추가 분담 요구 가능성 대비, 핵무장 담론 등 두 가지 사안에만 함몰돼 있다. 정작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당위성이나 논리 개발은 뒷전이다. 북한의 핵 위협과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신 등으로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것이 중대한 국익이라면 이 두 가지 사안으로 우리가 미국에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 얻어내야 할 것

    가령 방위비 추가 요구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은 이를 관철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이나 축소로 압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이 특히 대중국 전략에서 동맹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인식을 초당적으로 공유하기 때문이다. ‘중국 매파’와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의 지정학적 전략 가치 때문에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은 미국의 대중 압박·견제 전선에서 필수불가결하다. 우리가 강하게 대응해도 되는 이유다. 미국의 주한미군 축소·감축은 전략에 막대한 손실만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 위협이나 미국의 핵억지력에 대한 우리의 불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핵무장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2023년 워싱턴 선언에서 한미 원자력 합의서를 고수하는 입장을 밝혔다. 더는 합의서에 대해 논의할 여지가 없어졌다. 우리의 핵폐기물 재처리 문제가 시급한데 말이다.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저렴한 산업 전력 단가를 정부 보조금으로 간주하는 것을 역공해야 한다. 저렴한 단가의 수혜자에 세계 최대의 미군 해외 기지인 평택미군기지와 주한미군기지 200여 곳이 포함된 사실을 주장해야 한다. 핵폐기물 재처리를 하지 못하고, 우리의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면 주한미군기지에 더는 이런 혜택이 없는 점을 피력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핵무장보다 더 시급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주한미군기지 활용 방안이다. 주한미군기지 유지를 통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가를 극대화해야 한다. 일본은 자위대와 미군 통합 운영 명목으로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미 군함의 MRO뿐 아니라 미 군용기의 합작 제조까지 추진한다. 수많은 기술이전이 여기에 담보된다. 2021년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희토류 합의서도 도출했다. 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있던 12월 13일, 일본은 영국·이탈리아와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첨단 과학기술을 이전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

    신동아 2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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