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 둘러싼 진영적 적대 구도 뚜렷
한동훈 체제 붕괴 이후 보수 균형추 사라져
국힘 주류는 ‘자승자박’ 올가미 만들어
尹과 ‘정(情)’ 떼지 않고 국민의힘 존립 가능할까
세지는 강경보수, 약해지는 차기 대권
온건보수, 이재명에 대한 반감에 강경보수 용인
윤석열-전광훈 ‘투톱 이니셔티브’ 강해지는 흐름
탄핵 인용 가시화 땐 보수 역학 구도 바뀔 것
![1월 6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있다. [뉴시스]](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8e/fb/f5/678efbf50dd1d2738276.jpg)
1월 6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여 있다. [뉴시스]
이런 혼란은 여론조사에도 반영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월 6∼8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탄핵을 인용해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응답은 62%였다.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응답은 33%였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응과 관련해서는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 53%를 포함해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5%였고, ‘잘하고 있다’고 한 응답자는 30%였다.
계엄, 탄핵 이후 여론의 변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정례 전화 면접을 실시하는 NBS조사에 대해 전문가들의 신뢰는 높다.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를 기록한 이 조사의 응답률은 22.8%에 달했다. 응답률 2~5%에 그치고 유도성 문항으로 점철된 일부 군소 기관들의 ARS 자동응답 조사와는 질적 차이가 크다.
신년맞이 주요 언론사들의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보수 성향 온라인 언론사들과 주로 짝을 이뤄 진행된 ARS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 호남 지지율이 30%를 넘기고 여당의 지지율이 야당을 넘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임기 극초반을 제외하곤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보지 못한 숫자로 보수층 과표집, 문항 설계의 의도성에 대한 지적이 상당했다.
하지만 일부 여론조사의 문제에도 여론 지형이 변화한 것은 분명하다. 탄핵 찬성 여론이 여전히 두 배 이상 높지만, 전화 면접 기준으로 탄핵 찬성 여론은 꽤 내려앉았다. 내란죄 불인정, 계엄이 합헌적, 부정선거 공감 등 주요 쟁점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계엄이나 탄핵에 대한 여론 지형이 애초에는 80:20 정도의 여론 구도였는데 75:25를 거쳐 70:30, 조사와 항목에 따라서는 65:35 정도의 구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의 보편적 합의가 약해지고 탄핵 찬반을 둘러싼 진영적 적대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앞서 NBS 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36%, 32%였다. 비상계엄 선포 뒤 진행한 직전 조사인 지난해 12월 3주차 대비 민주당은 3%포인트 하락, 국민의힘은 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격차가 9%포인트나 좁혀진 셈이다. 물론 조국혁신당 지지율 7%를 민주당에 붙여서 봐야 여야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긴 하다.
NBS와 더불어 100% 전화 면접으로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거의 같은 결과가 나왔다. 1월 7일부터 9일까지, 즉 NBS와 하루 차이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4%, 더불어민주당 36%, 조국혁신당 5%. 탄핵소추안과 관련해선 응답자의 64%가 찬성 의견을 밝혔고 탄핵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32%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 정지 중이기 때문에 직무평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탄핵 찬반을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가늠할 수 있다. 2대 1수준이고, 정당 지지율이나 차기 대선 전망에 대한 격차는 이보다 더 줄어들고 있다.
![1월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사랑제일교회 주최로 열린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8e/fc/6a/678efc6a1bbfd2738276.jpg)
1월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사랑제일교회 주최로 열린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1]
탄핵 찬반 조사는 정치적 지지도 조사
이런 변화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현재 탄핵 찬반 조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정치적 지지 여부에 가깝다. 이 지지 여부에는 민주당,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판단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일단 보수 진영 내부의 동학(動學)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무엇보다도 윤 대통령은 앞서 탄핵당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완전히 다른 태세다. 그는 탄핵 이틀 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리보전 생각만 있었다면, 국헌 문란 세력과 구태여 맞서 싸울 일도 없었고 이번과 같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지지층 결집을 꾀했다. 게다가 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에 대해선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며 부정선거론에 불을 붙였다.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 고개를 숙이고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토로하던 박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탄핵 표결에서 두 사람의 차이가 컸다. 박근혜 탄핵 표결에서는 234표의 찬성표가 나왔지만, 윤석열 탄핵 표결에서는 그보다 30표가 줄어든 204표에 불과했다. 이른바 ‘죄질’은 윤석열의 그것이 박근혜의 그것에 비해 훨씬 ‘악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정작 숫자는 달리 나온 것이다.
국회의 탄핵 가결 이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침잠했지만 윤 대통령은 모두가 아는 바대로다. 서울 한남동 관저에 물리적 방어막을 치고 체포에 불응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혹한의 날씨에도 강성 지지층을 불러 모으고 있다. 광화문을 주무대로 삼던 전광훈 목사가 한남동의 윤석열 지지 시위를 이끄는 것,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서울 송파갑 경선 후보로 출마했으나 컷오프되자 탈당해 자유통일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2번으로 나섰던 석동현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대변인 격으로 활동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리고 계엄 사태의 실행 리더 격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들도 자유통일당 출신으로 전광훈 목사 관련 일을 많이 했던 인물들이다.
석 변호사는 2020년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총선 선거무효 소송에 원고 측 대리인으로 참여한 바 있고, 김용현 전 장관의 변호인들도 ‘4·15 부정선거 진상규명 변호사 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한참 전부터 윤 대통령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 뒤에는 극우 유튜버, 부정선거론자들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고,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그 의혹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오히려 이들이 더 전면에 나서고 윤 대통령과 함께 ‘저항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보수 진영 입장에서 볼 때 전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세력이 전면에 서는 것은 분명히 퇴행적이다. 보수의 재정비와 선거 대비 관점에서 봐도 불리하다. 현 정부 들어서도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 주최 행사에 참여하고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징계를 받을 정도다.
2020년 자유한국당의 총선 대패 이후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만들고, 이듬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오세훈·박형준의 승리를 이끌어 보수 재집권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최근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세상에 여당이 부정선거에 당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처음 봤다”면서 “자기들이 대선도 이기고 그 직후 지방선거도 크게 이겼는데 그러면 그때부터 누구한테 당했단 말인가”라면서 혀를 찼다.
이런 흐름과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 한동훈 전 대표의 축출이다. 한 전 대표는 계엄 국면 당시 민주당보다 더 빨리 강력한 메시지를 내고 소속 의원들이 계엄 해제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해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힘이 여당이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는 것을 각인시킨 것이다. 국민의힘 내 친윤 의원들조차 당시에는 “한 대표 덕을 봤다. 한 대표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계엄 해제에서 탄핵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처지가 점점 어려워졌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일찌감치 내렸지만 보수 진영의 ‘탄핵 트라우마’ 앞에서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야당 지지층과 친윤 지지층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공격을 받아 ‘압착’ 당하는 형국에 처했다.
게다가 탄핵안, 특검법 표결 등의 비상 국면이 이어지면서 양당, 특히 국민의힘은 계속 마라톤 의총을 열었고 친윤 중진 의원들도 연일 모임을 가지면서 원내 구심력이 높아졌다. 애초 최다 30명 선으로 추산되던 친한계 의원들은 주로 초·재선, 비영남권에 포진돼 있었고 점점 고립되는 모양새가 됐다.
한 전 대표가 소구력을 지니고 있던 중도층 내지 중도보수층은 아예 입을 다물거나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고, 이로 인해 보수층 내에 강경파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거부할 의사를 분명히 한 후 한 전 대표 역시 탄핵 불가피론을 분명히 했지만 압착 구도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결국 탄핵이 가결된 2024년 12월 14일 장동혁·진종오 전 최고위원 등이 사퇴했고, 이틀 뒤 한 전 대표 역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계엄과 대척점에 서 있던 한동훈
한동훈 체제 붕괴 이후 보수 진영 내의 균형추가 완전히 사라졌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애초 비판적이었고 계엄에 명확히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 등과는 분명히 거리를 두고 있는 합리적 보수는 숨을 죽이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권영세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섰지만 상황 관리에 급급할 뿐 윤석열-전광훈 투톱의 이니셔티브는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 계엄 이후 최근 한 달여의 흐름이다.
숫자상으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졌고, 상당수 의원들이 이에 반색하지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동조화가 강력해졌다. 이에 더해 탄핵 찬반 전선의 동조화도 강해졌다. ‘윤석열 지지=탄핵 반대=국민의힘 지지’ 등식이 성립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민주당 주도의 한덕수 탄핵, 최상목에 대한 추가 탄핵 압박,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 철회, 공수처의 난맥상, 이재명 대표 재판 일정 지지부진 등 일련의 흐름에 대해 반감이 높아지는 온건보수층도 강경보수층의 주도권을 묵인 내지 용인하고 있는 흐름이 펼쳐지고 있다. 앞서 인용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보수 진영 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8%)를 기록한 것도 정확히 같은 흐름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보자면 김 장관이 20%를 기록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14%, 한동훈 전 대표가 13%, 오세훈 서울시장이 8%순이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윤 대통령이 복귀해서 남은 임기 2년을 채워야 한다” 혹은 “남은 임기 2년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숫자는 많지 않다.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평가받는 한 재선 의원은 “‘이재명은 안 된다’는 의원은 절대다수인데 (윤 대통령 탄핵까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면서 “대통령이 돌아와야 한다거나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정 떼기’를 하고 혁신, 재정비 흐름으로 넘어가야 선거 대응이 가능하고, 정상적 당으로 존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수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궤도 수정의 모멘텀을 잡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강경보수의 이니셔티브가 이대로 공고해진다면 관성이 붙고 방향 전환에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어렵게 방향을 바꾸더라도 그 바뀐 방향에 힘을 불어넣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조기 대선이 열리더라도 ‘윤석열 명예회복’ 등을 주장하는 사람이 후보로 나서게 된다. 조기 대선은 탄핵 인용을 의미하는 데 불복의 느낌을 주는 후보가 나서면 필패다.
탄핵 인용 가능성이 가시화될 때는 보수 진영의 역학 구도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전광훈 목사류가 보수 진영 전체를 이끌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들은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윤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독자 노선을 걸을 만한 힘을 키우고 있다. 이 이야기는 보수가 ‘원팀’을 만들기도 어려울뿐더러 원팀을 만든다 하더라도 전광훈-윤석열의 지분을 챙겨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세간의 이야기대로 ‘명태균 리스트’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든, 한동훈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든 국힘 주류와 중진들은 계속 자승자박의 올가미를 만들었다. 12월 3일 밤, 국회로 모이라는 한동훈의 말을 듣지 않고 당사에 머물렀던 그때가 잘못 꿴 첫 단추의 시작이었던 건 아닐까. 단추를 계속 잘못 잠그면 다시 풀어서 옷매무새를 바로 하기는 점점 힘들어진다.
![신동아 2월호 표지](https://dimg.donga.com/ugc/CDB/SHINDONGA/Article/67/8e/fc/9b/678efc9b13ddd2738276.jpg)
신동아 2월호 표지